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로율 99.9% 향해…영화 '이끼'가 흥미로운 세 가지 이유
문화 2010/07/05 18:29 입력 | 2010/07/06 10: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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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을 지키려는 자들과 비밀을 밝혀내려하는 자의 2시간 38분의 싸움. 영화 ‘이끼’







#.싱크로율 99.9?



영화 ‘이끼’는 윤태호 원작의 웹툰 ‘이끼’를 영화화 했다. 그래서일까 초반 캐스팅 과정부터 말이 많았다. 웹툰 ‘이끼’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은 싱크로율 100%었으면 하는 바램에 ‘정재영’이라는 실력있는 연기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천용덕 이장’자질을 의심했다. 특히나 원작속 이장은 흰머리가 히끗히끗한 70대의 할아버지 아닌가.



이런 마니아들의 의심 속에 캐스팅을 한 강우석 감독은 감독대로, 캐스팅 된 정재영은 정재영대로 힘들었을 것이다. 이미 정재영은 제작발표회나 시사회를 통해“초반 캐스팅 때 원작 천용덕의 이미지와 달라 논란이 많았다.”며 부담감을 토로했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이끼’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리얼리티’였다고. ‘리얼리티’를 위해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들어 낸 미술세트에 이어 정재영의 리얼한 70대 노인 변신이 이번 작품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라고 한다.



이에 개봉 전 공개된 40대 정재영의 70대 ‘이장’분장은 원작과 똑같이 같진 않더라도 40대 정재영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 정말 70대가 된 듯한 느낌은 받았으니 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정재영뿐만 아니라 허준호, 김상호, 김준배등 배우들의 노인분장은 시대를 초월한 실감나는 연기와 더불어 싱크로율 99.9%를 만들어주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





#. ‘잘한다 잘한다’ 했지만 이렇게 까지?



‘이끼’ 출연배우들은 입을 모아 연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박해일은 영화초반까지 감을 잡지 못해 강우석 감독을 피해 다녔다고 하고, 유해진은 몰입을 위해 홀로 제주행을 택하기 까지 했다고. 이렇게 연기파 배우들도 어려워하는 이끼의 캐릭터들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 아니다.



겉 보이게는 동네 순박한 노인 같지만 섬뜩한 카리스마를 지닌 이장을 연기하는 정재영.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미스테리한 유선, 극중 가장 많이 뛰고 맞은 박해일등. 하지만 이들은 비밀을 간직한 인물들의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탄생 시켰다. 그것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특히, 연기를 잘 하는 줄을 알았지만 그 존재감이 미친듯이 크게 느껴진 사람은 바로 유해진.



유해진이 연기한 ‘김덕천’은 천용덕 이장의 오른팔로 동네의 대소사를 책임지는 마을 청년으로 순진한 건지 바보인지 모를 정도로 이장이 시키는 일은 목숨 걸고 해내지만 이장의 눈빛 한번에 고개를 숙여버리는 그에게서는 이장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극중 유해진은 팽팽하게 흘러가던 극의 긴장감을 조금씩 풀어주면서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관객의 긴장을 풀어주며 더욱 극에 몰입 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속사포처럼 대사를 토해내는 듯한 연기를 한 유해진은 실제로 감정적으로 예민한 장면이라 촬영 현장에서도 따로 떨어져 감정을 만들었다고. 이 장면에서는 마치 뭐에 홀린 것 마냥 대사를 쏟아내며 광기에 치달은 사람처럼 보여 보는 사람도 모르는 사이 그의 연기에 빨려 들게 했다.







#. 다른 0.1 %



최근 종영한 한 드라마는 탄탄한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흥행성 짙은 연기자들과 물량공세로 초반엔 홍보의 덕을 봤지만 얼마 안가 B급 드라마로 전락해버렸다. 아무리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다른 컨텐츠를 만들려 해도 B급이 되는 건 한끝차이인가보다.



강우석 감독은 “결말을 먼저 생각하고 거꾸로 풀어 올라갔다”말할 정도로 결말에 힘을 실었다. 감독은 초반 부분은 윤태호 작가의 웹툰 ‘이끼’의 내용대로 최대한 웹툰 ‘이끼’스럽게 표현하려고 한 반면 결말만큼은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감독은 “만화든 소설이든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새롭게 한편의 시나리오를 창작하는 고통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원작을 재현해 내야한다는 부담이 컸을 터.



런닝타임 2시간 38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영화에서 감독은 최대한 원작을 살리고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말을 전했다. 이게 바로 강우석의 힘이 아닐까.



김미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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