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신경숙 표절 논란에 공식사과 “왜?”…15전엔 묻혔지만 이번엔 속시원히 밝혀지나
문화 2015/06/19 10:2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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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과 비평 홈페이지


창비, 신경숙 표절 의혹에 입장 번복 “일부 문장 표절 혐의 충분히 제기할 법…신경숙 작가와 논의”
창비, 표절 부인 철회…15년전에도 제기됐던 문제, 신경숙 해명 진실성 ‘의심’

[디오데오 뉴스] 김수정 기자 = 창비가 신경숙 표절 부인 입장을 번복했다.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의혹과 관련해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발표했던 창작과 비평(이하 창비)이 18일 사과문을 게재하며 입장을 사실상 철회했다.

강일우 대표이사 명의로 창비 홈페이지에는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 게재됐다.

창비는 “내부조율없이 적절치 못한 보도자료를 낸 점 사과드린다”며 “‘표절이 아니다’라는 신경숙 작가의 주장을 기본적으로 존중하면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 ‘우국’과 신경숙의 ‘전설’이 내용과 구성에서 매우 다른 작품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독자들이 느끼실 심려와 실망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창비는 끝으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자유롭고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언제나 공론에 귀기울이겠다. 현재 제기된 사안에 대해서는 작가와 논의를 거쳐 독자들의 걱정과 의문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내부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소설가 겸 시인 이응준이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기고한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란 제목의 글에서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이 작가는 “명백한 작품 절도행위-표절”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하면서도 “누구의 흠결을 잡아내 공격하는 성격의 일이 아니다. 나와 나의 문우들이 문학을 처음 시작했을 적에 신앙했던 문학의 그 치열하고 고결한 빛을 되찾는 일일 뿐이다”며 글을 쓴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신경숙 작가는 창비를 통해 “오래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라며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게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 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미 15년전 국내 유수의 문예지에 ‘전설’의 표절 의혹이 제기됐던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신 작가의 “‘우국’은 알지 못한다”는 해명의 진실성에 의심케 한다.

문학평론가 정문순은 지난 2000년 문예중앙 가을호에 신 작가에 대한 비평 ‘통념의 내면화, 자기 위안의 글쓰기’를 싣고 ‘전설’을 비롯한 다수의 표절의혹을 전면적으로 다뤘다. 

정 평론가는 이 글에서 ‘전설’이 ‘우국’과 유사한 구절이 다수 포함돼 있고 모티브와 내용, 구조면에서의 유사함을 들며 ‘전면 표절’을 주장했다.


▷ 다음은 창비 입장 전문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

먼저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과 관련하여 6월 17일 본사 문학출판부에서 내부조율 없이 적절치 못한 보도자료를 내보낸 점을 사과드립니다. 이로써 창비를 아껴주시는 많은 독자들께 실망을 드렸고 분노를 샀습니다.

보도자료는 ‘표절이 아니다’라는 신경숙 작가의 주장을 기본적으로 존중하면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신경숙의 <전설>이 내용과 구성에서 매우 다른 작품이라는 입장을 전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독자들이 느끼실 심려와 실망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야 했습니다.

저희는 그간 작가와 독자를 존중하고 한국문학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진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한국문학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출판사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지 못한 점은 어떤 사과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태를 뼈아프게 돌아보면서 표절 문제를 제기한 분들의 충정이 헛되지 않도록,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자유롭고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언제나 공론에 귀기울이겠습니다. 현재 제기된 사안에 대해서는 작가와 논의를 거쳐 독자들의 걱정과 의문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내부의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한국문학과 창비를 걱정하시는 많은 분들께서 저희에게 보내준 질타를 잊지 않고 마음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2015년 6월 18일
창비 대표이사 강일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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