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잿물 해삼', 팔다 걸린 사람만 잘못한 게 아니다
기타 2011/04/21 15:51 입력 | 2011/04/21 15:53 수정

해외에서 들여온 말린 해삼(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어수선한 세상에 먹을 것 하나 제대로 안심하고 못 먹는 세상이 되었다는 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근 몇 해 동안 저 너머 중국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사례를 접하면서, 마냥 남의 일로만 생각하고 저 뒤편으로 잊어버리고 있었던 안 좋은 추억을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어제(20일) 참으로 기가 찬 뉴스 하나가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다. 수산물의 중량을 늘리기 위해 사람이 절대 먹어서는 안 될 가성소다 용액, 속칭 '양잿물'로 불리는 액체에 담가놨다가 꺼내 팔았다는 뉴스였다.
인체에 들어가는 순간 복통과 구토를 일으키는 무시무시한 액체, 빨래비누가 없던 시절 볏짚을 태워 그 재를 타서 만들었다는 물질, 유난히도 독해서 손을 대고 나면 손바닥이 헐어서 회복하는 데 시간 꽤나 걸렸다는 어머니의 말이 생각났다.
이번에 적발된 일당의 주범이 이 방법을 알아냈다는 게 벌써 11년전인데 이제야 발각되었다. 그 오랜 세월동안 그 양잿물이 부지불식간에 우리들이 먹었을 소라와 해삼의 살들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이 지금이 맞는지 확인해보려 시계를 다시 한 번 봤고, 달력을 다시 한 번 쳐다봤다. 분명히 2011년에 살고 있었다. 시계는 제 방향으로 잘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TV 속에서 보았던 그 모습은 1981년, 1991년에 일어날 만한 모습들이었다.
어렸을 적, '뉴스데스크'나 '뉴스 9' 같은 메인뉴스를 보다보면 몇 살 먹지 않은 내가 보아도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들이 꽤나 많이 비춰졌었다. 설탕을 걸쭉하게 만들어 꿀처럼 보이게 한다던가, 페인트에 가까운 빨간 색소로 물을 들여 고춧가루를 그럴듯하게 보인다던가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가장 어이없었던 건 도축 직전의 소들에게 억지로 수돗물을 먹여 무게를 늘린 뒤 도축하던 뉴스였다. 그렇게 말도 안되고 잔인한 방법을 써가면서 사람 먹을 거라고 거리낌없이 내놓던 시절이 그리 오래 전 이야기가 아니다.
나라가 국격을 논하고 대외적인 치레에 신경쓰느라 바쁠 때 어김없이 이런 뉴스들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금도 결코 다르지 않다. 20년전에도, 아니 그 훨씬 이전부터 지탄받아왔을 내용들은 뻔하다. 상도덕을 논했을 것이고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윤리를 논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닥칠 먹거리에 대한 끝모를 불신을 걱정했을 것이다. 그런 고민이 지금 우리 나라 안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흔히 넘어설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뜻하는 신조어로 '넘4벽'이라는 말이 쓰이곤 한다. 나라 사이의 레벨을 따지자는 건 아니지만 이런 일 자체가 빈번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에 놓인 '넘4벽'은 이러한 문제를 관리 감독하는 당국의 의지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듣자하니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해경 쪽에서도 "10년씩이나 범행을 저질러 왔으니 감독기관 공무원과의 유착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듯한데, 그렇지 않길 바라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래왔었기 때문에' 너무도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결하고 신뢰성 있는 먹거리를 만드는 나라들은 굴뚝산업을 키우고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데 혈안이 된 나라들과 이미지 자체가 다르게 기억되어 있다. 먹거리 문제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만만찮게 큰 요소라는 것을 설마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여기고 싶을 뿐이다.
노광명 기자 [email protected]
어제(20일) 참으로 기가 찬 뉴스 하나가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다. 수산물의 중량을 늘리기 위해 사람이 절대 먹어서는 안 될 가성소다 용액, 속칭 '양잿물'로 불리는 액체에 담가놨다가 꺼내 팔았다는 뉴스였다.
인체에 들어가는 순간 복통과 구토를 일으키는 무시무시한 액체, 빨래비누가 없던 시절 볏짚을 태워 그 재를 타서 만들었다는 물질, 유난히도 독해서 손을 대고 나면 손바닥이 헐어서 회복하는 데 시간 꽤나 걸렸다는 어머니의 말이 생각났다.
이번에 적발된 일당의 주범이 이 방법을 알아냈다는 게 벌써 11년전인데 이제야 발각되었다. 그 오랜 세월동안 그 양잿물이 부지불식간에 우리들이 먹었을 소라와 해삼의 살들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이 지금이 맞는지 확인해보려 시계를 다시 한 번 봤고, 달력을 다시 한 번 쳐다봤다. 분명히 2011년에 살고 있었다. 시계는 제 방향으로 잘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TV 속에서 보았던 그 모습은 1981년, 1991년에 일어날 만한 모습들이었다.
어렸을 적, '뉴스데스크'나 '뉴스 9' 같은 메인뉴스를 보다보면 몇 살 먹지 않은 내가 보아도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들이 꽤나 많이 비춰졌었다. 설탕을 걸쭉하게 만들어 꿀처럼 보이게 한다던가, 페인트에 가까운 빨간 색소로 물을 들여 고춧가루를 그럴듯하게 보인다던가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가장 어이없었던 건 도축 직전의 소들에게 억지로 수돗물을 먹여 무게를 늘린 뒤 도축하던 뉴스였다. 그렇게 말도 안되고 잔인한 방법을 써가면서 사람 먹을 거라고 거리낌없이 내놓던 시절이 그리 오래 전 이야기가 아니다.
나라가 국격을 논하고 대외적인 치레에 신경쓰느라 바쁠 때 어김없이 이런 뉴스들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금도 결코 다르지 않다. 20년전에도, 아니 그 훨씬 이전부터 지탄받아왔을 내용들은 뻔하다. 상도덕을 논했을 것이고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윤리를 논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닥칠 먹거리에 대한 끝모를 불신을 걱정했을 것이다. 그런 고민이 지금 우리 나라 안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흔히 넘어설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뜻하는 신조어로 '넘4벽'이라는 말이 쓰이곤 한다. 나라 사이의 레벨을 따지자는 건 아니지만 이런 일 자체가 빈번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에 놓인 '넘4벽'은 이러한 문제를 관리 감독하는 당국의 의지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듣자하니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해경 쪽에서도 "10년씩이나 범행을 저질러 왔으니 감독기관 공무원과의 유착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듯한데, 그렇지 않길 바라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래왔었기 때문에' 너무도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결하고 신뢰성 있는 먹거리를 만드는 나라들은 굴뚝산업을 키우고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데 혈안이 된 나라들과 이미지 자체가 다르게 기억되어 있다. 먹거리 문제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만만찮게 큰 요소라는 것을 설마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여기고 싶을 뿐이다.
노광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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