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가스 누출로 말라가는 구미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
정치 2012/10/05 15:31 입력 | 2012/10/05 17: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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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대구환경운동연합. (위)송이째 말라가는 포도/ (아래)고사한 밭과 논의 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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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대구환경운동연합. (위)고사한 포도나무와 벼/ (아래)공단의 말라죽은 나무들

불산가스가 누출된 구미지역의 실태를 담은 사진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을 살펴보면 마을이 눈에띄게 황폐해졌다. 수확을 앞둔 포도나무와 벼는 하얗게 변했고, 가로수들은 말라죽었다. 가축들도 콧물과 침을 흘리는 등 정상이 아니다. 현장을 답사한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 국장은 “현지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며 “사고 이틀 뒤 바깥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목이 따가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런 현상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온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현재 구미시의 발표에 의하면 이번 불산 누출사고로 23명의 사상자가 나고, 91.2ha 농작물과 1,313두의 가축이 피해를 입었으며, 22개 기업체에서 조업 중단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게다가 인근 지역 주민 900여 명이 치료를 받고 있음은 물론 농작물과 가축의 피해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근로자와 공무원, 기자, 주민 등이 피부발진과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



앞서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 화공업체에 불산가스 누출 사고가 났다. 이에 긴급히 대피했던 봉산리 주민들은, 사고 하루 뒤인 지난 28일 구미시가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발표를 듣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당시 불산 농도는 1PPM으로 안전 기준치 0.5PPM의 두 배였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정부는 사고발생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뒤늦게 나섰다. 먼저 불산가스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북 구미지역에 조사단 급파 후 특별재난지역 선포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5일부터 재난합동조사단을 현지에 급파해 피해규모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또 건강검진을 원하는 주민들은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



그러나 현재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불만이 폭발한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한편 이번에 누출된 불화수소산은 독극물로 분류된다. 주성분인 불소는 쥐약과 살충제의 주성분이고, 군사용 신경 독가스의 기본 물질이기도 하다. 이 화학물질은 흡입, 섭취, 피부접촉 등 거의 모든 노출경로에 대한 독성을 갖는다.



불화수소산을 목으로 흡입시 비염, 기관지염, 폐부종 등을 일으킬 수 있고, 눈으로 흡입시 각막 손상으로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 심지어 끊여도 없어지지 않고 뼈 같은 곳에 농축되어 뼈를 녹이고, 뇌신경세포의 기본기능을 저해 지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불화수소산은 실온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하며 공기보다 가벼워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특징을 가지고 2차, 3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사고 지역과 6km 떨어진 낙동강으로도 불산이 날아갔을 가능성이 높다”며 경고했다.

김동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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