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잖은 죽음, 홍상수의 시선…'당신 얼굴 앞에서' [N리뷰]
연예 2021/10/20 11:4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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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얼굴 앞에서' 스틸 컷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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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얼굴 앞에서' 스틸 컷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홍상수 감독은 신작 '당신 얼굴 앞에서'에서 또 한 번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상 속 대화가 오가는 홍상수 감독 스타일의 장면들이 무심한듯 이어지다 한순간 집중하게 되는 흐름으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배우로 활동했던 주인공의 뜻밖의 고백, 그리고 그의 호쾌한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일상의 예상 밖 이야기. 그 이야기가 남긴 진한 여운은 거장이 보여준 연출의 힘이다.

홍상수 감독의 26번째 장편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는 수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동생의 집에 머물고 있는 과거의 배우 상옥이 하루 동안 동생과 산책을 하고, 조카의 가게를 찾아가고, 옛날에 살던 집도 가게 되고, 오후엔 한 영화감독과 술자리를 갖게 되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연인인 김민희와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 이후 8편을 감독과 배우로 호흡을 맞췄으나, 이번에는 김민희가 제작실장으로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영화는 미국에 살다 돌아와 동생의 집에서 지내고 있는 상옥(이혜영 분)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상옥은 동생 정옥(조윤희 분)과 부동산 등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정옥은 언니가 왜 그간 편지에 답장이 없었는지 서운해 한다. 정옥과의 대화 이후 조카 승원(신석호 분), 옛집 주인(김새벽 분)과의 일상도 그려진다. 차례로 누군가를 만나며 일상을 보여주는 홍상수 감독 특유의 절제된 이야기 구조는 변함이 없지만 긴 호흡의 장면에서 감정의 질감을 세세하게 다루는 연출은 여전하다. 별 내용 아닌 그 대화를 곱씹게 만들며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상옥은 영화감독 재원(권해효 분)과 만나게 된다. 재원과 대낮에 고량주를 마시며 그의 호감 섞인 낯뜨거운 칭찬도 듣고, 돌연 기타를 서투르게 연주하다 같이 영화 작업을 해보자는 제안에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게 된다. 자신의 생이 5~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털어놓게 된 것. 이후 재원의 감정이 부끄러울 만큼 지나치게 앞서가게 되면서 드러나는 지질한 캐릭터는 짠한 웃음을 유발하며 영화를 더욱 집중해서 보게 만든다. 극 말미 상옥에게 남겨진 음성 메시지 또한 영화의 백미다. 상옥이 호탕하게 터트린 웃음은 어떤 의미였을까.

상옥을 통해 전해진 죽음에 대한 대사에서 거장의 시선도 느껴진다. 눈앞에 다가온 죽음을 허망해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의연하게 그리고 달관한 듯 두렵지 않다 말한다. "얼굴 앞에 천국이 숨겨져 있다"는 등 숨겨진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모호한 대사였지만, 두려움 없이 죽음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외려 아름답게 이해하려는 시선 만큼은 또렷하고 선명하게 느껴진다.

상옥 역의 이혜영은 다소 과장된 연기와 환희에 찬 목소리로 이 대사를 전한다. 덤덤하게 일상을 살아오던 그에게서 잠시 활기를 느낀 순간이었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권해효가 "이혜영 배우의 필모그래피 있어 가장 최고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라고 밝혔던 만큼, 이혜영의 연기 또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오는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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