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빵 뺑소니’ 사건 용의자, 부인과 함께 자수…피해자父 “자수해서 고마워, 원망 안해
사회 2015/01/30 11:25 입력 | 2015/01/30 11: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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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빵 뺑소니 자수 전 은폐 정황 드러나 ‘직접 부품사서 차 수리’…수사망 좁혀오자 부담감 못 이긴듯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 용의자 직접 자수 “죄송하다, 사람을 친 줄 몰랐다”…사고 당일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나

[디오데오 뉴스] 김수정 기자 = ‘크림빵 아빠’ 뺑소니 피의자가 자수했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의 피의자 허모(37)씨가 29일 오후 11시 8분께 부인과 함께 청주 흥덕경찰서 후문을 통해 강력계 사무실을 찾아와 자수했다. 사건 발생 19일 만에 경찰은 허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긴급체포했고 허씨는 용의자에서 피의자로 전환됐다. 

허씨는 지난 10일 오전 29분께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자신의 윈스톰 차량을 몰다가 강모(29)씨를 치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경찰에서 “사고 당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 허씨는 동료와 함께 늦게까지 소주 4병 이상을 마셨다고 진술했으나, 혼자 마신양인지 동료와 함께 마신 양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허씨는 “사람을 친 줄 몰랐다. 조형물이나 자루 같은 것인 줄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씨는 사고 4일 뒤 지난 14일께 인터넷 뉴스기사를 보고 자신이 사람을 치어 숨지게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으며, 19일 만에 자수한 이유에 대해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주변을 정리하고 나서 자수하려고 했다”고 전해졌다. 윈스톰 차량은 충북 음성군의 그의 부모집에서 발견됐으며, 현재 흥덕경찰서 주차장에 보관중이다. 

허씨는 지난 10일 오전 1시29분께 임신 7개월 된 아내의 임용고시 응시를 돕기 위해 화물차 기사 일을 하다가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강씨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피해자 강씨에게 크림빵 아빠’라는 호칭을 붙이고 애도하며 안타까움을 표했으며 조속한 사건 해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수사에 진척이 좀처럼 없어 경찰은 결정적인 제보나 단서를 제공한 시민에게 신고보상금 500만원, 유족 역시 현상금 3000만원을 별도로 내걸었으며 흥덕경찰서는 지난 27일 뺑소니 수사본부를 설치하며 검거에 나섰다.

처음 공개된 CCTV 영상을 근거로 용의 차량은 BMW 3/5/7시리즈, 렉서스 LS 시리즈, 뉴 제네시스, K7 등 4종으로 용의 차량을 확대해 수사를 벌였으나, 사고현장 부근 차량등록사업소에서 근무하는 청주시 공무원 A씨가 ‘뺑소니 아빠’ 기사를 보고 “우리도 도로 변을 촬영하는 CCTV가 있다”는 댓글을 달아 이 영상을 분석한 결과 차종이 윈스톰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게 됐다. 경찰은 29일 오후 5시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런 내용을 공개했고,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언론브리핑 2시간 후인 오후 7시께 112 종합상황실에서 “남편을 설득 중인데 경찰이 출동해 도와달라”는 전화 1통이 걸려왔고, 건 사람은 허씨의 부인이었다. 흥덕경찰서는 즉시 허씨가 거주하는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의 한 아파트로 30여명의 경찰을 급파, 검거에 나섰다. 그러나 정착 허씨는 자취를 감춘 뒤였고, 경찰은 대기했지만 허탕 쳤고 허씨의 친구집에도 수사 인력을 보냈지만 성과는 없었다.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하며 보낸 문자에도 응답하지 않았던 허씨는 오후 11시8분 부인과 함께 흥덕경찰서 후문을 통해 강력계 사무실을 찾아와 자수했다. 경찰이 언론을 통해 용의 차량을 공개한지 6시간만이다. 자수 당시 그는 작업복 차림이었으며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로 사실상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씨는 긴급 체포 직후 30일 0시 40분께 유치장으로 가던 중 자수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짓고 못 산다. 자책감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고 밝혀 사고 이후 심적 부담이 컸음을 알 수 있다.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허씨가 윈스톰 안개등과 커버 등 부품을 사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자동차 부품 관련 회사에 다니는 허씨는 지난 24일께 동료와 함께 차량 부품을 구입해 부모 집에서 직접 윈스톰을 수리한 점으로 미뤄 범행을 은폐하려다 용의 차량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허씨의 심리적 부담과 압박이 더욱 가중돼 자수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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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씨의 자수 소식을 듣고 흥덕경찰서를 찾은 숨진 강씨의 아버지 태호(58)씨는 “잘 선택했다. 고통스러울텐데 위로해주고 싶다”며 원망 대신 용서의 손길을 내밀었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 이후 매일 현장을 지키며 숨진 아들을 그리워한 강씨의 아버지가 자수한 허씨에 대해 건넨 “가족이 너무나 고마워했다”는 첫마디는 의외였다.

강씨는 “잡히지 말고 자수하기를 신께 간절히 기도했다. 언론을 통해 자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식구들이 모두 박수를 보냈다”며 “원망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그 사람도 한 가정의 가장일텐데, 우리 애는 땅속에 있지만 그 사람은 이제 고통의 시작”이라며 허씨를 걱정했다. 이어 “가족도 있을 텐데 그 사람은 더 고통스러울 것. 정말 잘 선택했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덧붙이며 원망이나 슬픔보다는 진심어린 위로를 전했다.

또 강씨는 출산 3개월여를 앞두고 홀로된 며느리에 대해 “우리 며느리는 마음이 단단해서 가족도 보듬어 줄 것으로 믿는다”고 토닥이듯 말하며 안타까운 마음은 드러냈다.

경찰은 이르면 오늘(30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며, 사고 당시 상황을 명확히 하기 위해 현장 검증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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