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같은 순간"…스티븐연·한예리·윤여정이 그린 이주민의 삶 '미나리'(종합)
연예 2020/10/23 15:4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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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포스터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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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삭 감독(리 아이작 정)/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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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연./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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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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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리/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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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스틸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영화를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우린 모두 같은, 어떤 특별한 경험을 했다 생각한다.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스티븐 연)

배우 스티븐 연과 한예리, 윤여정, 이들 배우들도 공감했던 이주민의 삶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영화 '미나리'의 캐스팅 비화부터 촬영 과정 등, 모든 이야기들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

23일 오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미나리' 온라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거장 감독의 신작 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을 초청한 섹션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부산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각각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윤여정과 한예리가 부산에서, 리 아이작 정 감독과 스티븐 연이 로스앤젤레스에서 각각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미국 이민을 선택한 어느 한국 가족의 삶을 그린 영화로 올해 선댄스 영화제 드라마틱 경쟁 부문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이 출연했으며 데뷔작 '문유랑가보'(2007)를 선보인 리 아이작 정 감독이 연출했다.

'미나리'에는 병아리 감별사로 10년을 일하다 자기 농장을 만들기 위해 아칸소의 시골마을로 이사온 아버지, 아칸소의 황량한 삶에 지쳐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고픈 어머니, 딸과 함께 살려고 미국에 온 외할머니 등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영화는 어린 아들 데이빗의 시선으로 그들의 모습을 포착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안간힘을 썼던 사람들의 정직한 기록이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은 미국 아칸소 출생으로 예일대에서 생태학을 전공한 뒤 영화로 전공을 바꿨고 유타대에서 MFA를 받았다.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찍은 데뷔작 '문유랑가보'(2007)가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며 주목을 받았고, 이후 '럭키 라이프'(2010), '아비게일 함'(2012) 등을 연출했다. 신작 '미나리'로 올해 선댄스영화제 드라마틱 경쟁 부문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이날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영화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사실 저는 이 영화를 작업했을 때 인상을 받았던 소설 책이 있었다. '마이 안토니오'리는 책인데 농장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였고 거기서 가장 크게 인상을 받았던 것은 기억에 진실되게 다가가려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이 이야기가 나의 실제 삶과 같을까' 고민하게 됐는데 기억 안에 정말 진실되게 들어가보려고 하는 노력을 하려 했다"며 "1980년대의 내 기억을 갖고 그 기억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순서를 되짚어보면서 가족들의 이야기를 나열해봤다. 영화의 많은 이야기에 실제 있었던 제 가족 이야기가 투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보니 다큐가 아니라 픽션의 영화가 됐다"며 "이 이야기는 저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정도라고 볼수 있다. 실존 인물 영감 받은 캐릭터가 나왔고 인물들이 각자 삶을 창조하며 각각의 캐릭터가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연도 영화 속 이주민의 삶에 공감했다고 했다. 그는 "미국 가기 전에 캐나다에 이주 했다가 또 미국의 시골 한적한 곳에서 살았다"며 "이 경험들이 영화에 비슷하게 녹아있었다. 이민자의 삶이라는 것은 문화와 세계관, 언어 차이로 하나의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감독이 만든 내용을 보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영화 속 모습이 많은 이주자들의 삶과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스티븐 연은 "아름다운 이 대본을 갖고 사람들이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었다. 영화를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우린 모두 같은, 어떤 특별한 경험을 했다 생각한다"며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관객 입장에선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배우로서 더 많이 배우게 된 것 같다. 서로 연결돼 있고 서로 없이 혼자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언어나 물리적인 괴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세대간에 소통할 수 있는 힐링 포인트가 되길 바라면서 영화 작업을 했다"고 고백했다.

또 그는 "영화를 촬영하며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면서 내가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은 것 같았다"며 "소속감을 느낄 수 없었고 한국과 미국 사이 중간 갭에 끼어있는 것 같더라. 그래서 가족들이 더욱 끈끈하게 연대하게 됐고 결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디에 가든 좋은 사람이 있다"며 "영화에서 제이콥과 폴의 관계, 소외된 어떤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고 애정을 보였다.

