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원’짜리 日 ‘막장’ 양심, 그 끝은?
경제 2010/01/07 18:04 입력 | 2010/01/08 16: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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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국내 강제 징용 노동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지급하지 않은 임금 기록을 오는 3월 제공한다고 밝혀 다시 한번 일본 기업의 태도와 양심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7일 일본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 징용됐던 한국 민간인들에게 일본 기업들이 지급하지 않은 '미지급 임금 기록'을 한국 정부에 오는 3월 제공키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양도될 공문서에 따르면 당시 임금을 지불 받지 못한 한국인은 20만 명이 넘으며, 총액은 60여 년 전 액면으로 2억 엔에 달한다.



이번 공문서 공개에 따라 강제 징용 노동자들의 보상 문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과 보름 전 일본이 비슷한 형태의 강제징용 노동자 보상금 소송서 ‘과자 한 봉지 값’ 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값 싼’ 양심을 드러낸 바 있어 향후 진행될 소송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한층 날카롭게 쏠리고 있다.





# 일본, 국내 강제징용 노동자에 1300원 송금해



지난 1998년 태평양 전쟁 당시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강제노동에 동원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유족 8명이 후생연금탈퇴수당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긴 시간 침묵하던 일본 정부가 지난 2009년 12월 이들에게 달랑 1300원(엔화 99엔) 씩을 계좌로 송금했다.



일본 사회 보험청은 이 같은 금액 책정에 대해 당시 강제동원과 노동 강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물가상승을 감안한 재평가 법 조항이 없어 당시 금액 그대로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저분한 변명을 남기며 상황을 일단락 시켰다.





# 국민 "대한민국 국격 무시한 처사" 분노



국민들은 일본 사회보험청의 ‘99엔 망동’을 통해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에 큰 절망감을 느꼈다.



무엇보다 국가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일본 정부의 편파적인 과거사 정리 모습에 국민들은 이번 일이 대한민국의 국가 자격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로 지난 1995년 일본 정부는 대만 인들이 제기한 비슷한 소송에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120배로 환산해 지급했던 전례도 있어 일본의 안하무인 태도는 쉽게 설득되지 않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한국인 피해자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패전 당시 지불했어야 할 돈을 뒤늦게 돌려주면서 화폐가치조차 반영하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일본 정부 막장 양심, 기업이 나서야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끌려가 노동을 강요당한 한국의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게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1300원씩 지급했다는 소식은 분노를 넘어 말문을 막히게 한다.



어린 10대 소녀들에게 돈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급여는 고사하고 강제노역을 시킨 대가가 고작 과자 한 봉지였던 것이다.



가까운 과거에 전례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당시 화폐가치로 지급한다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서 청구자들과 국민을 우롱하려는 처사가 아니고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의지와 성의만 있다면 방법을 왜 못 찾을까. 일본 정부가 두루뭉술 한 법 조항을 내세워 피해자들에게 보상 범위를 제한할 수 밖에 없다면, 당시 강제징용 노동자를 고용했던 일본 기업들이 나서야 한다. 이는 당연한 순서다.



전쟁 패망국이었던 일본 경제는 질풍같이 성장했다. 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선 것은 1984년, 4년 후 2만 달러, 다시 4년 후 3만 달러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또 4만 달러를 돌파한 것은 3년 후인 1995년이었다. 1만달러에서 4만달러로 비약하는 데 고작 11년이 걸린 것이다. 세계에서 유래 없는 초고속 성장을 보이며 선진국이 됐다.



그리고 이런 일본 경제의 선진국이 되는 데 큰 기여를 했던 대상으로 늘 긴 전통과 역사를 가진 기업과 그 기업을 자자손손 잇는 기업가들이 회자됐다. 하루가 멀다 하고 흥망이 잦은 국내 기업 패러다임과 달리, 다수 포진돼 있는 일본의 100년 기업들은 늘 세계 각국 경제의 본보기였다.



그런데, 이런 일본의 장수 기업과 선진화 대열 합류가 이처럼 전시에 타국의 노동자들을 후려쳐서 일군 것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이번 일은 단순히 국가적 과거사 정리와 한일 국가적 관계 개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일본 산업의 첨병이 되는 기업 이미지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내년 봄, 미지급 임금 기록이 일본서 우리 정부에 전달됨에 따라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다.



이 때도 일본 정부가 교묘한 법망과 계산법으로 국민을 우롱할 것인지, 또 그런 정부 뒤에 숨어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인 각 기업들이 뒷짐지고만 있을 지 그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김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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