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들, 대선관련 보도 제작거부 결의…‘박근혜 감싸기에 반발’
정치 2012/12/07 16:05 입력 | 2013/01/08 12: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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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시사기획 창> ‘대선 특별기획 1부-대선후보를 말한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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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디오데오뉴스 = 김동호 기자] KBS 기자들이 대선관련 보도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제작거부를 결의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득권의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감싸기’였다.



이번일이 발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5일, KBS 이사들이 대선 특별기획 <대선후보를 말한다>편이 박 후보에게 불리한 보도였다고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여당 추천을 받은 한진만 이사는 “아이템별로 여야 후보를 비교하지 않고 통째로 나눠 박 후보에 대한 내용을 먼저 내보낸 점 등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야당 추천을 받은 김주언 이사도 “여당 쪽 이사들이 ‘박 후보에 대한 검증 편이 문 후보에 비해 너무 속속들이 파헤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KBS 길환영 사장이 ‘편파시비 소지가 있다’, ‘게이트키핑에 문제가 있다’, ‘사전 심의 강화와 재발방지에 힘쓰겠다’등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이에 해당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김진석 대선후보진실검증단장은 다음 날 검증단장직 사의를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자, 보다 못한 기자들이 나섰다. KBS 기자협회는 6일 오후 긴급 기자총회를 열어 ‘대선후보검증단에 대한 길환영 사장의 부당개입을 규탄하고 대선 관련 보도의 공정성 확보와 제작자율성을 수호하기 위한 제작거부 의결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했다. 그 결과 투표자 183명(재적 483명) 가운데 174명(95.1%)이 찬성표를 던져 즉시 제작거부를 결의했다.



이에 대해 함철 KBS 기자협회장은 “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신임 사장과 여당추천 이사진들의 KBS) 무력화 기도가 본격화돼 이를 방치했다가는 기자들이 더 이상 여당 비판은커녕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겠다는 위기감에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KBS 보도본부 국장단 일동은 같은 날 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기자협회가 제작 거부 결의를 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며 “자칫 정치권에 이용될 수 있고 국민적인 동의도 받기 어렵다. 성숙된 사고를 갖고 자제해주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함 협회장은 “(제작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지금까지 해왔다면 기자들이 이런 결정까지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번 사태는 대선을 2주 앞둔 상황에서 발생해 대선후보의 지지율로 직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기득권의 ‘박 후보 감싸기’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보수진영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방송사의 공정성 논란이 박 후보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동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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