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여성 자살, 면전에 대고 그렇게 말했어야 했나
기타 2011/06/13 12:04 입력 | 2011/06/13 12:05 수정
지난 1일 법정에서 모욕감을 느끼는 판사의 발언을 들었다며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성폭행 피해여성의 유서 내용이 12일 공개되었다. 그간 듣던대로 한 사람의 인격을 심히 깎아내리고도 남을 만했다.
설령 피해자가 그날 공판의 진정한 내용을 오해했다고 치더라도 유서에 나오는 대로 '편들기'나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과거 전력에 대한 언급까지 있었다면 이건 정말로 면전에 대고 욕을 한 것보다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자살한 피해여성 변 모(29)씨는 조선족 출신으로 한국에 건너와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1일 자신의 고시원에서 중국인 어학연수생 진 모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들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얼굴을 알고 있는 사이였다. 진 씨는 성폭행 혐의가 인정되어 검찰에 구속되었고, 그 뒤로 지리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할 법정이 변 씨를 막다른 길로 내모는 장벽이 될 것이라고는 스스로도 절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진 씨의 변호인들은 그를 변호하기 위해 변 씨의 8년 전 접대부생활과 성폭행 합의 사실을 언급했고, 판사조차도 변 씨의 학력과 과거전력을 문제삼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유서는 말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곱씹어 보면, 사람이 중립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간 사회면 기사들 속에서 심심찮게 나왔던 판사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집으려는 것도 아니고, 세상의 무서운 선입견을 끝내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던 한 여성에 대한 동정만으로 이 글을 채우려는 것도 아니다.
근본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사람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는 말이다. 보이지 않는 실체가 쏟아낸 말들에 치이고 살다 안타까운 결과를 맞이해야만 했던 그간의 사태들을 볼 때, 이번 사건은 한술 더 떠서 아예 사람 면전에 대놓고 상처를 내버렸다는 것에서 더 씁쓸하다.
억울함과 충격이야 더 낫고 못할 것이 없지만, 자신을 믿어줄 거라 생각한 사람이 자신을 앞에 두고 "당신은 그래서 안된다"고 이해가 되게끔 말을 했다. 피해자는 그렇게 이해했고, 억울함을 견디다 못해 주변 사람들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저 세상으로 떠났다.
일반 사람들에게도 적용이 안 될 수가 없다. 때린 이는 자기가 때린 사실을 기억 못하지만, 맞은 이에게는 그게 평생 상처로 남아 두고두고 기억나게 된다.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모두를 현실적으로 '때릴' 방법은 없기에, 적어도 그 순간만이라도 상처가 되어 두고두고 기억시키려 했을 지도 모른다.
그녀의 마음이 뒤늦게 반영된 것일까? 4월 말 보석 석방됐다가 변 씨가 자살하자 행방을 감췄던 진 씨는 11일 다시 검거돼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재판부는 변 씨가 자살하자 진 씨에 대한 보석을 취소한 바 있다. 검찰은 진 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한 순간이라도 '맞은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했어야 했다. 처음 사건이 벌어진 이후로 그녀는 줄곧 '맞는 입장'에 서왔다. 자그마한 말 하나도 가슴에 박히기 그만큼 쉽다. 그런 입장을, 그런 느낌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그날 재판정에서 보였다면 지금같은 결과가 일어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해 본다
노광명 기자 [email protected]
설령 피해자가 그날 공판의 진정한 내용을 오해했다고 치더라도 유서에 나오는 대로 '편들기'나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과거 전력에 대한 언급까지 있었다면 이건 정말로 면전에 대고 욕을 한 것보다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자살한 피해여성 변 모(29)씨는 조선족 출신으로 한국에 건너와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1일 자신의 고시원에서 중국인 어학연수생 진 모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들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얼굴을 알고 있는 사이였다. 진 씨는 성폭행 혐의가 인정되어 검찰에 구속되었고, 그 뒤로 지리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할 법정이 변 씨를 막다른 길로 내모는 장벽이 될 것이라고는 스스로도 절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진 씨의 변호인들은 그를 변호하기 위해 변 씨의 8년 전 접대부생활과 성폭행 합의 사실을 언급했고, 판사조차도 변 씨의 학력과 과거전력을 문제삼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유서는 말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곱씹어 보면, 사람이 중립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간 사회면 기사들 속에서 심심찮게 나왔던 판사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집으려는 것도 아니고, 세상의 무서운 선입견을 끝내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던 한 여성에 대한 동정만으로 이 글을 채우려는 것도 아니다.
근본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사람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는 말이다. 보이지 않는 실체가 쏟아낸 말들에 치이고 살다 안타까운 결과를 맞이해야만 했던 그간의 사태들을 볼 때, 이번 사건은 한술 더 떠서 아예 사람 면전에 대놓고 상처를 내버렸다는 것에서 더 씁쓸하다.
억울함과 충격이야 더 낫고 못할 것이 없지만, 자신을 믿어줄 거라 생각한 사람이 자신을 앞에 두고 "당신은 그래서 안된다"고 이해가 되게끔 말을 했다. 피해자는 그렇게 이해했고, 억울함을 견디다 못해 주변 사람들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저 세상으로 떠났다.
일반 사람들에게도 적용이 안 될 수가 없다. 때린 이는 자기가 때린 사실을 기억 못하지만, 맞은 이에게는 그게 평생 상처로 남아 두고두고 기억나게 된다.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모두를 현실적으로 '때릴' 방법은 없기에, 적어도 그 순간만이라도 상처가 되어 두고두고 기억시키려 했을 지도 모른다.
그녀의 마음이 뒤늦게 반영된 것일까? 4월 말 보석 석방됐다가 변 씨가 자살하자 행방을 감췄던 진 씨는 11일 다시 검거돼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재판부는 변 씨가 자살하자 진 씨에 대한 보석을 취소한 바 있다. 검찰은 진 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한 순간이라도 '맞은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했어야 했다. 처음 사건이 벌어진 이후로 그녀는 줄곧 '맞는 입장'에 서왔다. 자그마한 말 하나도 가슴에 박히기 그만큼 쉽다. 그런 입장을, 그런 느낌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그날 재판정에서 보였다면 지금같은 결과가 일어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해 본다
노광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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