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을 만나다] '엄용수' 엄영수 "코미디 실종·코로나…코미디언 생계 위기"①
연예 2021/03/17 10: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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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엄영수(개명 전 엄용수)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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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엄영수(개명 전 엄용수)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편집자주]지상파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이미 실종됐다. 코로나19로 코미디언들의 행사나 공연 스케줄도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웃음을 주는 코미디언들이 웃음을 잃은 상황이 됐다. 지금은 TV나 무대에서 많은 코미디언을 볼 수 없지만, 이들의 웃음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자신들은 힘들어도 대중이 웃으면 행복해하는 코미디언들을 <뉴스1>이 만나, 웃음 철학과 인생 이야기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코미디언을 만나다]를 통해서다.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코미디언을 만나다] 여섯 번째 주인공은 엄영수(68·개명 전 엄용수)다. 엄영수는 코미디 방송 시대를 열었고 전성기도 함께 누렸으며, 세월이 지나 코미디가 쇠락하는 날까지 한국 코미디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1978년 TBC 라디오 방송으로 시작, 1981년 MBC 제1기 개그맨 콘테스트를 통해 'TV 코미디언'의 인생을 시작했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속사포 입담같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 캐릭터뿐만 아니라, 두 번의 이혼과 연애, 세 번째 결혼까지 자신의 가정사를 다 드러내며 웃음을 줬다.

엄영수는 40년의 코미디언 생활 중 절반 이상을 코미디언들의 복지와 권익향상을 위해 힘썼다. 무려 23년째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고, 현재는 코미디언노동조합의 회장도 겸하고 있다. 그는 인기와 부가 집중된 코미디언의 화려한 면이 아닌, 그 뒤의 씁쓸한 이면도 지켜봤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코미디언이라는 직업 자체가 실종될 우려도 나오는 지금, 그는 이 상황을 어떻게 지켜보고 있을까. 지난달 미국에서 세 번째 결혼을 하고 또 한 번의 인생의 변화를 맞이한 그는 앞으로 어떤 삶을 계획하고 있을까. 서울 여의도 엄영수의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방송사 코미디언 프로그램이 사라졌고, 공채 코미디언이 없어졌다. 협회를 어떻게 꾸리고 있나.

▶어느 대회에서 뽑혔던지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협회에 들어올 수 있다. 95세 송해 선생님부터 젊은 친구까지 있다. 예전에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코미디언이 100명 이상이 필요했다. 두터운 연기자군을 확보하고 있어야 했다. 그러려면 방송사 입장에서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거다. 코미디언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지금은 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바뀌는 추세인데, 예능도 잘 보면 다 코미디 프로그램이고 이를 채우는 사람도 코미디언들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방송사는 비용절감에 성공했지만 코미디는 위기이고 문화적으로 안타까운 사태이며 대량실직자가 발생한 거다. 직업이 코미디언인데 1년에 한 번을 방송에 출연하기가 힘들다. 200명 정도가 간간히 방송에 출연하며 버티고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을 시대의 흐름이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코미디언들도 많다.

▶경쟁사회이고 적자생존이지만 기본적으로 생활은 가능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 제도적으로 받침이 되고 하나의 직군을 두고 생계는 보장이 되어야 하는 건데, 인기가 없고 경쟁에서 밀렸다고 밥을 굶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유능한 코미디언을 필요로 한다고 뽑아놓고 상황이 안 된다고 잘라버리는 것 아닌가. 이걸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비정한 사회에 익숙해지니까 그런 거다. 출연료를 타면 일부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예치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하고, 노동조합도 생긴 건데 부와 인기가 집중된 일부 방송인들은 이를 따르지 않는다.

-무한경쟁 시대에 가능한 일일까.

