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스틸러]② '반도' 김도윤 "'곡성' 뒤 슬럼프…오늘도 '배우해도 될까' 고민"
연예 2020/08/02 07: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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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 배우 김도윤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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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 배우 김도윤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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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 배우 김도윤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스크린에서 기존 스타들을 만나는 재미는 크다. 오랜 경력과 함께 연기력, 흥행력이 보장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상적인 '젊은 배우들'을 새롭게 찾는 기쁨도 이에 못지 않다. 때묻지 않은 연기가 주는 신선함은 물론, 새로운 스타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영화 팬들의 설렘을 자극해서다.

뉴스1은 떠오르는 젊은 연기자들을 집중조명하기 위해, 이들의 연기관과 속마음 등을 솔직하게 들어보는 심층 인터뷰 시리즈 '영스틸러'(Young Stealer)를 마련했다.

'영스틸러'의 두 번째 주인공은 연기자 김도윤(39)이다.


한국 영화 관객들에게 배우 김도윤이 가장 처음으로 각인된 작품은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이었다. 외지인의 기괴한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덜덜 떠는, 시골에서 천주교 신부 수련을 받던 부제 양이삼은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인물이었다. '사제 수련생'이라는 직업이 무색하게도, 사시나무처럼 흔들리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김도윤은 또 한 번 자신을 확실히 알릴만한 작품으로 돌아왔다. 7월 중순 개봉 후 300만 돌파에 성공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다. '반도'에서 그는 주인공 한정석(강동원 분)의 매형 구철민을 연기했다. 구철민은 한정석을 부추겨 폐허가 된 땅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인물이며 정석에게는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다. 이 영화에서도 김도윤은 인간적이고 복합적인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연기해 다채로운 라인업의 한 축을 담당했다.

'반도'에 이어 드라마 '방법'과 '지옥'으로 연달아 연상호 감독과 함께 하게 된 그는 "너무 감사하다"며 연 감독을 향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연 감독은 김도윤을 두고 구철민의 캐릭터를 구상할 정도로 꾸준한 애정과 신뢰를 보내왔다. 연 감독의 작품을 연이어 하며 '곡성' 이후의 슬럼프를 조금씩 이겨냈다는 그는 일상에서는 다섯살 아들을 키우는 '육아 대디'이자, 일하는 아내를 뒷바라지 하는 '내조 남편'이다.

김도윤은 올해 데뷔 9년차를 맞이했다. 서른이 넘어 데뷔한 늦깎기 배우라 필모그래피를 높이 쌓아올리지는 못했다. 그래도 짧은 몇 줄에 굵직한 작품 몇 편이 눈에 띈다. 늘 '내가 배우를 해도 되나'를 고민한다는 그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고뇌하고 성장하는 '영스틸러'다. '반도' 개봉 후 김도윤과 만났다.

<【영스틸러】①에 이어>

-좀비 분장을 하고 나오는 배우들과 촬영을 할 때는 어땠나.

▶무서웠다. 실제로 칼을 부딪친다든지 그런 액션이 있어서 서로 다치지 않게 조심을 해야했다. 무술팀이나 좀비 하시는 분들이 준비를 많이 하셔서 사고 없이 잘 됐다. 분장을 리얼하게 해서 좀비 역할 배우들 중 아는 배우들이 있는 데도 보고 흠칫 흠칫 놀랐다. 내가 워낙 심약한 성격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들과 밥 먹고 '컷'을 하는데 있으면 무섭더라. 리액션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겁이 많은 캐릭터였다. 캐릭터를 표현하면서 어떤 부분에 집중했나.

▶걱정이 많았다. 구철민은 모든 장면에서 겁에 질려있다. 그런데 그런 게 반복이 되면 관객들이 지치거나 짜증스럽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양하게 연기적으로 변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됐는지 모르겠다. 그런 부분들을 연구를 많이 헀다. 겁에 질리고 공포에 질리는 게 많으니까.

-어떻게 보면 악역 아닌 악역인 것 같기도 하다. 주인공 한정석(강동원 분)을 위기로 몰아넣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악한 사람일 수도 있다. 스스로가 너무 미운 사람이고 스스로를 원망, 자책하는 사람인데 그런 걸 투사하는 대상이 정석이었다. 물론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이 컸기 때문이지만 그 원인을 남에게 돌리니까…어떻게 보면 악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흔히 많이 하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 스스로가 싫어질 때 나보다 더 싫은 사람을 만들어서 '이게 너 때문이야' 한다. 그게 철민에게는 정석이었다. 철민은 정석을 나름대로 가족으로 생각한다. 성장하는 캐릭터다. 물론 성장하자마자 죽음을 맞이한다.

