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원신연 감독 "'봉오동 전투'는 기록의 액션, '국뽕' 아닌 긍지"(종합)
연예 2019/09/03 08:0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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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봉오동 전투’의 원신연 감독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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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봉오동 전투’의 원신연 감독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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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동 전투' 스틸 컷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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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봉오동 전투’의 원신연 감독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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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동 전투' 스틸 컷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올해 개봉한 대표적인 성수기 영화 '봉오동 전투'(원신연 감독)는 보름이 넘는 시간 동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서 선전하고 있다. 시국에 걸맞은 내용 뿐 아니라 관객들의 신뢰가 높은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 명품 배우들의 열연, 스릴러와 액션 장르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던 원신연 감독의 밀도있는 연출력까지 '삼박자'가 갖춰져 있어 가능한 결과다.

작품 개봉전 뉴스1과 만났던 원신연 감독은 "독립군과 같은 심정"이라고 설렘과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거둔 독립군의 '봉오동 전투'를 그렸다. 영화의 내용이 내용인 만큼, 6년간 역사를 공부하며 영화를 준비해 온 감독의 마음은 깊은 애정과 자부심으로 넘쳐났다.

"독립군 같은 심정입니다. 마지막 전투를 앞둔 심정이랄까요. 다른 영화들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다른 영화는 마음이 흥분되고 내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에 얼마만큼 사람들이 빠져들고 '캐치'하는지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면 '봉오동 전투'는 무거워요. 승리, 저항의 역사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가 과연 지금 이 시대에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이냐. 이 영화는 흥미를 위해 창작된 영화가 아니라 마치 기록을 위한 영화 같아요. 이걸 지금 이 시점에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무거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거죠."

영화 개봉 전후 '봉오동 전투'에 대해 '시기를 잘 탄 영화'라는 기대와 평가가 있었다. 원신연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데 6년 정도가 걸렸다면서 시기를 노린 영화라기 보다는 오랜 시간 각색하고 준비하면서 꼭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했다.

감독의 염원이 닿아서일까. '봉오동 전투' 유해진과 류준열, 조우진 등의 주요 배우 라인업은 관객들로부터 '국찢남'(국사책을 찢고 나온 남자들)이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국찢남'은 배우들의 친근한 외모에서 기인한 말이기도 하지만, 이들은 이 이미지를 뛰어넘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135분을 긴장감 있게 이끌어 간다.

극 중 유해진은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전설적인 독립군 황해철을 맡았고, 류준열이 비범한 사격 실력의 발 빠른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 역을 맡았다. 또 조우진이 총과 언변으로 일본군을 상대하는 마적 출신의 저격수 마병구 역을 맡았다.

"진정성에 대해서는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아도 되는 진정성이 묻어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는 게 캐스팅 초반의 마음이었어요. 그리고 유해진과 류준열, 조우진 배우는 그런 부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람들이에요. 지금까지 걸어온 길들이 그렇죠."

세 주인공 외에도 '봉오동 전투'는 적절한 캐스팅이 돋보이는 영화다. 성유빈과 이재인 박지환 등이 '리얼'한 연기를 보여줬다. 그뿐 아니라 키타무라 카즈키, 이케우치 히로유키, 다이고 코타로까지 세 명의 일본 배우는 영화의 사실감을 높여줬고, 자국에서는 예민하게 받아들여 질 수도 있는 영화의 주제나 소재에도 불구, '봉오동 전투'에 출연하는 결단을 내린 용기를 보였다.

"야스카와 지로, 쿠사나기, 유키오까지 이 세 명의 캐릭터는 반드시 일본 배우가 해야한다는 게 제가 끝까지 고집을 부린 지점이에요. 그 배우들이 해줘야 살이 붙고 리얼리티가 살고 생동감이 생긴다고 생각했죠. 거짓이 없는 참 캐릭터로요. 에이전시를 통해 시나리오를 보내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많은 일본 배우들이 답을 주셨어요. 놀랐어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영화의 일본군 역할에 일본 배우가 연기를 하는 선택을 한 자체가 자기 의사의 표현이에요. 그 자체로 의미가 큽니다. 열정적으로 연기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박지환도 '봉오동 전투'에서 돋보이는 배우 중 하나다. 일본인 아라요시 시게루 역을 맡은 그는 영화 속 유일한 코믹(?) 캐릭터로 웃음을 준다. 보여줄 것이 많은 캐릭터인 덕에 실제 많은 일본 배우들 소속 에이전시에서 아라요시 시게루 역을 탐냈다고. 하지만 원신연 감독은 아라요시 시게루 역은 처음부터 박지환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했다.

