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조위 '키코사태' 첫 배상안 나온다…은행 수용할까
경제 2019/12/13 06:05 입력

100%x200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2018.4.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금융감독원이 키코(KIKO) 재조사에 착수한 지 1년6개월만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피해 기업 4곳에 대한 은행의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지난 2008년 키코 사태가 발생한 이후 금감원 분조위 결정은 11년만에 처음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키코 분조위를 비공개로 개최해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은행의 배상비율을 확정했고 13일 오전 중 결과를 발표한다. 일각에서는 분조위가 20~30% 수준의 배상비율을 권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분쟁조정은 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등 4개 피해기업과 이들에 키코를 판매한 신한·KDB산업·우리·씨티·KEB하나·대구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한다. 4개 기업은 약 1500억원 수준의 피해를 봤으며, 모두 사법적 판단을 받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키코 계약이 불공정행위 등으로 무효·사기라는 기업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으며 은행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키코는 기업과 은행이 환율 상·하한선을 정해 놓고 그 범위 내에서 지정된 환율로 외화를 거래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기업은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미리 정한 환율과 실제 환율 간 차액의 2배를 은행에 물어줘야 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에 가입한 많은 중소기업이 큰 피해를 봤다. 키코로 인한 손실 규모는 상품 종류가 다양하고 계약 조건도 달라 정확히 추산하기 어렵지만, 732곳의 기업이 약 3조3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피해 규모가 20조원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한다.

쟁점은 이날 4개 기업에 대한 분조위 결과가 나오더라도 은행측에서 배상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4개 기업의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10년)가 이미 지나 은행측에서는 배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4개 기업은 키코 계약을 맺은 시기(2008년7월)로부터 10년이 지난 2018년 7월에서야 금감원에 민원을 신청했다. 분조위 배상판결은 양측이 모두 수용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분쟁조정을 권고했을 때 은행이 수락하지 않으면 강제권이 없어서 사전에 거리를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배임죄 여부도 관건이다. 은행이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사건의 분조위 배상비율을 받아들일 경우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으며 자본시장법 위반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은행 관계자는 "사법기관의 판단이 이미 나왔는데, 사법권이 없는 금감원이 제시한 배상안을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금감원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비율이라도 기업에 배상해주라는 의미일 수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배상하는 것 자체가 자본시장법 위반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고 했다.

다만 금감원은 은행이 배상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논리가 아니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경영판단'으로 볼 수 있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은행이 소비자로부터 신뢰의 평판을 더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재조사 과정에서 4개 기업에 대한 은행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20~30% 선에서 배상비율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뉴스1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핫이슈! 디오데오(www.diodeo.com)
Copyrightⓒ 디오데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