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지켜온 남한최고 원시림, 스키경기장 들어선다 '규제회의 7일만에..'
정치 2014/03/28 16:32 입력 | 2014/03/28 16:43 수정

100%x200
100%x200

제공=연합뉴스

100%x200

제공=연합뉴스/가리왕산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사향노루, 담비, 삵, 하늘다람쥐

[디오데오 뉴스] 500년 이상 원시림이 보존돼 온 가리왕산의 산지에 스키경기장 건설이 사실상 확정됐다.



27일 오전 산림청은 중앙산지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활강·슈퍼대회전 경기장 건설 예정지인 가리왕산 일부 산지 전용 허가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스키 활강 경기장은 정선 가리왕산 중봉에 259만㎡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점검회의 이후 단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가리왕산 개발이 가능하도록 일부 형질이 급작스럽게 변경된 것이다. ‘끝장토론’이라는 타이틀답게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이 아닐 수 없다.



가리왕산은 조선 시대부터 500년 이상 국가가 보호해 온 남한 최고의 원시림이다. 임업시험장과 국립수목원에서 식물 보전 관련 업무를 하다 정년 퇴임한 이병천 회장은 “전국에서 주목이 어린 개체부터 수백 년 된 노거수까지 세대별로 출현하는 곳은 내륙에서 가리왕산이 유일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2012년 6월 가리왕산 중봉 지역이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활강 경기장으로 결정되면서, 500년 이상 보호된 숲을 단 보름 동안 열리는 올림픽을 위해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2월 23일 막을 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비추어 보자면, 알파인스키 활강·슈퍼대회전 경기장을 사용한 것은 단 6일에 불과했다.



강원도 평창올림픽유치지원단은 “스키장 건설로 훼손되는 유전자원보호림 면적의 두 배를 백두대간 지역에 이식·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지난 1997년 무주·전주 겨울유니버시아드대회 때도 특별법을 만들어 스키장 건설 지역의 수목들을 인근지역으로 이식했지만, 대부분 고사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에 의하면, 활강 경기장 건설로 훼손되는 나무는 모두 약 50,000그루다. 그러나 산림청이 활강경기장 건설 예정지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심기로 한 나무는 단 121그루에 불과하다.



벌채·벌목·훼손될 4만여 그루의 나무는 제쳐놓고 보더라도 이식한 121그루의 나무의 생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최송현 부산대 교수(조경학)는 “다 자란 나무를 옮겨 심으면 생존 확률이 극히 희박하다”며 “숲 전체에 대한 정밀조사와 뿌리가 다치지 않는 이식방법, 엄격한 사후관리 등에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가리왕산이 경기장 건설의 유일한 대안이라면, 복원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경기장 건설 보류가 규제로 지적되자 속전속결로 경기장 건설이 확정됐다,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은 규제개혁이 아닌 ‘파괴 드라이브’다”라고 비판했다.



이뿐만 아니라, 경기장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도 문제지만 이후 관리·유지를 위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이 또한 국민의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경준 원주환경운동연합 팀장의 지적이다. 김 팀장은 “사후에 이 정도의 경기시설을 유지·관리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고, 이를 위해선 추가로 혈세 투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이미 무주에서 확인된 바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 반대 운동에 나서기 위한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앞서 1998년 일본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이 환경 파괴 논란 탓에 대회 개최 1년 전에 바뀐 전례가 있기에 환경단체들은 실제 착공기 들어가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혜미 기자 [email protected]



뉴스&핫이슈! 디오데오(www.diodeo.com)
Copyrightⓒ 디오데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