"'이건 (박)지환이 거다'해서 박지환씨를 생각하면서 썼어요. 박지환씨에게 시나리오 줬을 때 바로 하겠다고 해서 감사하게 하게 됐죠. 박지환씨는 보통 사람이 갖지 않은 야생성이 있어요. 예측할 수 없는 감성이 상당히 많고요. 약간 선악의 구분도 모호해요. 악해 보이는데 측은하기도 하고. 그 부분이 너무 매력적이었죠."

'봉오동 전투'에서는 홍범도 장군으로 등장하는 카메오 최민식의 깜짝 등장도 화제였다. 영화 '명량'에서 민족의 성웅 이순신 장군을 맡았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수장 홍범도 장군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처음부터 홍범도 장군이 안 나오시면 안 된다, 나오셔야 한다 했었어요. 전설적인 분이어서 그때 당시에 전설적인 느낌으로 등장했으면 좋겠다 싶었고요. 산 같은 존재, 마주치고 싶지 않은 존재, 호랑이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이 모든 것을 작전에 짜고 실행에 옮긴 게 홍범도 장군이고 중요한 핵심을 관통하는 캐릭터가 홍범도 장군이죠. 그 때문에 상징적인 배우가 해주기를 바랐어요."

실제 홍범도 장군의 남아있는 사진 속 의상과 모자를 재현해 최민식에게 입혔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봉오동 전투'는 독립신문에 짧게 실린 '봉오동 전투'에 대한 기록을 근거로 한 영화다. '팩트'에 기반을 두고, 고증을 위해서도 많은 연구를 했다. 이 같은 노력이 혹 지나쳤던 것일까. 영화를 본 일부 관객들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폭력에 대한 묘사가 사실적이라 잔인하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일본군의 만행'이라는 말을 인터넷에 포털 사이트에 치면 그들의 만행을 담은 사진이 쭉 나와요. 수많은 사진들이 나옵니다. 학살의 자료를 찾아봤는데 그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어요. 영화는 그 중의 아주 작은 일부를 표현한 거예요. 견디면서 봐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알아야 하지 않겠나, 기억해야 하지 않겠나…촬영하면서도 저희가 강조하기 위해 강조한 것은 단 한 부분도 없어요. 아프지만 감내하고 목격해야 합니다, 하는 마음으로 찍었어요."

원신연 감독은 이번 영화를 '기록 영화'라고 생각했다. 영화라는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최대한 당시의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를 통해 역사를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봉오동 전투'는 '기록의 액션'이라 생각했어요. 액션을 조금 더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우아하게 보이기 위해서라든지, 동적인 것을 살리기 위해 구성한 게 거의 없어요. 그냥 감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을 했어요. '유려함을 주기보다는 기록하듯이 찍자, 기록의 영화니까…' 이게 제 생각이었죠."

영화의 내용이 내용인만큼 '국뽕'으로 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는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 위해 거기에 다소 감성적인 표현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뽕'이라는 평가까지도 때로는 필연적으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제가 '봉오동 전투'에서 표현한 감정의 수위가 농도가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신파에요. 누구를 전사시키고, 끌어안고 통곡하고, 처절하게 울부짖고 하는 건 할수 없었어요. '국뽕'도 관객들이 보시고 판단할 거예요. 역사 소재를 팔아서 돈 벌려고 하는 이야기인지 그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이야기인지 관객들이 판단할 것 같아요. 진정성 있게 봐주시면, '국뽕'이 아닌 긍지죠. 그런 바람을 갖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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