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조권 "운명처럼 다가온 '제이미', 7년 만에 만난 인생작"
연예 2020/07/30 09: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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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권/ 사진제공=㈜쇼노트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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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왼쪽부터), 신주협, 조권, 렌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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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권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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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권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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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권/ 사진제공=㈜쇼노트 © 뉴스1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현재 서울 강남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제이미'는 남몰래 드래그 퀸(여장하는 남성 성소수자)을 꿈꾸는 고등학생 제이미의 성장담을 담아낸 작품이다. 17세 성소수자 소년 제이미는 가족들의 응원 속에 드래그 퀸을 꿈꾸지만, 주변인들의 '혐오'에 부딪히며 좌절을 겪는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제이미의 이야기는 편견 속 소외된 이들을 위로한다.

가수 조권은 '제이미'의 타이틀 롤 제이미를 연기하고 있다. 제이미에 많은 공감을 느꼈다는 그는 이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분석했다. 기본적인 애티튜드는 물론, 제이미에 빙의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파악한 조권은 이미 '제이미' 그 자체였다. 덕분에 '아시아 1대 제이미' 조권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조권은 온 힘을 다해 제이미 캐릭터를 빚어냈다고 귀띔했다. 손끝부터 어투까지 제이미가 아닌 것이 없었다. 이러한 노력에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조권의 애정이 묻어나 있다. 조권은 뮤지컬 배우로 7년 간 열심히 활동한 끝에 '제이미'를 만날 수 있었다며, 이 작품이 자신의 '인생작'이라고 말했다.

완벽한 제이미로 거듭난 조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뮤지컬 '제이미'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어떻게 작품에 참여하게 됐나.

▶군 생활 중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를 할 때, 대기실에서 분장을 받는데 옆에 잡지가 보이더라. 거기에서 '제이미' 오디션 공고를 봤다. 유튜브로 작품을 찾아보니 '나 아니면 누가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공연이 6월이었는데, 내가 3월에 전역하면 날짜도 맞겠다 싶어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회사에 전화해서 오디션을 무조건 보고 싶다고 하고, 군악대장님께도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오디션 날짜가 '귀환' 지방 공연이랑 맞물리는 거다. 조마조마했는데, 그 공연이 취소돼서 정기 외박을 쓰고 오디션을 볼 수 있었다. 이것 또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오디션을 보러 가자마자 '영재발굴단' 이후 처음으로 '이거 안 하면 죽을 때까지 후회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놓치면 땅을 치고 후회할 것 같아서, 사활을 걸고 오디션에 임했다. 지금은 '제이미'를 하려고 태어났나 싶을 정도로 즐겁게 공연에 임하고 있다.

-'제이미'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나.

▶단순하게는 트렌디하다는 점에 꽂혔고, 각 넘버들이 '팝'스럽고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또 (제이미의) 하얀 피부, 스키니한 몸매, 무대 위에서 끼를 부리는 재능이 내게도 충분히 있어서 런던 초연 배우와 싱크로율이 맞지 않을까 했다. 내 끼를 예술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이미'에서 뉴이스트 렌, 아스트로 엠제이, 신주협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나. 각자의 제이미는 어떻게 다른가.

▶레플리카(Replica) 공연이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해야 하니까 비슷할 줄 알았는데, 각자의 표현법이 다르니까 또 보는 재미가 있더라. 주협이는 뮤지컬 배우로서 다져진 기본기가 있고 힘이 좋다. 또 캐릭터의 중성적인 매력을 잘 살린다. 엠제이는 전체적인 이미지가 소년 같다. 17세의 제이미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어리숙하고 철이 없는 포인트를 잘 살린다. '귀염 뽀짝'한 매력이 있다. 렌은 보면서 되게 많이 놀랐다. 내면에 있는 페르소나를 꺼내 잠재된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더라. 끼를 잘 부려서 '보통 애는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다.(웃음) 네 명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이 있다. 그래서 '회전문'으로 보는 관객 분들도 있으시더라.

-렌과 엠제이는 '제이미'가 뮤지컬 첫 작품이다. 초보들에게 해준 조언이 있다면.

▶렌과 엠제이에게 '너희는 처음인데 좋은 작품을 만났다'고 이야기했다.(웃음) 우리 팀 분위기가 너무 좋은데, 언제 이렇게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겠나. 렌과 엠제이가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면서 애티튜드나 대사에 대해서 많이 물어봤다. 주협이도 제이미라는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벽에 부딪혀 조언을 구하더라. 그래서 나도 드래그 퀸에 대한 영상을 많이 찾아보고, 힐을 신어본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런 애티튜드들을 알려줬다. 넷이 함께 제이미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우리는 연습실 1층에 발을 들이는 순간 애티튜드를 제이미처럼 하면서 지냈는데 그게 많은 도움이 됐다.

