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이젠 '귀때기'라 불러주셔…관객 복 있었으면"(인터뷰)
연예 2020/03/03 05:3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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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배우 김영민 인터뷰. 2020.3.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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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배우 김영민 인터뷰. 2020.3.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제가 닮았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듣는 배우가 장국영, 유덕화, 양조위 이렇게인데…어느 분이 더 많이 닮아보일까요?"

배우 김영민(49)이 조곤조곤, 특유의 부드러운 말투로 질문을 던졌다. 통상 인사를 하고 난 뒤 질문을 받는 쪽은 인터뷰이지만, 이 소탈한 인터뷰이는 꾸밈없는 태도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앞에 앉은 이들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 장국영 역할, "어떡하지?" 막막했죠

김영민은 오는 5일 개봉하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에서 장국영 역을 맡았다. 80~90년대 홍콩 영화를 대표하는 아이콘 장국영은 극중 영화 일을 계속 해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프로듀서 출신 백수 찬실(강말금 분)이 자신의 길을 걷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영화는 그의 진짜 정체를 밝히지 않지만, 장국영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이 캐릭터는 주인공 찬실이 영화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과 열정을 대변하며 특별한 매력을 발휘한다.

"평소에 홍콩 배우 느낌이 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막상 실제로 역할 제안을 받으니 막막했어요. '어떡하지?' 했죠. 감독님이 '메리야스'에 팬티 바람으로 나오는 게 어떠냐 제안하셨는데 그건 영화 '아비정전'에서 나오는 장국영의 모습이죠. '아비정전'을 찾아봤어요.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은 양아치로 나와요. 처음에 찬실이를 만날 때 '아비정전' 속 장국영이 장만옥을 만날 때 나왔던 흐느적거리는 그 느낌을 연기해보려고 했어요."

그 시절 누구나 그랬듯 장국영의 팬이기도 했던 김영민은 "거짓말처럼 가셨다"면서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그날의 회상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장국영처럼 용감하게 실험적이고 의미있는 영화에 출연하면서 그 시대와 함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 바람도 있다고 했다.

"용기가 있었던 배우인 것 같아요. '해피투게더'를 보면 동성애 얘기고, 용기있게 그런 영화를 선택하고 몰입해 할 수 있다는 게 멋있었어요. 당시는 홍콩 반환 시기여서 그런 부분을 반영한 영화가 많이 나왔는데 장국영은 흥행이나 그런 것에 상관없이 좋은 주제의 영화에 참여했죠. 큰 스타가 그런 영화에 참여한 것이 홍콩 영화의 부흥을 이끌었고요. 저 역시 장국영처럼 시대와 함께 하는 그런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장국영이 극중 찬실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는 사람이었던 것처럼, 김영민에게도 현실에서 한 번 보고 싶은 배우가 있을까? 김영민은 말론 브란도와 로렌스 올리비에를 꼽으며 "그분들과 삼자대면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김영민이 받았던 '찬실이는 복도 많지' 시나리오의 원제는 '눈물이 방울방울'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제목을 따라갈까 걱정한 감독이 '찬실이는 복도 많지'라는 현재의 제목을 택했다.

"(바뀐)제목이 너무 좋아요. 감독님이 생각을 진짜 많이 하셨구나 싶었어요. '눈물이 방울방울'은 서정적인데, 그런 감수성 있는 마음이 대본을 낼 때 감독님의 심정이겠죠. 그렇지만 그걸 다 찍고 편집하고 본 후에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됐고, 그런 의미가 보일 때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이 있었을까요? 생각을 많이 하셨구나 싶었어요."


◇ 연극배우로 데뷔한 20대, 철저히 깨졌죠

김영민은 연극배우 출신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극단생활을 했고, 27세에 뒤늦게 서울예대 연극학과에 진학했다. 동기들과 많게는 7살 정도 차이가 난다. 유명한 동기로는 이천희, 박건형, 배성우, 김희원 등이 있다.

"스물 아홉살이었던 1999년에 연극으로 데뷔했어요. 나름 치열하게 해왔죠. 그 당시는 연극할 때 술 많이 마실 때였고, 연습도 그랬어요. 파고 드는 맛이 있었죠. 연극해서 부자된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도 어디서 돈이 나와서 그렇게 술들을 마시는지.(웃음) 20대 때는 3년 주기로 이걸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30대에 들어가면서부터 그런 걸 생각할 틈 없이 바쁘게 연극을 했었던 것 같아요."

