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야 할 것을 못 본 심판진들, 퇴출도 필요하다
스포츠/레저 2011/06/09 10:59 입력 | 2011/06/09 11: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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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사실과 무관함

8일 잠실에서 벌어진 LG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홈팀 LG가 승리를 지키느냐 원정팀 한화가 동점을 만드느냐가 종이 한 장 차이만큼 근소했던 9회초 2아웃, 가뜩이나 주자는 3루에 있었다. 3루에 있던 정원석은 홈스틸을 시도했고, 포수 조인성은 다급하게 투수 임찬규에게 공을 던질 것을 지시했다. 임찬규는 송구를 했고, 조인성은 이를 막아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임찬규의 송구 동작이 문제였다. 명백한 보크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있던 4명의 심판 모두 무엇엔가 홀린 듯 LG의 손을 들어줬다. 한대화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들이 일제히 달려나와 강력히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빤히 보였기에 그 어느 때보다 반응이 빨리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은 흥행 일로를 달리고 있는 올시즌 한국프로야구의 화두인 보크와 심판판정 문제를 다시금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다. 이 경기의 주심을 맡았던 인물이 오심의 이미지로 야구팬들 사이에서 '상습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엔 제대로 한 건을 터뜨린 격이 되었다.



이미 끝난 경기를 되돌릴 수는 없게 되버렸지만, 한화 입장에서는 하필 같은 상대에게 벌써 올 시즌째만 2승을 헌납해버렸다는 사실이 속쓰리고 분통 터질 만도 하다. 피해자인 한화는 급기야 약팀에 대한 차별 의혹을 내비치기 시작했고, 심판위원장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당혹스러웠는지 오심이 맞다는 의견을 거듭 내비치며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해당 심판진들에 대해 징계도 약속했다지만, 그 심판진들이 시간이 지나 징계가 풀려 현업에 복귀하고 나면 그런 또다른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읍참마속'이라는 말이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말로서 촉의 지략가 제갈량이 눈물을 참고 마속이라는 인물을 참수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야구만큼 복잡한 규칙을 가진 스포츠도 없다. 그런 스포츠 경기 한가운데에서 공정을 기해야 하는 심판들은 분명 그 노고를 인정해야 하고 아무나 할 수 없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 역시 인정한다.



하지만 7일 잠실에서 있었던 사태처럼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개운하지 못한 뒷맛을 그저 "사람의 일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넘어가서도 안 될 일이고, 이런 순간에 개입될 몹쓸 동업자의식으로 인해 엄정한 징계조치에 걸림돌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



분명 말하는 거지만, 그 날의 심판진은 자신의 심판 경력에 대해서 그 순간을 부끄럽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극단적인 제안으로 기강을 바로세운다는 측면에서 퇴출도 필요하다. 이전의 사태들로 정신을 차렸다면 지금과 같이 파문이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이런 일련의 사태들을 그저 인터넷에서 도는 '노이즈 마케팅'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될 일이다. 자그마한 문제들 하나하나가 팬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돌리게 만든다. 한국야구위원회와 심판위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읍참마속'의 자세가 아닐까.

노광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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