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타호-필레, 11년 비행 끝에 사상 최초 혜성 착륙 ‘태양계 기원 밝혀지나?’
IT/과학 2014/11/13 10:5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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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데오 뉴스] 유럽의 우주 탐사선 로제타호의 탐사로봇 ‘필레’(Philae)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혜성 표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유럽우주국(ESA) 관제센터는 2004년 3월 발사한 무인 우주선 로제타호는 10년 8개월 동안 65억km를 비행한 끝에 12일 오후(세계 표준시 기준) 혜성 ‘67/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67P)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고 발표했다.



안드레아 아코마조 ESA 비행 책임자는 “필레가 표면에 도착했다는 착륙 신호를 보내왔다”고 전했으며, 장 자크 도르댕 ESA 사무총장은 “혜성 착륙은 우리가 제일 먼저 했다”며 기뻐했다.



로제타호는 2008년 9월 지구에서 약 3억6천만km 떨어진 지름 4.6km의 스타인스 소행성에 800km 이내로 접근해 표면을 근접 촬영함으로써 원거리 혜성 탐사의 첫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어 지난 2010년 7월 소행성 루테시아에 3천여km까지 접근, 찌그러진 감자 모양의 이 소행성이 두꺼운 파편 먼지를 두르고 있음을 밝혀냈다. 로제타호가 루테시아를 촬영한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이 소행성의 표면이 오랜 세월 무수한 천체의 충돌로 부서진 모습을 하고 있으며 그 질감은 지구의 달과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이후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자 2011년 6월 동면에 들어가 비행하다가 올해 1월 2년 반 넘는 동면을 끝내고 작동을 재개해 지난 8월 67P의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우주 탐사 역사의 가장 큰 ‘도박’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번 혜성 탐사에는 총 13억 유로(약 1조7천800억원)가 들었고 준비와 항해에 20년 이상이 걸렸다.



ESA는 “탐사 로봇 필레는 혜성에서 수집한 상당량의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기 시작했지만 착륙 당시 고정장치인 작살 2개가 제대로 발사되지 않아 아직 화성 표면에 몸체를 고정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어떤 상황인지 완전히 파악된 것은 아니다. 무선 신호가 불안정한 것으로 보아 필레가 부드러운 모래 위에 착륙했거나 살짝 튀어 올랐다가 다시 내려앉았을 수 있다”며 “현재 필레와 로제타호 간 무선 연결이 끊어진 상태지만 이는 예견된 것이라면서 13일 연결이 정상화되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필레는 세계 표준시 기준으로 이날 오전 8시 35분 모선인 로제타호를 떠나 약22.5km를 낙하하고서 7시간 만에 이 혜성 표면 ‘아질키아’에 안착했다. 아질키아는 67P 혜성에서 상대적으로 평평한 지역이라 지난 9월 착륙 지점으로 확정됐다.



무게가 100kg가량 되는 필레는 중력이 거의 없는 67P에 착륙함과 동시에 튕겨 나가지 않도록 드릴 장치와 작살을 이용해 표면에 몸체 고정을 시도했다.



태양 주위를 6년 반에 한 바퀴씩 도는 67P 혜성은 고무오리 장난감처럼 2개의 큰 덩이가 목으로 연결된 모습이어서 ‘오리 혜성’으로도 불리며 지구에서 5억 1천만km 떨어져 있다.



필레가 기온이 낮은 67P에서 얼마나 오래 정상적으로 작동할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2~3일 가량 자체 에너지를 이용해 작동하고 이후에는 몸체를 둘러싼 태양전지판으로 충전한다.



필레는 혜성에 착륙하고서 곧바로 주변 사진을 촬영해 보낼 예정이며, 표면에서 30cm가량 아래에 있는 토양을 채취해 화학적으로 분석하는 등 최소 3개월가량 탐사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로제타호도 필레와 함께 67P 궤도를 돌면서 혜성 관찰을 계속한다. ‘더러운 눈덩이’로 불리는 혜성은 약 46억 년 전 태양계 형성 당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로제타호와 필레가 보내오는 자료를 분석하면 태양계 진화 역사와 나이가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데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초의 인공위성은 옛 소련, 달 착륙은 미국에 선수를 빼앗긴 유럽은 미개척 분야인 혜성 탐사로 유럽의 우주 항공 기술력을 세계에 알렸다.



한편 로제타호의 이름은 이집트 ‘로제타석’에서, 필레는 이집트 나일강 지역의 ‘필레 오벨리스크’에서 따온 것으로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가 됐던 로제타와 필레처럼 혜성 탐사를 통해 태양계의 비밀을 밝히려는 열망이 표현돼 있다.

김수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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