윤여정은 "저는 외국에 잠깐 살았는데 영어를 왜 이렇게 못하냐 해서 외국에서 산 걸 얘길 잘 안 하려고 한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또 윤여정은 "저는 나이가 많아서 지금은 작품보다 사람을 보고 일을 한다"며 "이 작품이 좋아서라기 보다 정이삭 감독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남자로 마음에 든 것은 아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이 있구나' 너무 순수했다. 저도 알고 한국 영화를 잘 알더라. 한국 말을 못하는데 김기영 감독의 작품 등 한국영화를 잘 알더라. 그래서 인상이 좋았다"면서 "시나리오를 보고 이 이야기가 정말 진짜 같아서 이거 진짜냐고 하니까 맞다고 하더라. 그리고 작품을 그냥 하겠다고 했다. 사람이 좋아서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예리는 출연 이유에 대해 "감독님 만났을 때 인상이 진짜 좋으셨다. 편안했다"며 "제가 영어를 못하는데도 그냥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믿음이 이상하게 생기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가 맡은 모니카는 많은 한국적인 부분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제가 많이 봤던 모습이 모니카 안에 많이 있었다"며 "'할 수 있겠다' '어떻게든 만들어볼 수 있겠다' 해서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에 스티븐 연은 "한예리 배우와의 연기는 제가 명확하게 개인적으로 보지 못했던 심오하고 진지한 이야기들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돼서 배움이 됐던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스티븐 연은 영화에서 한국어 연기를 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한국어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무서웠다"며 "윤여정 배우님께 '도와주세요' 했는데 처음부터 많이 꾸짖으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전작 '버닝'에서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단조로운 톤을 만들어서 느낌이 다른 한국어 구사를 해서 어렵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자연스러운 구어체로 해야 했었다"며 "한국어 연기를 위해 부모님을 관찰했었고, 감독님과 많이 얘기를 나눴다. 이민자의 대표적인 이미지랄지, 제이콥이란 사람이 어떻게 말할 것인가 더 많이 중점적으로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리 아이작 정 감독도 한국어로 작업하는 과정이 어렵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 영화 전에 만들었던 데뷔작이 르완다에서 찍었다. 아프리카 언어로 작업한 경험이 있었다"며 "그래서 '어렵다' '장애가 있다'라고 하기보다 너무 재밌고 편했다. 모든 배우들 너무 훌륭하고 모든 노력 기울여서 만들어주셨기 때문에 어렵다기 보다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애정을 보였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시작부터 '미나리'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미나리가 자라는 모습이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며 "할머니가 미나리 씨앗 갖고 와서 심는데, 이 미나리 같은 경우는 우리 가족만을 위해 심고 길렀던 거다. 심었던 것들 중에서도 가장 잘 자라고 계속 자란 것이 미나리였다. 여기엔 할머니의 사랑이 녹아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며 "미나리 자체가 영화의 이야기고 감동과 정서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영화가 갖고 있는 내용이 잘 녹아있는 제목이라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또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이들 배우를 '미나리'에 캐스팅한 이유도 밝혔다. 그는 "최고의 배우들이기 때문에 캐스팅했다"며 "이분들이 바쁜 가운데서도 스케줄 내주셔서 같이 작업했다. 윤여정 선생님은 한국 할머니 역할로, 고약한 말을 하지만 실제로 가족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정직한 말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 이 캐릭터에 윤여정 선생님이 딱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예리 캐스팅에 대해서는 "극 중 모니카는 외유내강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영화 목적이 잘 녹아있고, 심장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한예리 배우의 그 연기와 캐릭터를 믿고 작업했다"며 스티븐 연에 대해서는 "제이콥이란 인물은 아버지일 수 있지만 제 모습이 투영돼 있다. 제가 아버지로서 겪고 있는 것들도 담겨 있는데 이 인물을 훨씬 깊은 결로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스티븐연이라 생각했다. 또 한국과 미국 사이에 낀 채로 살고 있는 사람의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생각했기 때문에 캐스팅했다"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이번 작품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는 말에 "그런 말이 있는 줄도 몰랐다"며 "식당에 갔는데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에 오르셨다'고 해서 '아니에요, '아닙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보에 오른 게 아니라 후보에 오를지도 모르는 것"이라며 "진짜 곤란하다. 후보에 (아직) 안 올랐다. 곤란하게 됐어. 못 올라가면 난 상을 못 탄게 되는 것"이라며 곤란해 했다. 이에 리 아이작 정 감독은 "보물 같은 윤여정 선생님을 알아본 미국 분들을 인정하고 찬사를 보낸다"고 거들었다.

한예리도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부담스러워 했다. 그는 "저는 거창하게 할리우드 진출이라고 할 수 없다. 실제로 할리우드에 간 적도 없는데 부담스러웠다. 너무 거창하게 기사가 났다"며 웃었다. 또 한예리는 고된 현지 촬영으로 윤여정이 자신에게 첫 촬영 당시 했던 말을 공개했다. 그는 "윤여정 선생님이 첫 촬영 때 '예리야 정신 차려야 한다'고 하셨다"고 말했고, 윤여정은 "우린 돈이 없는 데서 촬영해서 많이 힘들었다"며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그 당시 날씨는 너무 덥고 숙소는 에어컨도 제대로 안 나왔다. 정말 힘들었다"고 폭로했다.

끝으로 리 아이작 감독은 올해 2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쾌거를 거둔 후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기생충'이 엄청난 사랑을 받으면서 한국영화를 더 많이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고 점점 좋아지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한국의 이야기가 일반적인 미국 관객들에게 커넥팅이 되고 공감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영화 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다른 콘텐츠에 대한 미국 관객들의 반응도 그렇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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