김영민이 회상하는 20대는 철저히 자기 자신이 깨지는 시기였다. 기존에 있는 것을 하지 않고 실험적이고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던 마음이 가득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때와 생각은 달라졌지만, 그는 여전히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소신과 생각을 정립해 가기 위해 노력한다.

"송강호 형이 아카데미 시상식 후에 기자회견 때 한 얘기가 있어요. '봉준호 감독님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조적인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나는 배우라서 가장 창의적인 것이 가장 대중적인 것이 되도록 노력한다'고. 거기서 다 얘기한 것 같아요. 창조적인 것은 개인적인 것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이 또 많은 분들과 소통되지 않으면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 하는 그 이야기에 많이 공감해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일복 밖에 없는 것 같은 찬실이 일을 잃고 나서 자신의 삶에 방울방울 열매처럼 맺힌 복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영민에게 인생에서 갖고 싶은 복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관객 복' '팬 복' '인기 복'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엔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고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이었다.

"연극을 할 때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 왔을 때 단 한 사람이라도 바뀌어 나갔으면 좋겠다 했어요. 극장에 왔을 때도 그런 마음이 있었고요. 지금은 그와 더불어 많은 분들과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인기 복'은 그래도 하늘이 정해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면에서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하는 것이 쉽지 않고, 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는 것도 쉽지 않잖아요."


◇ 동안 콤플렉스, 이젠 아니야

김영민은 '동안 배우'로도 유명하다. 한국 나이로는 벌써 지천명에 들어섰지만, 누구도 그를 50대 배우로 보지 않는다. '71년생이 아닌 81년생'이라는 이야기도 듣고, 동갑내기 친구 마동석에게 반말을 하는 모습 때문에 버릇없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았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과거엔 지나친 동안이 콤플렉스로 느껴지기도 했으나 이제는 그 덕에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제가 덜떨어져서 철이 안 들어서 그런가봐요.(웃음) 그게 저는 싫었어요. 그냥 평범한, 서른이면 서른 얼굴, 그런 사람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선배님, 선생님들이 제가 얼굴이 어려보이는 게 콤플렉스라고 하니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복 받을 일이 생길 거라고요. 돌이켜 보면 그래서 좋은 역할이 오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장국영 역할도 제가 50대로 보였으면으면 됐을까, 싶어요. 그래서 '꼰대'처럼 보이긴 싫지만 후배들에게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있었요. '콤플렉스가 콤플렉스가 아니더라'"

김영민이 대중에게 인지도를 얻게 된 것은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때부터였다. 이후 최근 종영한 '사랑의 불시착'에서도 도청요원인 만복 역할을 맡아 '귀때기 동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정말 많이 알아보세요. '나의 아저씨' 때는 긴가민가 하셨는데 요즘에는 '귀때기' 하면서 알아보세요. 너무 재밌어요. 배우의 욕심으로는 배역의 이름보다 배우 자체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도 있죠. 예를 들면 '백두산' 하정우씨나 이병헌 형처럼요. 언젠가 좋은 연기를 하다보면 그런 배우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김영민이라는 배우를 잊고 그 연기에 빠질 수 있게 하는 그런 배우인 것도 좋아요."

차기작은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다. 김영민은 "김희애 선배님은 명불허전이다. 존경받을 수밖에 없는 배우"라고 하면서 김희애와함께 연기하며 느끼는 감동을 설명했다.

"김희애 선배님을 중심으로 (박)해준이도 그렇고 다들 연기를 잘 해요. 제가 다른 장면을 다 볼 수는 없지만 분위기나 소문이 좋고, 그런 것 때문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김희애 선배님은 명불허전이시죠. 연기하실 때 완전히 몰입해서 연기하세요. 존경받을 수밖에 없는 배우라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어요. 물론 작품에 대해서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선배님에 대해 제 마음에 존경심이 많이 쌓여있고 그래서 좋아요."

김영민이 요즘 느끼는 행복이란 '건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서 극장 관객수가 훨씬 줄어든 상황에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개봉하게 됐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이다"라며 관객들이 건강하기를 빌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며 앞으로의 방향 역시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우연히 어디선가 글귀를 읽었어요. 남들을 위한 좋은 사람이 되기 보다는 나를 위한 좋은 사람이 되자, 이런 내용의 글을 봤어요. 내 자신도 아끼고 사람도 아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제 일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내 자신도 위하고, 남들도 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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