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아파트 화재, 130여명 사상 대규모 피해…주차장 오토바이서 최초 발화, 원인은?
정치 2015/01/11 00:51 입력 | 2015/01/11 03: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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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진 소방관



의정부 아파트 화재, 거주하던 새내기 소방관 덕에 더 큰 참사 막았다…초기 진압 실패 원인은? 건물구조와 방재 시스템 문제



안병용 의정부 시장 “부상자 치료비용 보증…대피소서 밤 새우겠다” 주민대책위 구성




[디오데오 뉴스] 경기도 의정부 도심 아파트 등 건물 3동에 화재가 발생해 1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0일 오전 9시 27분께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0층짜리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불이 났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으며, 소방당국은 6분 만인 33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불길은 삽시간에 건물 꼭대기 층인 10층으로 번지고 인접한 10층·15층 아파트 2동과 5층 숙박업소 건물, 단독주택 등으로 옮겨 붙어 피해 규모가 커졌다.



당초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 차량에서 불이 난 것으로 알려져 과열 등을 추정했으나, 소방당국과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1층 우편함 옆에 주차된 4륜 오토바이에서 최초 불이 시작된 것을 확인했다. CCTV 영상에는 이 아파트 거주민 A씨가 오토바이를 1분여 동안 만지고 나서 위층으로 올라가고 이어 불이 나는 장면이 담겼다.



이에 경찰은 오토바이 주인 A씨를 불러 화재 원인과 연관이 있는지 조사 할 예정이며, A씨 역시 화재로 부상해 치료 중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오토바이를 수거해 정밀 감식에 들어갔으며, 방화인지 엔진 과열 등에 의한 사고인지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화재로 4명이 숨졌으며, 건물 안에 있던 주민 120여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부상해 인근 병원으로 분산 치료 중이고, 이 가운데 10명은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날 당시 3개 아파트 주민이 170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인명피해가 상당히 컸다.



건물 구조와 방재 시스템이 문제였다.



건물은 1층이 주차장, 2층 이상이 주거시설인 필라형 구조로, 불길과 유독 연기가 복도 계단을 타고 바로 위쪽으로 퍼져 올라가 주민들이 1층 출구로 나오기 쉽지 않았고, 한 층에 10가구가량의 원룸 형태로 돼 있어 신속한 대피도 어려웠다. 주차장도 건물 2채 주민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돼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오토바이에서 발생한 불은 1층 주차장에 있던 차량에 옮겨 붙었고, 차량이 폭발하며 불길이 1층 주차장과 현관 입구 등으로 옮겨 붙었고 유독가스를 머금은 연기가 급속히 확산, 불길을 잡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연기와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1층에서 10층으로 번졌고, 건물 간 거리가 1~2m 밖에 안돼 불길이 삽시간에 번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화재가 난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1층 주차장에서 불길과 연기가 무섭게 치솟고 번지는 상황이었다.



1층 출입구가 막히자 주민들이 갇혔다가 건물 안으로 진입한 소방관의 도움으로 대피했다. 위험을 무릎쓰고 벽을 타고 내려온 주민들도 있었으며, 저층 주민들은 창문을 통해 옆 건물 베란다 등으로 뛰어내리다 다치기도 했다. 일부 주민은 옥상으로 피신, 소방헬기 4대에 의해 구조됐다.



또한 최초 불이 난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아파트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고, 화재경보 시스템과 소화전 등 시설만 설치돼 있다. 현행 소방법에 따르면 아파트는 11층 이상일 경우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다. 특히 대봉그린아파트는 ‘드라이비트’라는 스티로폼이 들어 있는 단열재로 마감 처리돼 불이 외벽을 타고 급속도로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값이 싸고 시공이 간편해 많이 사용되지만 불에 약한 것이 문제다. 드림타운 왼편의 15층짜리인 해뜨는마을아파트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으며 외벽이 타던 초기엔 작동하지 않았으나 내부에 불이 번지면서 작동했다.



해뜨는마을아파트와 드림타운 사이에 있는 주차타워는 화재로 모두 소실돼 소방설비 작동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도 1천여 명을 동원, 인명 구조에 나섰고, 주민을 구조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던 경찰관 2명도 갇혀 7층에 있던 1명은 사다리차로 구조됐다.



소방당국은 헬기 4대 등 장비 155대와 소방관 500명을 동원했지만, 진입로가 좁고 건물 뒤편이 지하철 철로여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가구들이 잘게 나뉘어 있고 집집마다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가 불을 끄고 구조하느라 진압이 더뎠던 것으로 보인다.



불은 발생 2시간여만인 이날 오전 11시 44분께 진화됐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으며, 방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모두 4명이고, 부상자 수는 124명이다. 기존 부상자 100명에서 스스로 탈출했다가 야간에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줄을 이어 부상자 수가 24명 증가했다.



의정부시는 인근 경의초등학교에서 이재민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오후 7시 현재 이재민 77명이 임시대피소에서 지내고 있으며, 경미한 부상자 등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재민이 최대 200명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경진(26·여)씨는 건물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안현순(67·여)씨와 윤효정(29·여)씨는 연기를 마셔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 사망했다. 이광혁(44)씨는 화재 진압 후 소방관들이 2~4층을 수색하다 숨진 것을 발견했다.



한편 의정부 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불이 난 의정부시 그린아파트 8층에 사는 진옥진(34) 소방관이 주민들을 신속하게 옥상으로 대피시켜 더 큰 참사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 소방사는 이날 ‘비번’ 근무자로, 집에서 쉬고 있었으며, 불이 난 사실을 알아채자마자 주민들을 옥상으로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아래층에서 불이 번지고 있다는 판단에, 절대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지 말 것을 강조하며, 진 소방사는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며 주민들을 옥상으로 유도했다.



10층 건물 옥상으로도 삽시간에 피어오르는 연기 탓에 점점 더 위험한 상황에 놓였고, 진 소방사는 이때 아직 연기가 많이 퍼지지 않은 옆 동 옥상에 판자를 대어 주민들을 이동시켜 주민 13명은 모두 구조됐다. 연기를 들이마신 진 소방사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 소방사는 지난해 5월 의정부소방서 송산119안전센터에 임용돼 근무해온 새내기 소방관으로 “너무 무서웠으나 직업이 소방관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순간적으로 생각해, 정신을 차리고 평소에 배운 대로 했다”고 전했다.



◇ 사망자



▲ 추병원 = 한경진(26·여) ▲ 의정부의료원 = 안현순(68·여) ▲ 의정부성모병원 = 이광혁(44) ▲ 의정부백병원 = 윤효정(29·여)

김수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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