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대자보 화제, 학교측 철거 "내부규정 때문… 징계는 사실무근"
정치 2013/12/17 10:15 입력 | 2013/12/20 17: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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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디오데오 뉴스] 여고생의 대자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6일, 대전에 있는 서대전여자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학교 건불벽에 고대 주현우 씨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답하는 ‘아니요, 안녕하지 못합니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해당 대자보는 SNS 매체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고, 특히 서울대 교수 조국 씨가 트위터를 통해 이를 소개해 ‘여고생의 개념 대자보’란 이름으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해당 대자보는 학교 측에 의해 바로 철거됐고 해당 대자보를 작성한 여학생 이 모 양이 징계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서대전여고의 신영길 교장은 언론인터뷰를 통해 “대자보를 작성한 해당 학생을 직접 만나봤다”며 “학교 측이 해당 학생을 질책해 징계를 내리겠다는 이야기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신 씨는 이어 “대자보를 작성한 이 양이 이번 일로 인해 사회적으로 파장이 커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라며 “현재 학생이 작성한 대자보는 내부 규정상 게시가 허용되지 않아 철거된 상태”라며 “학생이 이번 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학교의 책임자로서 최대한 보호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서대전 여자고등학교에 부착된 이 모 양 학생의 대자보 전문이다.



“아니요, 안녕하지 못합니다.



저는 고려대에서 들려온 물음에 답할 수 없습니다.

서울과 떨어진 지방인데다가 고등학생이니 쉽게 공감하지 못할 거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곧 그런 제가 창피해졌습니다. 정부에 의해 시민이 부당하게 억압받는 시국에 안녕 못한다고 말하지 못하면서 과연 내가 사회에 나가서 시민의 권리를 요구할 자격이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그리 먼 남의 일이 아닙니다. 공무원이신 고모, 코레일 직원이신 외삼촌, 전교조 선생님, 쌍용차 해고노동자이신 큰아버지, 삼성 다니는 사촌오빠, 밀양 사시는 할아버지, 청소노동자이신 고모할머니…….



그리고 우리는 사회의 노동자가 됩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여전한 상황에서 부당해고된 노동자들에겐 46억 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더니 이번엔 직위해제랍니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증거가 쏟아지자 어만 전교조와 전공노를 잡습니다.



명백한 노조와 공안탄압이지요. 대한민국 제1대 기업인 삼성은 노조를 탄압하고 대한민국이란 기업도 노조를 없애버릴 모양입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불법선거라고 말했더니 제명이 요구되고 정부정책에 반대하면 불법시위이고 여전히 비정규직에 불안한 고통 속에서 노조를 탄압하는 사회노동자로 살아갈 여러분은 안녕들 하십니까?



불행히도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버스보다 철도를 더 많이 이용했는데 이젠 철도도 모자라 비행기도 너무 비싸 못 탈것 같아 안녕하지 못합니다.



나와 학모님보다는 당장 편찮으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돈 걱정 없이 병원 못 가실까 봐 안녕 못합니다. 중학생인 사촌 동생이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위안부로 일본 군인들을 쫓아다녔다고 배울까 봐 안녕 못합니다.



매주 토요일 서울 시청광장에선 몇만 명이 시민이 촛불을 드는데 정책 TV에선 촛자도 볼 수 없어 안녕 못합니다. 4대강 이명박 가카가 그리워진다는 웃지 못할 농담이 통하는 우리나라 현실이 슬퍼 안녕 못합니다. 수없이 많은 분이 피로 세운 민주주의가 이리도 쉽게 무너지는 것에 억장이 무너지는 듯해 안녕 못합니다.



어떤 유명하신 분들은 이건 진보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과 비양심, 도덕과 비도덕,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저는 우리가 모두 어떤 정치관을 갖는 것보다 상식으로 판단하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행동하는 양심이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2013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안녕하십니까. 또다시 약자에게 칼을 겨누는 박근혜 정부 앞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서대전여고 1학년 이○○

최혜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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