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구형 불구 끝까지 반성 없었다 “사무장·승무원 탓…회항 결정은 기장 몫”
사회 2015/02/03 13:5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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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징역 3년 구형, 조현아-박창진 사무장 같은 눈물 다른 의미…“‘갑질’ 오너 일가, 변할 수 있을까?”
검찰, ‘반성없는’ 조현아에 징역 3년 구형 ‘끝까지 남탓’…박 사무장 “더 큰 경영자 되는 발판 삼기를”

[디오데오 뉴스] 김수정 기자 = ‘땅콩 갑질’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이 구형됐다.

2일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사적인 권위로 법질서를 무력화하고 공적 운송수단을 사적으로 통제함으로써 항공기의 안전을 위협한 중대한 범죄”라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사무장 등에 대한 폭행과 폭언 등에 대해 늦게나마 검찰에서 잘못을 일부 인정했으나 여전히 자신의 문책지시는 정당하다면서 끝까지 승무원과 사무장 탓으로 돌리고 있다. 언론을 통해 한 사과와 반성은 비난 여론에 못 이겨 한 것일 뿐 진지한 자성의 결과를 찾기 어렵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함께 구속기소된 여모(57·구속기소)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와 김모(54·구속기소) 국토교통부 조사관에게는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사건의 발단이 승무원과 사무장 때문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취지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다.

조 전 부사장은 결심공판에서 기내에서의 행동이 여승무원 김씨의 서비스 위반으로 인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박창진 사무장이 매뉴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고, ‘사건의 원인제공을 승무원과 사무장이 했다는 것이냐’고 질문에 한참을 머뭇거리다 “승무원의 서비스가 매뉴얼과 다르다고 생각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 매뉴얼을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기존 입장을 거듭 주장했다. 다만 “이후에 한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한 부분에 대해서는 경솔한 행동이었고, 깊이 반성하고 있어 해당분들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은 당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식이 ‘명백한 서비스 매뉴얼 위반’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당시 여승무원의 서비스와 관련해 “웰컴 드링크는 매뉴얼에 ‘오더 베이시스’라고 설명돼 있는데, 이는 승객이 원하는 것을 물어보면 갖다주는 것”이라며 “하지만 여승무원은 물을 갖다 주면서 콩과 빈 버터 볼을 갖고 왔고, 이는 분명한 매뉴얼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박창진 사무장이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검찰이 대한항공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박 사무장의 최초보고서와 박 사무장이 나중에 검찰에 제출한 동일 보고서 사본이 일부 달라진 점을 들어 “박 사무장이 매뉴얼 미숙지 사실을 숨길 목적으로 보고서를 조작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 사무장은 ‘잘 모르겠다. 임의로 바꾼 적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박 사무장의 매뉴얼 미숙지 주장은 앞서 박 사무장이 증인신문에서 “관련 매뉴얼이 작년 12월 초 ‘봉지째 보여주며 먹을지 묻고, 먹겠다고 하면 작은 그릇에 담아 제공’으로 개정됐고, 이는 조 전 부사장의 결재로 공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돼 눈길을 끈다.

재판부가 ‘부사장으로서 항공기에서 사무장을 내리게 할 권한이 있는 것이냐’라고 묻는 질문에 뜸을 들이던 조 전 부사장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하면서도 항공기에서 내리라고 박 사무장에게 지시했지만 최종 결정은 기장이 내린 것이라며 기장에게 책임을 돌렸다. 또 여상무로부터 이메일 등으로 국토부 조사 상황 등을 보고받았으나 직접 관여한 부분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피고인 신문 끝부분에 “‘왜 내가 여기 앉아있나’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라고 질문에 짧게 “그건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최후 진술에서 “저로 인해 씻을 수 없는 많은 상처를 입으신 박 사무장과 김 승무원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리고 용서를 구한다”고 운을 뗀 후 “평소 대한항공을 아껴주신 고객들과 저로 인해 회사로 쏟아진 많은 질책과 비난을 받아야 했던 임직원에게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커다란 분노와 충격을 느꼈을 국민에게도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객실서비시를 ‘세계 최고’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 저지른 행동이었다며 “사람의 마음을 먼저 헤어리지 못한 저의 잘못이 더 큰 화를 불러 일으켰다. 때늦은 후회로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흐느낀 후 “어린 두 자녀에게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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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땅콩 회항’ 발생 두 달여 만에 처음으로 박 사무장과 조 전 부사장이 만났다.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이 증인석으로 나왔을 때부터 단 한 차례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박 사무장은 앞서 열린 2차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사무장의 이야기도 직접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직권으로 그를 증인으로 다시 채택했다.

증인 신문 내내 박창진 사무장은 울먹거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조현아 전 부사장은 물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으로부터 단 한차례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사무장은 자신의 업무 복귀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있다는 대한항공의 입장에 대해서도 “그런 조치를 받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반박하며 “외국계 항공사와 달리 대한항공은 서비스 균등화 등을 목적으로 1년간 한 팀 체제로 일하는데 2월 스케줄에는 기존 팀원들과 가는 비행이 거의 없다. 결과적으로 나와 익숙지 않은 승무원들이 저지른 실수를 내가 다 책임져야 하는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자신을 ‘관심사원’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가 ‘조현아에 대한 심경을 말해달라’는 말에 “합리적이지 않고 이성적이지 않은 경영방식으로 제가 다른 승무원과 당한 사건과 같은 행위를 한 것에 대해 본인이 진실성있게 반성해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박 사무장은 “나야 한 조직의 단순한 노동자로서 언제든 소모품 같은 존재가 되겠지만, 조 전 부사장 및 오너 일가는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난 19년간 회사를 사랑했던 그 마음, 또 동료들이 생각하는 그 마음을 헤아려서 더 큰 경영자가 되는 발판으로 삼기를 바란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선고공판은 오는 12일 오후 3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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