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누출로 삶의 터전 버리는 봉산리 주민들 ‘정부의 대책이 없어서 스스로 떠난다’
정치 2012/10/06 23:05 입력 | 2013/01/08 11: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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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불산에 화상을 입은 손. 출처=위키피디아/ (중간)고사한 포도나무와 벼. 출처=대구환경운동연합/ (아래)KBS 뉴스9 예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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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대구환경운동연합. (위)송이째 말라가는 포도/ (아래)고사한 밭과 논의 작물

[디오데오뉴스 = 김동호 기자] 불산누출 사고로 구미가 말라가고 있는 가운데, 2차 피해를 본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주민들이 결국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나고 있다. 이는 사고발생 열흘만의 일이다.



현재 봉산리의 상태는 심각하다. 현장의 실태를 담은 사진을 살펴보면 마을이 눈에 띄게 황폐해졌다. 수확을 앞둔 포도나무와 벼는 하얗게 변했고, 가로수들은 말라죽었다. 가축들도 콧물과 침을 흘리는 등 정상이 아니다. 현장을 답사한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 국장은 “현지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며 “사고 이틀 뒤 바깥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목이 따가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런 현상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온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에 결국 이주를 결심한 이들은 대부분 노인들로 모두 70여명인데 당분간 백현리 자원화시설에 머물 예정이다. 이번 이주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내린 결정으로 강제성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차마 집을 버리고 떠날 수 없다는 이들이 많아 우려가 되고 있는 실정.



이어서 불산누출 2차 피해를 입은 임천리 주민들도 마을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현재 시에 이주 장소 물색을 요구한 상태. 이에 대해 박명석 봉산리 이장은 "정부가 주민들을 내버려두고 대책을 세워주지 않아 우리 스스로 이사하기로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재 불산누출 피해가 심각한 구미시 산동면 임천리와 봉산리에는 모두 1천2백여명이 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 화공업체에 불산가스 누출 사고가 났다. 이에 긴급히 대피했던 봉산리 주민들은, 사고 하루 뒤인 지난 28일 구미시가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발표를 듣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당시 불산 농도는 1PPM으로 안전 기준치 0.5PPM의 두 배였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정부는 사고발생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뒤늦게 나섰다. 먼저 불산가스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북 구미지역에 조사단 급파 후 특별재난지역 선포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5일부터 재난합동조사단을 현지에 급파해 피해규모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한편 불산가스 흡입으로 인한 부작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성진·서익권 박사가 작성한 논문을 살펴보면 불산가스에 노출되면 적은 농도일지라도 지연성 폐손상과 저칼슘 혈증, 전신 독성 등의 합병증을 앓을 수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에 대해 서 박사는 “감기처럼 시작해 편도선염처럼 지나갈 수도 있지만 심한 경우 폐렴 및 급사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심실세동을 일으켜 갑작스레 심장이 정지할 수도 있다며 “불산가스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당장 대피하고, 감기가 의심되면 진료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김동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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