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워낭소리!
문화 2009/02/16 17:10 입력 | 2009/04/21 19:57 수정
영화 워낭소리는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 온 팔순의 농부와 그 곁에서 묵묵히 40년을 함께한 늙은 소에 대한 이야기예요.
개나 고양이, 하다못해 공룡이 주인공인 영화는 봤지만 소가 주연배우라... 우리 소 한우씨 연기 기대해 볼만합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할아버지지만 소의 목에 달린 희미한 워낭 소리도 귀신같이 듣는데요. 소리를 들었다기보다는 소와 할아버지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텔레파시 같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하긴, 40년을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했으니 그럴 만도 해요.
그런데 소의 평균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저 이 영화 봐서 알아요. 평균 수명 15년. 하지만 이 소는 40년 살았다고 하더라고요. 사람으로 치면 최소한 200살은 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전 영화를 보는 내내 어떻게 수명 15년인 소가 40년을 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세상에는 이해되지 않는 미스터리도 있는 법이죠. 이진씨 UFO도 본 적 있는 거 아니에요? 저 소 외계인은 아니겠죠?
이 영화의 감독이 5년 동안 촬영 대상을 찾아다닌 결과 이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3년 동안 쉬지 않고 촬영을 했고요. 평범한 농촌의 일상에서 감독이 본 것은 흘러가는 세월의 무게 그리고 그 속에 깊어가는 관계의 두께가 아닌가 싶어요.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40년을 쉬지 않고 일만 했으니 정말 나 같아도 소속사에 소송 걸고 난 일 못한다. 시위 했을 것 같아요. 쉬지 않고 일 한 건 소뿐만 아니죠. 할아버지 그리고 옆에 있는 할머니까지. 그러다 보니 할머니의 푸념도 늘어만 갑니다.
이 분들 캐릭터 지대로 예요. 투덜거리는 할머니와 대답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 정말 귀여우세요. 쉬지 않고 구시렁거리지만 할아버지와 소의 든든한 울타리 같은 느낌이랄까. 전 무뚝뚝하지만 정감 넘치는 우리네 어르신들의 일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해 지더라고요.
할머니는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혼자서 밭 메고 계시네요. 할아버지는 소가 먹을 밭이라고 농약 한번 친 적이 없습니다. 역시 할아버지는 대답이 없으셔~ 캐릭터 제대로 밀고 나가신다니까.
어머니들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저렇게 만날 투덜대고 완전 공감해요. 투덜대도 사실 젤 마음 약한 건 또 어머니잖아요. 지금 밭일은 할머니한테 맡겨두고 소 밥 먹일 시간이라 할아버지는 가시는 거군요. 할머니 원망의 눈빛이 압권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프시면 약 좀 사다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소를 할머닌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예요? 시골 어르신들의 표현 방법이 그렇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제는 너무 늙어서 일도 못하는 소에게 때 되면 일일이 여물 쒀서 먹여야 되니까 노부부로써는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죠. 그냥 사료 먹이면 되잖아요. 소에게 사료보다 꼴을 베어 먹이고 기계가 아닌 낫으로 벼를 베고 땅에 농약을 안친다는 것은 세상의 속도와 타협하지 않는 할아버지의 삶의 방식이자 태도입니다.
이제 소가 1년 밖에 못사네요. 아이고.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마음이 안 좋으시겠어요. 이 소 덕분에 일 할 수 있었고 끼니를 때울 수 있었고 9남매 자식들 공부까지 다 시켰는데 노부부의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겠죠.
소가 눈물 흘리는 저 장면. 많은 분들이 따라 우시더라고요. 소는 예로부터 신성한 동물의 하나로 죽고 사는 일과 이별을 인내하고 눈물을 흘린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이별을 예감했는지는 모르지만 저희 관객입장에서는 슬픔의 눈물이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할아버지도 편찮으신가봐요. 이제는 소와 헤어질 준비를 해야 되는 노부부. 그게 바로 자연의 이치겠죠. 노부부에게 소는 평생을 함께 해온 동반자인데 사실 이 장면은 노부부와 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니, 웃으라고 저렇게 소리치면 무서워서 어디 웃음이 나오겠습니까. 자, 할머니도 "웃어!". 할아버지 할머니도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시는 것처럼 보이네요. 40년 오래된 파트너 할아버지와 소. 소가 힘들어할까봐 나무를 나눠 짊어지는 할아버지에게 소는 오래된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80년 내공의 노부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토리!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 주는 영화 워낭 소리였습니다.
