‘지붕뚫고 하이킥’ 전작을 넘어선 현실적 공감
연예 2009/12/01 11:34 입력 | 2009/12/01 11: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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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일일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주간 시청률 20% 대에 안착하며 대중 시트콤으로 안착했다.



이번 작품은 지난 2006년 방영돼 시트콤 전성시대를 열었던 ‘거침없이 하이킥’을 만든 김병욱PD와 ‘야동순재’로 노년에 잭팟을 터트린 이순재 등 그의 사단들이 두루 뭉쳤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현재 ‘지붕 뚫고 하이킥’은 전작의 아성을 넘어서는 깊이 있는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는 데서 대중들로부터 시청률로 합격 점을 받고 있다.



대다수의 시트콤들은 20~30분의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 독특한 캐릭터들을 대거 투입해 승부를 봐 왔다. 개성강한 캐릭터들의 충돌로 과장된 웃음을 낳거나, 환상 속의 세계를 등장시켜 뻔한 현실에 자극을 줬었다.



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은 캐릭터 각각의 재미보다 서사를 통해 페이소스를 자아낸다. 내 옆에 꼭 있을 법한 주류와 비주류를 두루 섞은 리얼한 현실 속에서 희망과 따뜻한 감동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기존 시트콤 뿐만 아니라 전작 ‘거침없이 하이킥’과도 분명히 차별된다.



김병욱PD는 지난날 인터뷰를 통해 “콜라병을 처음 본 부시맨처럼 자본주의 문명을 처음 접하는 두 자매의 성장 드라마를 그리고 싶었다”며 “슬픔과 웃음이 뒤섞인 서사 중심의 작품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작품 속에서 콜라를 처음 먹는 아이의 반응, 양변기를 보고 어색해하는 장면, 달콤한 과자를 주워먹고 너무 달아 놀라는 아이의 모습 등은 충분히 슬픔을 느낄 법한 상황이지만 아이들의 시선과 순박한 행동 때문에 가슴 따뜻한 맑은 웃음을 낳는 것이다.



제작진은 서사가 있는 시트콤 구현에 무게를 뒀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 속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도 대단하다.



자칫하면 얄미워 보일 수 있는 주류와 자칫하면 남루해 보일 수 있는 비주류 캐릭터들로 구성됐음에도 귀여움과 정감이 있다.



이렇게 만든 것은 순전히 출연 연기자들의 힘이다. 이순재는 근엄한 이미지를 버리고 전작 ‘야동순재’에 이어 ‘방구순재’로 변신했다. 또 스캔들로 곤혹을 치렀던 90년대 미모의 스타 오현경은 섹시함을 벗고 발차기 잘하는 아줌마로 거듭났다.



이외에도 정보석, 김자옥, 신세경 등 코미디를 안 해본 정극 연기자들은 정제된 연기에 기반한 코미디를 오직 연기의 힘으로 구현했다.



이같은 연기력이 충만한 정극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이번 작품의 큰 재미로 자리잡았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는 돈을 보는 시각도 재미있다. 돈이 없으면 비루해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류 가정과 비주류 가정이 한 집에 엉켜 살면서 빚어 지는 문화 차이를 웃음으로 승화한다.



또 일반적인 시각과 달리 사회에서 성공한 주류나 소외된 아웃사이더나 모두 동시대에서 비슷한 행동 반경과 사고를 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류나 비주류 모든 삶이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궁상맞다는 점은 이 시트콤의 또 하나의 매력이다.



서울로 갓 상경해 성북동 이순재 네 집 식모로 일하는 세경(신세경 분), 신애(서신애 분) 두 자매나 3류대 ‘서운대’ 생으로 거짓 과외를 하며 남들에게 먹을 것을 구차하게 빌붙는 정음(황정음 분)이나, 백수 건달로 하숙비가 오를까봐 주인 아주머니에게 아부하는 정음 친구 광수(이광수 분) 등의 삶은 늘 낙천적이다.



부잣집 대릴 사위로 댄디한 외모를 갖고 있지만 수학적 지식이 극히 짧아 장인어른께 자주 걷어 차이기도 하는 보석(정보석 분)나 노년에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식과 직원들에게 구차한 거짓말을 하기도 하는 순재(이순재 분)의 삶 역시 모자람이 있어 인간적인 공감을 산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유쾌한 비주류와 소심한 주류를 통해 돈이 없어 불편하지만 인간관계가 험악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 현실은 각박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꿈꾸는 소박한 상상과 희망을 통해 훨씬 현실이 아름답고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유연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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