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반짝이는 박찬욱의 클래식 로맨스 [시네마 프리뷰]
연예 2022/06/29 16: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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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스틸 컷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디테일들이 형형하다.

29일 개봉한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은 클래식한 설정이 독창적인 화법과 만나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형사와 피해자의 아내인 유력한 용의자, 두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감정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수사물인 척 하는 멜로물이다.

영화의 구조는 뚜렷하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는 부산, 후반부는 이포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전반부와 후반부는 거울처럼 비슷한 구도를 형성한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비슷한 구조가 동일하게 반복되면서 영화의 의미는 풍성해진다.

살인사건 해결을 즐기는 형사 해준(박해일 분)은 절벽 위에서 떨어져 죽은 남자 기도수의 사건을 맡게 된다. 기도수에게는 딸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젊고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고, 해준의 후배 형사 수완(고경표 분)은 남편의 죽음에도 태연해 보이는 기도수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의심한다. 하지만 해준은 어떤 슬픔은 물에 잉크가 퍼지듯 서서히 퍼지기도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것만으로 서래를 의심하지 않는다.

해준은 FM 스타일의 형사다. 원칙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무엇이든 깨끗하게 정리하는 강박이 있고, 불면증까지 앓는다. 그런 그는 어딘지 모르게 자신과 비슷한 데다 외국인인 탓에 독특한 언어 습관을 지닌 서래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기도수의 손톱에서는 서래의 DNA가 나왔으나 서래의 알리바이가 확실해 살인의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 과거 서래는 중국에서 어머니의 살해 용의자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서래에 대한 수완의 의심은 계속되고, 처음부터 서래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초밥을 사주는 등 은근히 끌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해준은 서래를 감시하면서도 그에게 계속해서 호감을 느낀다.

간호사 출신인 서래는 매일 노인들을 돌보며 생계를 유지한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일을 나가는 이유를 묻자 그는 "죽은 남편 때문에 산 노인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던 중에 기도수가 써놓은 유서가 발견된다. 이는 기도수의 죽음을 타살 아닌 자살로 정리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제 서래와 해준은 형사와 용의자라는 틀을 벗어나 서로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헤어질 결심'의 매력은 '애매함'에 있다. 서래와 해준이 서로를 향해 느끼는 감정들은 발화되어 폭발하지 않고 표면 아래서 은근히 익어간다. 서래가 입은 원피스가 보는 각도에 따라 초록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파란색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처럼 관객들도 두 사람의 감정을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강렬한 애정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랑한다"는 직접적인 대사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안개 속에 싸인 듯 흘러가는 영화는 독특한 디테일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해석의 재미를 준다. 미해결 사건들의 사진을 붙여놓고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해준의 모습이라든가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어느 범죄자(박정민 분)의 사랑 이야기라든가, 지자요수 인자요산(智者樂水仁者樂山)에 대한 이야기 등등. 영화 속 많은 디테일이 대부분 여러차원에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첫 관람 후 곧바로 재관람을 하면서 찬찬히 배열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는 "사람이 아닌 상황을 믿으라"는 인상적인 대사가 나온다. '헤어질 결심'은 상황과 사람 사이에서 헤매다 사랑을 잃어버린, 혹은 붕괴해버린 남녀의 이야기다. 마지막 파격적인 엔딩 신에서 은근하게 끓었던 감정이 폭발한다. 그렇게 영화는 관객들에게 큰 여운을 남기고 만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처음부터 두 배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쓴 만큼, 캐스팅은 완벽하다. 138분. 오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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