임재훈 기자 kaka@diodeo.com
개나 고양이, 하다못해 공룡이 주인공인 영화는 봤지만 소가 주연배우라... 우리 소 한우씨 연기 기대해 볼만합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할아버지지만 소의 목에 달린 희미한 워낭 소리도 귀신같이 듣는데요. 소리를 들었다기보다는 소와 할아버지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텔레파시 같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하긴, 40년을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했으니 그럴 만도 해요.
그런데 소의 평균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저 이 영화 봐서 알아요. 평균 수명 15년. 하지만 이 소는 40년 살았다고 하더라고요. 사람으로 치면 최소한 200살은 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전 영화를 보는 내내 어떻게 수명 15년인 소가 40년을 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세상에는 이해되지 않는 미스터리도 있는 법이죠. 이진씨 UFO도 본 적 있는 거 아니에요? 저 소 외계인은 아니겠죠?
이 영화의 감독이 5년 동안 촬영 대상을 찾아다닌 결과 이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3년 동안 쉬지 않고 촬영을 했고요. 평범한 농촌의 일상에서 감독이 본 것은 흘러가는 세월의 무게 그리고 그 속에 깊어가는 관계의 두께가 아닌가 싶어요.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40년을 쉬지 않고 일만 했으니 정말 나 같아도 소속사에 소송 걸고 난 일 못한다. 시위 했을 것 같아요. 쉬지 않고 일 한 건 소뿐만 아니죠. 할아버지 그리고 옆에 있는 할머니까지. 그러다 보니 할머니의 푸념도 늘어만 갑니다.
이 분들 캐릭터 지대로 예요. 투덜거리는 할머니와 대답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 정말 귀여우세요. 쉬지 않고 구시렁거리지만 할아버지와 소의 든든한 울타리 같은 느낌이랄까. 전 무뚝뚝하지만 정감 넘치는 우리네 어르신들의 일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해 지더라고요.
할머니는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혼자서 밭 메고 계시네요. 할아버지는 소가 먹을 밭이라고 농약 한번 친 적이 없습니다. 역시 할아버지는 대답이 없으셔~ 캐릭터 제대로 밀고 나가신다니까.
어머니들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저렇게 만날 투덜대고 완전 공감해요. 투덜대도 사실 젤 마음 약한 건 또 어머니잖아요. 지금 밭일은 할머니한테 맡겨두고 소 밥 먹일 시간이라 할아버지는 가시는 거군요. 할머니 원망의 눈빛이 압권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프시면 약 좀 사다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소를 할머닌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예요? 시골 어르신들의 표현 방법이 그렇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제는 너무 늙어서 일도 못하는 소에게 때 되면 일일이 여물 쒀서 먹여야 되니까 노부부로써는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죠. 그냥 사료 먹이면 되잖아요. 소에게 사료보다 꼴을 베어 먹이고 기계가 아닌 낫으로 벼를 베고 땅에 농약을 안친다는 것은 세상의 속도와 타협하지 않는 할아버지의 삶의 방식이자 태도입니다.
이제 소가 1년 밖에 못사네요. 아이고.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마음이 안 좋으시겠어요. 이 소 덕분에 일 할 수 있었고 끼니를 때울 수 있었고 9남매 자식들 공부까지 다 시켰는데 노부부의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겠죠.
소가 눈물 흘리는 저 장면. 많은 분들이 따라 우시더라고요. 소는 예로부터 신성한 동물의 하나로 죽고 사는 일과 이별을 인내하고 눈물을 흘린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이별을 예감했는지는 모르지만 저희 관객입장에서는 슬픔의 눈물이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할아버지도 편찮으신가봐요. 이제는 소와 헤어질 준비를 해야 되는 노부부. 그게 바로 자연의 이치겠죠. 노부부에게 소는 평생을 함께 해온 동반자인데 사실 이 장면은 노부부와 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니, 웃으라고 저렇게 소리치면 무서워서 어디 웃음이 나오겠습니까. 자, 할머니도 "웃어!". 할아버지 할머니도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시는 것처럼 보이네요. 40년 오래된 파트너 할아버지와 소. 소가 힘들어할까봐 나무를 나눠 짊어지는 할아버지에게 소는 오래된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80년 내공의 노부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토리!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 주는 영화 워낭 소리였습니다.
임재훈 기자 kaka@diode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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