-구철민 외에 '반도'에서 맡아보고 싶은 배역이 있었다면.

▶이레(준이 분) 캐릭터. 시원시원하다. 어떻게 할 수 없다.(웃음) 농담이기는 한데, 준이 캐릭터가 너무 매력이 있다. 황중사(김민재 분) 캐릭터도 매력이 있다. 배우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

-언뜻 이야기할 때 '곡성' 이후에 슬럼프 시기를 보냈다고 했었다. 왜 그시기에 슬럼프를 겪은 것인가.

▶'곡성'이라는 영화가 잘 된 영화였고, 거기 캐릭터를 감사하게도 기억해주시는 부분이 있었다. 그 다음에는 이상하게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슬럼프가 왔다. 연기를 안 하면서 1년을 지냈던 것 같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작품이 안 맞았으니까 그런 것 같다. 일이 없었고 일이 없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일 하는 것들이 더 두려워지더라.

-그렇다면 슬럼프를 해치고 나오게 된 계기도 있을 것 같다.

▶창피한 얘기지만 내가 어떤 드라마를 하다가 현장에서 잘린 적이 있었다. 그때 정신이 들었다. 그 전까지는 정신을 못 차렸었다. 연기가 지금도 너무 어려운데, 그때는 더 어려웠다. 현장에 있는 게 무섭더라. 지금도 편하지는 않다. 그리고 이건 드라마를 탓하거나 하는 게 아니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드라마 시스템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던 것 같다.

-최근 출연했던 '방법'도 드라마다. '방법' 촬영장에서는 괜찮았나.

▶'방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본이 나온 상태로 시작했었고, 작가님이 연상호 감독님이었다. 감독님도 영화를 하던 분이어서 편했다. 편하게 찍었다. 사실 그때보다 드라마에 대한 공포감이 없어졌다. 드라마나 영화를 떠나서 내가 카메라 앞에 선 경험이 많이 없다. 그런 경험이 많이 없어서 더 그랬을 거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했다면, 이제는 하고 나니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는데 욕심이 채워지지 않고 그러다 보니까 더 마음이 힘들었을 수 있고 슬럼프가 온 것 같기도 하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스무살에 대학 다닐 때 취미로 학교에서 스쿨 밴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연영과가 있었는데 연영과에서 뮤지컬을 한다고 우리 팀을 섭외한거다. 그때 세션으로 참여해 그들이 공연하는 것을 봤다. 그게 내게 너무 인상 깊어서 '재밌겠다, 나도 저걸 해보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군대에 있을 때 수능을 다시 봐서 연극과 전공을 하게 됐다.(김도윤은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04학번이다.) 애초에 나는 연출 전공이었다. 연출을 하고 싶어서 학교에 갔다. 연출이나 연기나 커리큘럼은 같다. 연출을 하고 싶으면 연기를 해봐야 한다는 조언 때문에 처음 연극 무대에 섰는데 그게 뭔가 짜릿하더라. 그래서 한 편 두 편 하다보니까, 연기를 계속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됐다. 그래서 그렇게 됐다.

-나이에 비해서 데뷔가 늦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과정이 있었던 것인 줄 몰랐다.

▶맨 처음에 한 게 '하울링'(2012)이라는 작품이다. 그게 서른 넘어서 찍은 거였다. 그때 처음으로 매체 연기를 해본 거였다. 입학을 늦게 해서 졸업을 늦게 하게 됐다.

-매체 연기 전에는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했나.

▶학교에서 연극을 하고, 외부에서 연극을 했다. 그러고 있다 우연찮게 '하울링'을 하게 된 것 같다. 연극을 하면서도 영화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가르치는 일도 했더라.

▶결혼하고 나서 예전에 연기 가르치는 일을 했다. 그건 또 다른 재능인 거 같다. 내가 연기를 가르치는 건 또 다른 일이다. 본인이 연기를 하고 안 하고와 전혀 다른 일인 것 같다. 연기 학원에서 잘린 적도 있다.

-왜 잘렸나.

▶학생들이 물어보는데 나도 모르겠더라. 그 학생들이 선생님에 대해 피드백을 하는데 '저 선생님은 아무 것도 모른다'고 했다더라. 사실 연기라는 게 답이 정해져있지 않은데, 그들의 입장에서는 답을 원할 수 있다. 명확하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 말을 하지 못했다. 답을 모르는 건 모르는 것으로 남겨놓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했다.

-그만두고 나서 어떻게 됐나.

▶운이 좋았다. 그만 두고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시점에 '곡성'이라는 작품을 하게 됐다. '곡성'이 끝나고 슬럼프을 겪고 있을 때 연상호 감독님에게 연락 왔고, 지금도 감사하고 있다.

