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미시마유키오 표절 논란…논란된 부분 보니 ‘헐’
문화 2015/06/17 11:3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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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24 / '오래전 집을 떠날 때' 표지


신경숙 표절 논란, “무슨 일이야”
소설가 이응준 “신경준 ‘전설’, 미시마 유키오 ‘우국’ 표절”…의혹제기 된 문단 보니 ‘충격’

[디오데오 뉴스] 김수정 기자 = 소설가 신경숙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소설가 겸 시인 이응준(45)이 16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기고한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란 제목의 글에서 신경숙(52) 작가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신 작가의 ‘오래전 집을 떠날 때’ 가운데 수록된 단편 ‘전설’(1996)의 한 대목이 유키오의 단편 ‘우국’(1983) 구절을 그대로 따왔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옮김)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신경숙)

이응준은 두 문단을 비교하며 “저것은 순전히 ‘다른 소설가’의 저작권이 엄연한 ‘소설의 육체’를 그대로 ‘제 소설’에 ‘오려붙인 다음 슬쩍 어설픈 무늬를 그려 넣어 위장하는’, 그야말로 한 일반인으로서도 그러려니와, 하물며 한 순수문학 프로작가로서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명백한 ‘작품 절도행위-표절’인 것이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는 표현을 거론하며 “이러한 언어조합은 가령, ‘추억의 속도’ 같은 지극히 시적인 표현으로서 누군가가 어디에서 우연히 보고 들은 것을 실수로 적어서는 결코 발화될 수가 없는 차원의, 그러니까 의식으로 도용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튀어나\올 수 없는 문학적 유전공학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이 작가는 “신경숙이 미시마 유키오를 표절한 저 방식으로 다른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들을 더 많이 표절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상식적이고도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품을 수 있다. 예리한 독서가들 여럿이 작정하고 장기간 들러붙어 신경숙의 모든 소설들을 전수조사해보면 위와 같은 사례들은 얼마든지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 뉴욕에 알려진다면? 파리에 알려진다면? 영국에 알려진다면? 일본의 문인들이, 일본의 대중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중략) 대한민국의 대표소설가가 일본 극우 작가의 번역본이나 표절하고 앉아있는 한국문학의 도덕적 수준을 우리 스스로 바로잡는 것 말고는 한국문학의 이 국제적 망신을 치유할 방법이 달리 뭐가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경숙은 단순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다. 평론가들로부터 상전처럼 떠받들어지고 있으며 동인문학상의 종신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한국문단 최고의 권력”이라며 “누가 누구의 흠결을 잡아내 공격하는 성격의 일이 아니다. 나와 나의 문우들이 문학을 처음 시작했을 적에 신앙했던 문학의 그 치열하고 고결한 빛을 되찾는 일일 뿐이다”며 글을 쓴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한국문단의 ‘뻔뻔한 시치미’와 ‘작당하는 은폐’는 그 이후 한국문단이 여러 표절사건들에 대한 단호한 처벌을 내리지 않는 악행을 고질화, 체질화시킴으로서 한국문학의 참담한 타락을 가져오게 되었던 것이다”며 “한국문인들은 신경숙의 표절 사실을 알건 모르건 간에 어쨌든 ‘침묵의 공범’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문학은 표절을 용인하는 집단이 돼 버린 것이고 한국문인들을 그러한 자괴의 콤플렉스에 갇혀버리게 된 것이다”며 한국문단에도 비판의 칼을 들었다.

한편 신경숙 작가의 표절 시비는 처음이 아니다. 

1999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발표한 소설 ‘딸기밭’이 재미유학생 안승준의 유고집 ‘살아있는 것이오’의 상당 부분을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고, 이후 장편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와 단편소설 ‘작별 인사’가 프랑스 작가 패트릭 모디아노와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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