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값 인상, 소비자 울려놓고 기업엔 긍정평가
기타 2011/05/04 12:00 입력 | 2011/05/04 12: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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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롯데 해태 오리온 농심 등 국내 제과업체들이 이달을 기점으로 이들이 제조 판매하는 과자류 판매가격을 일제히 인상한 가운데, 이를 접한 증권가는 오히려 기업의 실적개선에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한다며 적극 투자를 권장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5월이 되자마자 각 언론의 경제면을 장식한 키워드는 다름아닌 '과자값 인상'이었다. 물론 이전부터 다른 품목들에서도 연속적으로 가격이 인상되어 왔고 그 순서가 넘어온 것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백원짜리 동전 하나로 과자 한봉지를 사먹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만큼 양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백원짜리 동전은 존재하지만, 가치는 몇 조각 집어먹으면 끝날 만큼 낮아졌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고, 화폐의 가치도 물론 변했다.



사람들이 과자를 사먹을 일도 줄어들었고, 사먹는 공간도 변했다. 대형마트에서 몇 봉지씩 묶어 파는 것들로 고르는 일이 늘었고, 나중에 가서는 마트 전용으로 파는 묶음용 상품의 무게는 소매점용보다 적어서 이득될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어느 샌가 뭐가 다른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다르다'고 광고하는 프리미엄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고, 심드렁하다 싶으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건드려 교육에 도움이 된다느니, 놀이와 결합하라느니 하면서 아이들을 과자에 골몰하게 만들어도 보았다. 이 모든 것들이 인상의 전조였을까.



기업들은 그들 나름대로 치열하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었고,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그에 지지 않으려 했다. 다른 물품들이 그렇듯 과자를 두고도 보이지 않게 신경전을 펼쳐왔다. 그렇게 수없이 가격이 인상되었고, 이번에도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오른 과자값을 멀뚱멀뚱 바라봐야만 했다.



지난 3일 '제과 빅4' 중 하나로 꼽히는 오리온이 주요제품의 가격을 올린다고 했을 때 소비자의 입장으로서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이미 앞서 가격을 올린 경쟁업체들이 있는데다 자신들만 고집스럽게 예전 가격을 지켜가면서 '손가락 빠는' 일을 하기는 싫었을 것이다.



더욱 입맛을 쓰게 하는 것은 이를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상당한 호재'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지금 이런 기업들의 주식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것은 누구를 더러 하는 소리일까. 그 주식을 누가 사는지 알수록 일반 소비자들은 한숨이 더 나올 수밖에 없다.



주식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다고 하지만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항상 논외의 영역에 존재할 뿐이다. 들리는 소식마다 기관과 외국인들이 벌이는 그들만의 잔치다.



문득, 경제라는 알듯 모를듯한 두 글자가 이해 당사자들에게 서로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새삼 깨닫게 해준 소식이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은 그 무엇보다 이윤이 커야 한다는 절대적인 목표가 있기에 주변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값을 올린다. 그러다 보면 거둬들이는 돈은 양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반발도 사그라들 것이고, 애써 다른 수요를 끌어들이려 비싼 새 제품을 만드는 데 골몰하는 편법을 덜 써도 된다. 그저 시장의 흐름이었다고 묻어가듯 말하면 그만일 테니 말이다.



한 증권사의 보도자료를 보다가 생뚱맞은 단어가 나왔다. "실적면에서 걸림돌이 되던 문제를 가격 인상을 통해 '전가'함으로서 개선의 효과를 본다"는 내용이었다. 왜 하필 '전가'라는 표현이었을까. 혹시나 이 업계에서 자주 쓰는 말이긴 한 걸까.



책임이나 부담을 떠넘긴다는 뜻으로 쓰는 '전가'라는 단어가 계속 눈에 밟힌다.

노광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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