▶그렇다고 내버려두는 건 생명을 포기하는 길이다. 따지고 보면 개인의 무능 때문이 아니라 스타 시스템의 횡포다. (어느 직군이든) 노동조합이나 협회를 통해서 협상을 하고 단체의 복지를 향상한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일류 스타연기자들은 자신의 출연료를 올린다. 방송사는 스타가 중요하지 않나. 그들의 출연료에 돈이 집중되고 나머지는 계속 상황이 나빠지는 거다. 그리고 요즘은 코미디언이 아닌 기획사 위주로 꾸려지지 않나. 코미디언의 돈 절반이 코미디언이 아는 사람이 가져가는 거다.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 중에 능력있는 코미디언도 있지만, 기획사에 있다는 이유로 방송에 나오고 시청자들의 눈에 익숙해져서 더 많은 기회를 얻곤 한다. 실력이 있는데도 기회를 못 잡는 코미디언은 그냥 실업자가 되는 거다. 어느 정도까지 공정한 경쟁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정도가 너무 심하다.

-그렇게 기회를 못 잡고 방송과 멀어지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울 것 같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서 코미디언들이 방송 외에도 설 자리가 많이 줄었는데.

▶최근에 어떤 후배가 건강상품을 선물로 받았는데 보낸다고 하더라. 기특하다고 했는데, 이게 30만원 짜리인데 받으시고 20만원만 보내줄 수 있냐고, 라면값도 없다고 하더라. 염치가 없다면서도 부탁을 하더라. 밥값이 없을 때 연락하라고 했다. 공연이 사라졌으니 그냥 집에서 굶게 되는 거다. 특히 코로나19 같은 위기를 겪으며 더 협회와 노조가 필요한 거다. 그런 점에서 협회를 잘 몰랐던 후배들 김구라, 안영미가 이런 이야기를 듣고 뜻에 동참해주니 참 고맙다.

-최근 김구라 안영미가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에 1000만원씩을 기부해 화제가 됐다.

▶사실은 그게 뉴스가 안 되어야 하는데, 하도 드문 경우니까 화제가 되는 거다. 코미디언협회 회원이 900여명인데 그중에 20~30명이 잘 나가는 거고 나머지는 방송을 꾸준히 하지 못하는 정도고 다수는 생계 유지가 어려운 수준이다. 코미디언들의 복지를 위해서 필요한 금액이 있는데 회비를 걷기가 어려운 실정인데, 그렇게 잘 나가는 후배들이 좋은 뜻에 써달라고 나눔을 한 거다. 대단하다. 동료들이 매우 고마워 하고 있다. 릴레이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후배들에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나는 후배들에게 방송에 10명이 나오면 그 중에 배경 덕보는 이도 있을 거고, 권력 덕을 보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실력있는 사람들도 반드시 있다. 그 실력자가 되라고 한다. 또 오래 버티고 싶으면 더 연구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거다. 개그맨이 되려고 열심히 준비해서 된 후에는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교양도 쌓고 내 공연이 없으면 남의 공연을 보면서 연구도 해야 한다. 이 직업은 재교육이 없어서 자기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

-코미디언협회장을 23년째 하고 있다.

▶이걸 하면 돈을 모을 수가 없다.(웃음) 빨리 그만 둬야 하는데 나 다음으로 할 사람을 아직 못 찾고 있다. 내가 어려울 때마다 돈을 구해오니까 모르는 사람들은 회장을 맡으면 돈이 나오는 줄 안다. 그런 것 없다. 최근에도 어떤 후배가 몸이 안 좋아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하더라.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가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나. 치료비가 한 800만원 정도인데 일단 입원시키고 어떻게든 구해서 치료하게 하는 거다. 보람은 느끼지만 개인적으로 힘이 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지칠 때가 많을 것 같다.

▶다행히도 내가 큰 인기는 없지만 꾸준히 방송을 했다. 1981년부터 방송을 해서 계속 어딘가에 나오고는 있었다. 희한하다. 그래서 어떻게든 돈을 구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신이 도와준 것 같다. 위기가 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남들을 도울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준 게 이 일(회장)을 하라는 얘기인 것 같다.

<【코미디언을 만나다】엄영수 편 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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