-제이미를 보면 조권이 전에 출연했던 뮤지컬 '프리실라'의 캐릭터 아담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떻게 차별화를 두려고 했나.

▶제이미는 실존 인물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캐릭터가 나와 흡사한 점이 많았다. 나도 가수가 되고자 했고, 다른 사람들의 질투와 다그치는 말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제이미 역시 주변인들의 핍박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제이미에게서 진정성이 느껴져 큰 위안을 받았다. 세상에 제이미 같은 사람이 정말 많을 것 아닌가. 실존 인물 제이미와도 화상통화를 해 직접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런 공감대를 형성했다. '프리실라'는 게이와 트랜스젠더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인데, 그때는 영화를 보고 영감을 얻었지만 역시 진정성을 느꼈다. '프리실라'가 벌써 6년 전 작품이다. 그때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했는데 '제이미'로 6년 만에 같은 장소에 입성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더라. 옛날 생각도 많이 났다. '프리실라'가 두 번째 뮤지컬이었는데, 당시에 '조권도 자기에게 맞는 옷만 입겠구나'하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체스', '이블데드' 등에 도전했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았는데, 군대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전역을 하면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생각했다. 한 번 사는 삶이니까, 조권이라는 사람을 확실하게 보여주려고 한다.

-'제이미' 한국 공연이 아시아 초연이다. 거의 처음 빚어 가는 캐릭터라 부담감도 있지 않았나.

▶아시아 초연에 대한민국 초연 아닌가. 1대 제이미라는 자부심이 당연히 있다. 캐스팅이 공개됐을 때 주변에서 정말 많은 연락을 받았다. 이지나 연출님, 호영이 형, 서병구 안무가님이 '세계에서 가장 최고인 제이미가 될 것 같다'는 칭찬을 해주셨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자부심이 생기더라. 다른 제이미들에게도 '이 뮤지컬은 재연, 삼연할 거고 언젠가 새로운 제이미도 나올 텐데, 그때 우리가 작품의 첫 문을 연 배우로서 자부심을 느끼기 위해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무대에 서자'라는 말을 했다. 덕분에 더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제이미는 내게 맞춤옷이다.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다.

-극 중 제이미의 제스처나 말투가 실제 본인과 비슷한 점이 있나.

▶사실 애티튜드를 따로 연구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제이미에 빙의돼 있더라.(미소) 런던 공연 영상도 안 봤다. 아시아 초연 1대 제이미의 자부심이 있어서, '뉴 제이미'를 만들고 싶었다. 실존 인물인 제이미 캠벨에게도 '제이미가 없었으면 조권이라는 작품이 생겼을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연습 때도 그랬고, 무대에서도 이렇게 카타르시스를 느껴본 건 극히 드물다. 2AM으로 노래를 부를 때는 '구남친' 가사를 자주 부르는데, 그땐 슬프지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겠나.(웃음) '프리실라', '이블데드' 등의 작품을 할 때도 희열감은 느꼈지만 '제이미'는 확실히 다르다. 앙코르 무대에서 청바지에 힐을 신고 노래를 부를 때 뒷골에 닭살이 돋을 정도다. 이런 작품을 또 해볼 수 있겠나 싶다. 제이미를 하는 순간만큼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인 게 행복하다. '제이미'는 내 '인생작'이고, 나중에도 많은 관객들이 '조권의 제이미 진짜 끝내줬는데'라고 떠올려주셨으면 한다.

-이 작품을 하길 잘했다고 체감한 순간이 있나.

▶부모님이 첫 공연을 오셨을 때. 어머니가 이 공연을 보고 눈이 퉁퉁 부으셨다. 제이미가 사람들에게 비난받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연예계 생활이 호락호락하지 않은데, 얘가 은퇴하지 않는 이상 무수한 일들을 참고 견뎌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나셨다고 하더라. 가슴이 찡했다. 내 멘토이신 부모님이 공연을 감명 깊게 보셨다는 게 뿌듯했다.

-뮤지컬 활동이 아티스트 조권에게 미친 영향이 큰가.

▶영향을 많이 끼쳤다. 가요와 뮤지컬이 노래를 하는 것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특징은 확연히 다르다. 가요가 섬세하게 불러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면, 뮤지컬은 전달력과 딕션이 좋아야 하고 연기도 해야 한다. 뮤지컬이 2시간 여 동안 노래, 춤, 퍼포먼스 등을 다 보여줘야 하지 않나. 덕분에 테크닉적인 부분을 업그레이드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뮤지컬을 하기 전에는 '이노래'를 혼자 완곡 못했는데, 이후에는 할 수 있게 됐다. 뮤지컬 배우 활동이 가수 활동에도 도움이 된 셈이다.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에서 '뮤지컬 배우'로 거듭났다. 그 시간들을 돌아보면 어떤가.