-회사에 들어가지 않았더라. '곡성'이나 '반도' 같은 영화에서 주요 배역을 할 정도면 매니지먼트사에서 연락이 많이 올 법도 한데.

▶일부러 안 들어간다고 하기는 뭐하다. 혼자 하는 게 편해서 다니는데, 이제는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어떤 것들은 배우와 직접적으로 얘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이 있어 회사에 들어가려고 했다. 연락처 주신 회사들이 있다. 아직 뵙지는 않았다. 혼자 하는 게 편한 건 있다. 운전해서 혼자 가면서 마음 정리도 하고, 대사도 한 번 해보고, 노래도 크게 부르고 간다. 매니저와 같이 있으면 그런 걸 하기 힘들다. 이전에 회사에 있을 때는 매니저들이 다 편한 친구들이었지만 나 혼자 있을 때만큼 편하지는 않더다. 그들은 무척 편하게 해줬다.

-배우 생활을 이어오면서 위기를 겪은 때가 있다면 언제일까.

▶오늘 아침도 위기였다.(웃음) 아직도 내가 연기를 해도 되는 사람인가를 매일 매일 고민한다. 매일 실망하고 절망했다가 다시 용기를 내고, 반복한다. 마흔이 되면 편할 줄 알았다.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이건 평생 가져가야 하나보다. 매일 실망했다가 '내가 연기해도 되는 사람인가?' '나한테 재능이 있나? 없나?'를 왔다갔다 한다.

-연기를 해도 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쉽게 얘기하면 재능이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내가 계속 다른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느냐. 내 안에 그만한 에너지가 있나. 그런 느낌들인 것 같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그것도 연기에 대한 열망이 있어서 하는 생각 아닌가.

▶맞다. 아직도 누가 '배우님' '김도윤 배우'라고 하면 그런 호칭이 기분이 좋으면서도 부담되고 하는 게 있다. 내가 진짜 배우라는 직업, 타이틀을 가져도 되는 사람인가? 그럴만한 연기를 했나? 하는 생각이 있다.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한다.

-'영스틸러' 코너를 위해 물어보는 질문이다. 내게 '스틸'하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는 송강호 선배님이다. 훔치고 싶은 역할은…영화는 아닌데, 언젠가 해볼 수 있겠다 하는 역할이 있다. 연극 '갈매기'라는 작품의 뜨레플레프라는 배역이 있다. 그걸 언젠가 하고 싶다. 배역이 젊은 작가인데 나이 먹기 전에 해야하는데 이미 너무 먹었다.(웃음) 그 연극을 해보고 싶다.

-그 역할이 그렇게 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 희곡을 처음 읽었을 때 어떤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나 이거 너무 해보고 싶다' 싶더라. 사실 학교 다닐 때도 주로 잘생긴 사람들이 그 큰 역할을 하고, 그 외에는 잠깐 스쳐가는 역할을 많이 한다. '저 역할이 나랑 잘 어울릴 거 같은데' 하는 생각도 했다.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작가니까.

-배우로서 김도윤이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디에 던져 놓아도 무리에 있던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다. 왠지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을 거 같고 그런 이미지다. 그런 것들이 강점 내지는 장점인 것 같다. 그런 데 쾌감이 있다. '곡성' 때도 사실 이렇게 큰 영화의 그런 역할을 맡은 게 처음이니까 얼마나 흥분되겠나. 당시 극장에서 보는데 마스크도 안 꼈는데, 바로 옆에서 보는데도 관객들이 못 알아보더라. 나는 쾌감이 있더라. 아무도 못 알아봤다.

-못 알아보는 게 좋은가.

▶좋은건지 아닌건지 모르겠는데, 못 알아보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캐릭터가 기억되면 좋을 것 같다.

-다음 작품은.

▶'지옥'을 하는데 보도자료가 안 나왔다.(인터뷰 이후인 지난 7월29일 넷플릭스는 '지옥'에 유아인 박정민 김현주 원진아를 비롯해 김도윤이 캐스팅됐다고 발표했다.)

-인스타그램 계정이 포털 사이트 프로필에 연결돼 있어 봤더니 아직 게시물이 한 개밖에 없더라.

▶인스타그램을 할 줄 모른다. 할 줄 모르지만 연상호 감독님이 '지옥' 책을 선물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올리는데, 태그를 걸어야 하는데 잘 모르겠더라. 그런 것과 별로 안 친하다. 관심이 없다. 잘 하고는 싶은데 잘할 수가 없다. 또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연락을 하고 싶은데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가끔 DM으로도 (일 관련)연락을 주신다고 해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내가 일부러 포털사이트에 얘기해 연결해 올려뒀다. 그렇지만 잘 연락은 안 온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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