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초점] 윤여정의 첫 감독·봉준호 박찬욱의 우상·…故 김기영 '재조명'
연예 2021/04/28 07:00 입력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김기영 감독님께도 감사합니다. 그는 나의 첫 감독님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계셨다면 정말 기뻐하셨을 것입니다."

지난 26일 오전(한국시간, 현지시간 25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진행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의 수상 연설 한 대목이다. 이날 배우 인생의 절정을 맞이한 윤여정은 50년 전 처음으로 자신을 스크린 안의 삶에 초대했던 고(故) 김기영 감독을 떠올렸고, 김기영 감독의 이름은 그를 잘 알지 못하는 서구의 영화인들 앞에서 의미있게 울려퍼졌다.

김기영 감독은 우리나라 작가주의 감독의 계보 앞쪽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이름이다. 1919년생으로 서울대 의대 출신인 김기영 감독은 최무룡 강효실 주연 '죽엄의 상자'(1955)로 감독 데뷔한 후 80년대까지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며 여러 작품을 남겼다. 대표작은 '황혼열차'(1957) '10대의 반항'(1957) '하녀'(1960) '고려장'(1963) '화녀'(1971) '충녀'(1972) '파계'(1974) '바보사냥'(1984) 등이 있다. 특히 전설적인 영화 '하녀', 윤여정의 스크린 데뷔작 '화녀', 그리고 이후에 나온 '충녀' 등 '하녀' 시리즈는 요즘에도 회자되는 특별한 작품들이다.

1998년 화재로 세상을 떠난 후 잊혀져가던 김기영 감독의 이름은 90년대 말부터 등장한, 한국 영화 '뉴웨이브' 감독들로 인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장준환, 류승완, 송일곤, 임상수 등 새로운 세대의 감독들이 고 김기영 감독으로부터 자신들이 많은 영향을 받은 사실을 알리며 존경심을 표했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은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82'와 '나비를 쫓는 여자'를 가장 좋아한다며, 자신의 작품 '박쥐'와 '스토커' 등이 김기영 감독의 영향을 무의식 중에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박찬욱 감독 영화의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미장센은 그가 김기영 감독의 자장 안에 있는, 그의 후예임을 증명한다.

봉준호 감독은 국제 무대에서 여러 번 김기영 감독을 언급, 그에 대한 존경심을 표한 바 있다. 그는 '옥자'로 2017년 칸영화제를 찾았을 당시 "영화적인 멘토는 여러 감독이 있는데, 한국의 '하녀'를 만든 김기영 감독님, 어제 칸 클래식에서 선보였던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을 멘토로 모신다"라며 "그분들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분들을 멘토로 모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봉 감독은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에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황금종려상을 받고 '기생충'이란 영화가 많이 관심 받게 됐지만, 내가 어느날 갑자기 한국에서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김기영 감독님처럼 역사 속에 많은 위대한 한국 감독님이 계시기 때문에 (수상이) 가능했다"면서 김기영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임상수 감독은 김기영 감독의 뮤즈였던 윤여정과 손잡고 김 감독의 대표작인 '하녀'를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던 2010년 영화 '하녀'가 바로 그 작품이다. '화녀'와 '충녀'에서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윤여정은 '하녀'에서도 노련한 하녀 병식 역할을 맡아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102년 역사의 한국 영화가 국제 무대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수록 국내외를 막론하고 김기영 감독을 주목하는 이들은 더 많아지고 있다. 할리우드 유명 감독인 마틴 스코세이지는 '하녀'의 필름 복원 작업에 투자를 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도 김기영 감독은 극장 특별전을 통해 자주 재조명된다. 윤여정이 '미나리'로 해외의 주목을 받으면서 그의 데뷔작인 '화녀'는 1971년 공개 이후 50년 만에 스크린에서 재개봉을 결정했다. 오는 5월1일부터 CGV 시그니처K 상영관에서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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