▶지난 2013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로 처음 뮤지컬을 시작해 1년에 한 작품씩은 했다. 군대에 있을 때도 '신흥무관학교', '귀환' 등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올해 '제이미'까지 어느덧 여덟 개의 작품을 했는데… 돌아보면 모두 내게 피와 살이 되는 작품이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헤롯 역을 맡았는데, 전체 러닝 타임 중 3분20초 나오는 비중이 적은 캐릭터였다. 당시 이지나 연출님이 이 캐릭터는 '신 스틸러'라면서 이 신을 잡아먹으면 다음은 탄탄대로일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이 캐릭터가 내게도 도전이다 싶더라. 그런데 당시가 많은 아이돌들이 뮤지컬에 도전하던 시기였고, 솔직히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아이돌들의 뮤지컬 도전에 대해 관객들이 실망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던 시기였다. 나도 처음에는 욕을 엄청 먹었다. 그때 자신감이 살짝 하락했지만 '뚜껑을 잘 열어보자' 싶어서 노력했는데, 뚜껑이 열리는 순간 반응이 확 바뀌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무사히 잘 끝내고 '프리실라', '체스' 등을 했다. 돌아보면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것 같다. 덕분에 7년 만에 인생작 '제이미'를 선물 받은 기분이다.

-군대에 있을 때 뮤지컬 무대에 오른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겠다.

▶군대에 있으면서 '신흥무관학교' '귀환' 등의 작품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 내 재능이 나라의 쓰임을 받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많은 분들이 군대에서 뮤지컬 하는 것을 '편하다'고 오해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훈련을 다 받으면서 공연 준비를 했다. 그래서 더 힘들었지만, 재능을 썩히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는 건 복이어서, 뮤지컬을 하는 게 큰 힘이 됐다. 군인들이 뮤지컬을 보러 오기도 했는데 우리 공연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걸 보면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제이미' 공연 연습을 '신흥무관학교' 공연장에서 했는데, 민간인이 되고 가보니 새삼 감회가 새롭더라.

-군대에 있을 때부터 '제이미'를 준비하지 않았나.

▶정말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았다. '귀환' 때 김민석, 샤이니 온유, 고은성 등과 함께 생활을 했는데 같이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니 내 도전을 응원해주더라. 물론 연습 환경은 힘들었다. 다른 병사들과 함께 생활하니 샤워실, 세면실에서 거울을 보면서 연습하고, 오후 10시면 취침을 해야 하니까 눈을 감고 대사와 춤을 외웠다. 그래도 '제이미'를 하게 돼서 너무 좋다. 만약에 이 작품을 안 했으면 앞으로 연예계 생활을 어떻게 꾸려갈지 고민했을 텐데, '제이미'를 하면서 전역 후 고민을 덜었다.

-군 뮤지컬을 함께하던 동료들도 '제이미'를 봤나.

▶군악대원들도 오고, 군악대장님도 관람을 하셨다. 군악대장님이 군대에서도 내가 뮤지컬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을 해주셨는데, 이번에 내 공연을 보시고 '이제는 네 팬이야'라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뿌듯했다.

-'제이미'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다. 본인도 이 영향을 받았는지.

▶세상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다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모든 사람은 내면에 나름의 페르소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이미는 드래그 퀸이 본인의 페르소나일 뿐이다. 여자만 힐 신으란 법 없고, 제이미도 화장하지 말라는 법 없다. 제이미로서 하이힐을 신고 세상에 하이킥을 날린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하고 있다. 덕분에 나 역시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

-조권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도 있었을 텐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려 했나.

▶나라는 사람을 두고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직업적인 업보다. 20대에는 내 모습을 보고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라고 말하는 게 스트레스였다. 그러다 30대가 되고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는 중성적인 내 이미지가 무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권'이라는 장르를 만들고 싶다. 조권이 힐을 신고 나타나고 '저게 뭐야?'가 아니라 '조권이네'라는 반응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조권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하이힐이다. 집에 15켤레 정도 진열을 해놓았다. 춤출 때 빼곤 잘 신지 않는데, 이걸 보면 피곤하다가도 없던 힘이 생기는 느낌이다. 어릴 때 이모의 구두 소리를 들으면 청각적으로 오는 게 있었는데, 그때부터 힐을 좋아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진 않은지.

▶전혀 그렇지 않다. 너무 힘들어서.(웃음) 연습생 8년을 한다고 하면 누가 하겠나.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한다. 내가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살기에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새로운 제이미도 등장할까.

▶언젠가는 나오겠지. 그래도 내가 갈고닦은 실력이 있으니 노래는 잘할 자신이 있다. 또 '퀸'스러운 아우라나 연륜은 못 따라오지 않을까.(웃음)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공연이 있으면 '이런 건 조권이 해야지'라며 내 이름이 늘 거론됐으면 한다. 그런 특색 있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 '제이미'가 9월 초까지 이어지는데 벌써 끝나가는 게 너무 아쉽다.(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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