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출입거부 논란, 신라호텔같은 정신상태로 우리 역사 자랑 못한다
기타 2011/04/14 13:51 입력 | 2011/04/14 15: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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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출처=위키트리 - 한복디자이너 이혜순씨 트위터 (우)출처=이병진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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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호텔은 스스로 말도 안 되는 기준을 세워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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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4년 벌어진 자위대창설기념행사에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출처=다음 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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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모닝FM 오상진입니다' 14일 오프닝멘트는 한복에 대한 우회적 언급이 있었다. (출처=MBC 홈페이지)

14일 MBC FM4U '굿모닝FM 오상진입니다'의 오프닝멘트 소재는 '한복'이었다. DJ인 오상진 아나운서는 "사람의 허리는 한두 끼만 굶어도 변하는데 사람의 허리 치수를 어떻게 정확히 잴 수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보면 정확히 치수별로 만든 양복보다 넉넉하게 만들어서 끈으로 조절하게 만든 한복이 어떤 면에서 더 사람에게 더 편한 옷일 수 있다"는 멘트를 방송에 내보냈다.



출근길 라디오에서 이 멘트를 듣고 나니 이 원고를 작성한 작가가 '뜻한 바'가 있어 이런 말을 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름아닌 요 며칠새 갑자기 화제로 떠오른 '신라호텔 한복 출입거부'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복디자이너인 이혜순 씨가 해당 호텔 식당에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출입을 제지당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고, 이런 생각을 하는 기업의 마인드가 과연 제대로 박힌 것인지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아울러 신라호텔이 '트레이닝복과 한복을 입고 호텔 식당에 출입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웠었다는 사실이 이를 통해 새삼스럽게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뒤늦게 해명이라면서 내놓은 이유인 즉 "손님들이 발에 밟혀 넘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침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멘트와 교차시켜 생각해보니, 4천년이 넘는 역사를 대물려 오면서 우리 조상들은 우리 스스로 발에 밟혀 넘어질 만큼 불편하고 고루한 옷을 입어왔다는 소리로 이해될 수 있다.



한 친구에게 이 사건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그 친구는 곧바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호텔에서 우리나라 전통의상을 트레이닝복이랑 같이 취급한다는 건 왜정 때 상점에 '조선인 출입금지'라고 써붙여 놓은 것과 뭐가 다른가. 우리가 우리 땅 안에서 우리 옷을 못 입는다니"라며 격분했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자위대 창립 50주년 기념 리셉션'이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하에 개최되었던 이 행사에서 각국 외교사절, 한국 정부 관계자, 국회의원 등 150여명이 이 자리에 함께하였다. 과거 식민지 국가에서 버젓이 점령국의 기념행사를 개최하는 분통 터지는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당시의 언론은 짧은 몇 줄의 보도만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현재 사용되는 비표준어 중에 '팀킬'이라는 단어가 있다. 게임에서 같은 편을 죽인다는 의미로 축구에서의 자책골과 같은 개념이다. 신라호텔은 내부 직원 하나 입단속을 못 시켜서 민족과 역사 전체를 '팀킬'시킨 꼴이 되고 말았다.



최근 우리가 다시금 겪고 있는 일본과의 마찰 밑바탕에는 역사와 영토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있다. 그들은 그런 억지를 논리화시켜 국가의 이념으로 한 데 모은 뒤 한술 더 떠 그것을 후대에 가르치려 하고 있다. 그런 여론을 만드는 세력이 그들 사회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명백히 근거로 댈 확실한 우리의 역사들이 있으면서도 억지 논리로 일관하는 그들의 공세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 왔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수많은 외세의 침략과 식민지 역사를 스스로 수치스러워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곡절을 숱하게 겪어오면서도 꿋꿋하게 지켜온 많은 가치관과 전통들이 우리 민족과 역사를 여기까지 존재할 수 있게 만들었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아무리 자랑스러워할 역사를 오래 가졌다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 나라 안에 같이 숨쉬고 있구나'라는 것이다.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이렇게 서로를 상처주는데 과연 우리가 우리 진심어린 여론을 제대로 모아서 나라 밖에다 떳떳이 외칠 수 있을까.



물론 그 시작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지만 그 결과는 이처럼 너무도 끔찍하다. 같은 뜻을 전해도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사람의 말인데, 그런 말을 너무도 쉽게 입 밖에 꺼낸 담당 책임자의 생각없음을 제일 먼저 질타해야 할 부분이다.



자신들 '영업장'의 품격만 생각하고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을 그렇게 무참하게 부정해버린 어리석은 방침과 언행에 일반 국민들이 가지는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대놓고 친일이나 사대주의를 부끄러움 없이 외치는 부류들보다 며칠 전의 그 한 마디가 더 가슴을 후벼파는 이유다.

노광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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