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코미디' 퀴즈왕, 장진식 수다 + 장진사단 존재감 = "화려하거나, 산만하거나"
문화 2010/09/09 14:30 입력 | 2010/09/09 15: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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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극장가에 오랫만에 코미디 영화가 선보인다. 특유의 화법으로 재기 넘치는 '코미디'를 만들어내는 장진 감독의 일명 '장진사단'이라고 불리는 배우들과 함께 '퀴즈왕'으로 돌아왔다.



'퀴즈왕'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강변북로 4중 연쇄추돌 교통사고로 얽힌 캐릭터들이 피해 여성의 소지품에서 퀴즈쇼 30번째 정답을 발견하고 100억원이 넘는 상금으로 '인생 역전'을 꿈꾸며 퀴즈쇼에 도전한다. 이 과정에서 김수로, 한재석, 류승룡, 심은경, 류덕환, 장영남 등 20여명의 인물들이 코믹 앙상블을 빚어낸다.



한정된 공간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능숙한 장진 감독은 경찰서와 퀴즈쇼 세트장이라는 공간안에서 재간을 부린다. 몸개그나 말장난이 아닌 캐릭터들이 쏟아내는 '장진식 수다'는 퀴즈왕이 여타의 코미디와 차별화되는 지점이자, 이 영화의 장점이다.



"한 사람이 한 번씩만 웃겨도 얼마나 웃음이 많겠느냐"는 장진 감독의 공언처럼 영화는 초반부터 '깨알같은' 웃음을 쏟아낸다. '모든 권력은 MB에게서 나온다' 등의 대사에서 볼 수 있는 풍자 개그도 눈길을 끈다. 리허설을 꼼꼼히 하기로 소문난 장진 감독의 영화사상 처음으로 애드리브를 허락받은(?) 김수로의 자유분방한 연기도 일품이다. 그러나 크게 터지는 한방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초반부터 웃음의 '수'로 밀어붙이는 '퀴즈왕'은 후반부에서는 소시민들의 삶을 조명한다. 전작인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대통령이라는 특별한 인물의 평범한 면모를 그려냈던 장진의 시선은 '철가방'이라고 불리는 배달원, 노름에 빠져있는 남편, 식물인간 아내를 보살피며 아들의 '퀴즈왕' 등극을 위해 애쓰는 아버지 등 평범한 인물들의 애환을 따뜻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까닭에 심도있는 이야기로는 이어지지 못한다. 퀴즈쇼가 끝난 이후 소시민들의 삶의 변화나 갈등의 결과, 지용(이지용)과 상길(한재석)의 교감 등이 확실한 매듭을 짓지 못한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관객들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장진 감독은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다보니 그들의 상황이나 배경등을 너무 자세하게 표현하면 영화가 너무 설명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굳이 하나하나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퀴즈왕'에는 눈에 보이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지만 카메오로 출연한 신하균, 정재영, 고은미, 임원희를 비롯해 장진 사단을 한 자리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과 배우, 감독 모두에게 의미가 깊은 영화다. 장진 감독은 "사실은 영화가 이렇게 커질줄 몰랐다. 상업적인 평가를 넘어서서 오랫동안 함께 해온 배우들과 즐겁게 놀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개봉을 못하게 되면 3-40개관에서라도 개봉을 해서 우리끼리 볼 생각이었다"고 배경을 전했다. 16일 개봉.





황유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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