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팬 꿈 이뤘다"…기아타이거즈 시구나선 뇌졸중 재삼씨
전국 2021/10/18 08:0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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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이재삼씨(58)와 정용식씨(51)가 시구·시타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기아타이거즈 제공) 2021.10.1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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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기아타이거즈 구단에 도착한 정용식씨의 편지. 뇌졸중을 앓고있는 매형 이재삼씨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기아타이거즈 제공) 2021.10.18/뉴스1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지난 1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 경기에 아주 특별한 이들이 시구·시타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기아타이거즈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 때부터 39년째 팬을 이어오고 있는 이재삼(58)·정용식(51)씨.

매형과 처남 관계인 두 사람의 따뜻한 가족애가 알려지며 시구 행사가 성사됐다.

앞서 지난 9월 처남인 정용식씨는 뇌졸중을 앓고 있는 매형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구단에 직접 편지를 보냈다.

'코로나19 상황이 워낙 심각하니까… 우리 같은 일반인 팬들이 어떻게 경기에 설 수 있겠어'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을 위하는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을 담아 편지를 적었다.

정씨는 '안녕하십니까. 기아 타이거즈 관계자님. 저는 서울에 사는 정용식입니다. 기아를 39년째 사랑하고 응원하고 있는 열혈 팬 중 한 사람입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제가 이렇게 관계자님께 글을 올린 이유는 (중략) 저희 막내 매형에게 평생 추억을 만들어주고자 이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가 글을 올린 또 하나의 이유는 매형이 3년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수술까지 받으면서 기억력이 많이 좋지 않아져 옆에서 보기에 안쓰럽기도 하네요. 수술 전에는 기아 선수들의 생년월일, 출신고, 백넘버, 연봉 등 줄줄이 외울 정도였는데, 두 번의 수술 후 기억력 감퇴로 옛 기억이 많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어느 때에는 안치홍 선수가 지금도 기아 선수인줄 알아요ㅋㅋ'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래도 응원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열성적이어서 병원에서 퇴원해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잠실 KIA전이었답니다. 의사 선생님도 당시 옛 기억을 되살리려면 좋아하는 야구 관람도 괜찮다고 하셨고, 생각 끝에 야구에 관련된 것이 좋겠다고 판단돼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 편지를 보내게 됐습니다'고 했다.

이 따뜻한 편지는 기아구단의 마음을 녹여버렸다. 구단은 매형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처남의 애달픈 사연을 적극적으로 채택해 두 사람에게 시구·시타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마침내 지난 12일 서울 은평구에서 온 두 사람이 광주 경기장에 섰다.

재남씨와 용식씨를 비롯해 광주에 있던 다른 형제들, 조카들까지 온 가족이 경기장에 모였다. 5살배기 조카는 목에 핏대를 올리며 "파이팅!"을 외쳤다. 선수들도 이들 가족의 사연을 듣고 주먹을 불끈 쥐고 응원을 이어갔다.

공을 던지고, 공을 치고… 어설픈 실력이었지만 모두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재삼씨와 용식씨가 행사를 마치고 경기장을 나설 때까지 계속해서 박수는 이어졌다.

용식씨는 18일 <뉴스1>과 통화에서 "매형이 3번이나 수술을 받으셨다. 초반엔 괜찮았는데 지난여름 기억력이 많이 감퇴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좋아하는 것을 하면 상태가 나아질 것'이라고 해 기획했는데 성사돼 너무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서울로 돌아오는 길 내내 매형이 싱글벙글하더라. 그런 웃음이 너무도 간만이었다. 경기 전에도 잠을 못 자고 설레했는데 우리 온 가족에게 기아가 행복을 주셨다"고 말했다.

사연의 주인공 재삼씨도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다.

그는 "처남으로부터 이야길 듣고 믿기질 않았다. 진짜냐고 몇 번이나 물었는지 모르겠다. 일정이 잡히고 밤새 시구를 연습하고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가족들과 나누기도 했다"고 그때의 기억을 설명했다.

이어 "사인 시구 볼을 보물처럼 간직한다. 나의 꿈을 이뤄준, 나를 응원해준 기아를 나도 평생 응원하며 영원한 '찐팬'으로 남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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