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마을 집단 암②]비극의 시작 2001년…"송장 타는듯한 냄새"
전국 2019/11/23 08:00 입력

100%x200

2009년 하늘에서 본 금강농산. 굴뚝 연기가 장점마을로 향하고 있다.(환경부 실태조사 자료) /뉴스1 © News1

100%x200

옥상에 올라 감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금강농산 공장(검은 색 원)을 가리키고 있는 신옥희씨. /뉴스1

100%x200

금강농산 연도별 연초박 반입량.(환경부 실태조사 자료) /뉴스1 © News1

100%x200

금강농산 역초박 사용 내역. (환경부 실태조사 자료) /뉴스1 © News1

100%x200

물고기 폐사와 오염된 도랑, 불법 적재된 연초박. (환경부 실태조사 자료) /뉴스1 © News1

100%x200

장점마을 위반사례. (환경부 실태조사 자료) /뉴스1 © News1

[편집자주]평화롭던 시골마을이 초토화됐다. 18년 동안 주민 97명 중 26명이 암에 걸렸다.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 얘기다. 2001년 마을 옆에 들어선 금강농산이라는 비료공장에서 원료로 쓴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이 암 원인이라는 환경부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미 많은 주민들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지금도 많은 주민들이 고통 속에 살고 있다. 뉴스1 전북취재본부는 환경부 실태조사 총 책임자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가 왜 생겼는지 살펴보고, 제2의 장점마을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은 없는지 등을 5꼭지로 준비해 내보낸다.

(익산=뉴스1) 김춘상 기자 = "제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이장을 했어요. 그런데 2010년인가 비료공장 바로 아래 방죽에서 물고기들이 떼로 죽은 거예요. 물은 새카맣게 변해 있었죠. 신고를 하니 공무원들이 오긴 왔는데, 죽은 물고기들을 근처 논에 묻고 가더라고요. 그러더니 나중에 '이상이 없다'는 발표가 나왔어요."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에 사는 신옥희씨(74·여)가 환경부와 (협)환경안전건강연구소(소장 김정수)의 '장점마을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 자료를 보며 한 말이다.

"방죽에서 물고기가 떼로 죽었을 때 비료공장 가동을 말렸으면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이 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그때 제대로만 했더라면…."

돌이켜보면 당시 (유)금강농산(비료공장)에 제대로 된 조치를 취했더라면 집단 암 발병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는 가슴을 쳤다.

신씨가 말한 물고기 떼죽음은 2010년 9월20일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기록을 보면 9월28일 오전 10시30분 '128한경신문고' 전화로 '9월20일 금강농산 폐수 유출로 바로 아래에 있는 장점저수지의 물고기가 집단폐사했는데 현재까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익산시 공무원들은 곧바로 현장을 찾아 붕어와 올챙이들이 죽은 것을 확인했다. 저수지 물은 흑갈색이었고, 시궁창 냄새가 났다. 이틀 후 다시 현장을 찾은 공무원들은 신씨 주장대로 죽은 붕어와 올챙이들을 매립했다.

당시 익산시는 물고기 폐사와 관련해서 전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수질검사 등을 바탕으로 "주민들은 금강농산 폐수 유입으로 저수지가 오염됐다고 주장하나 확인 결과 금강농산 폐수 유입으로 볼 수 있는 뚜렷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저수지에서 발생되는 악취와 금강농산 폐수에서 발생되는 악취는 다르다. 금강농산 및 주변 농경지, 생활하수 등의 장기간 물뒤집힘 현상으로 용존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생긴 폐사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금강농산 관련 민원의 대부분은 '악취' 민원이었다. 주민들은 "역겨운 냄새, 송장 타는 냄새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한다.

악취로 인한 고통, 그리고 집단 암 발병. 평화롭던 장점마을의 비극은 2001년 마을 옆에 금강농산의 비료공장이 세워지면서 시작됐다.

◇집단 암 비극의 시작 '2001년 금강농산 설립'

전북도와 익산시 자료를 보면 금강농산은 '비료생산업 및 비료수입업'과 '폐기물처리업'을 하는 업체로 등록됐다.

금강농산이 장점마을로부터 약 500m 떨어진 곳에 둥지를 튼 것은 2001년의 일이었다. 금강농산은 그해 10월19일 주정박과 전분농축액을 영업 대상 폐기물로 하는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았다. 이 업체가 받은 첫 허가였다.

이어 2003년 7월18일 비료생산업 등록을 했고, 10년 후인 2013년 3월20일 비료수입업 신고를 했다.

실태조사를 벌인 환경안전건강연구소는 "금강농산이 퇴비로 써야 할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불법으로 유기질비료 원료로 써 발암물질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면서 장점마을에 영향을 줬다"고 발표했다.

문제의 연초박이 나오는 것은 확인된 자료에 따르면 '퇴비'를 최초 등록한 2006년 11월15일이다. 금강농산은 당시 퇴비 원료비율을 '폐사료 40%, 연초박 20%, 당밀박 20%, 아미노산발효부산박 20%'로 쓰겠다고 등록했다.

이와 관련해서 환경안전건강연구소는 "환경부 올바로시스템으로 확인한 결과 금강농산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KT&G 신탄진공장에서 반출된 총 2242톤의 연초박을 비료 원료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익산시 확인 결과 2009년 이전 연초박 사용 내용은 문서 보관 연한 경과로 확인이 어려웠다"고 했다.

2006년에 연초박을 원료로 등록한 것을 감안하면 2009년 이전에도 신탄진공장이 아닌 다른 곳의 연초박이 금강농산에 들어갔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연초박은 비료관리법에 따라 부산물비료 중 '가축분퇴비 및 퇴비'에만 쓸 수 있다. 퇴비 원료가 아닌 다른 용도로 쓰면 불법이다.

그런데 금강농산의 불법 정황이 드러났다. 금강농산이 2015년 익산시에 보고한 폐기물 실적 현황에 퇴비가 아닌 '유기질비료'에 신탄진공장의 연초박을 사용한 내용이 포함됐던 것이다.

◇"송장 타는 냄새가 나요"…민원·민원·민원

금강농산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은 주로 악취였다. 전북도와 익산시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첫 민원은 2010년 9월 물고기 집단 폐사였다. 신옥희씨가 "방죽에서 물고기가 떼로 죽었다"고 한 바로 그 민원이다.

물고기 폐사 민원은 2016년 2월에도 접수됐다. 익산시는 당시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통보했다는 기록이 있다.

대부분의 민원은 악취 민원이었다. 2015년에 4월9일, 7월16일 세 차례, 7월22일에, 2016년에도 2월26일, 7월19일, 9월5일 세 차례 있었다.

신씨는 "옥상에서 보면 공장이 바로 보인다. 공장에서 연기가 치솟았고, 송장 타는 것 같은 냄새가 나서 모두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익산시는 2016년 9월5일 악취 민원과 관련, 전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조사에서 일부 '부적합' 판정이 나오자 금강농산에 개선권고 행정처분 명령서를 보냈다.

그러는 사이 장점마을에서 갑자기 암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암으로 사망하는 주민도 생기기 시작했다. 집단 암 발생이 금강농산 때문이라는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이다.

이에 전북도의회 복지환경위원회가 2017년 2월20일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문제를 다뤘고, 익산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그로부터 일주일 후 현장을 방문했다.

전북도보건환경연구원은 같은 달 24일부터 3월10일까지 금강농산 대기오염도 검사를 실시해 특정대기유해물질인 니켈이 0.247㎎/S㎥로 기준(0.01㎎/S㎥)을 초과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익산시는 이 결과를 토대로 4월24일 금강농산에 대기배출시설 폐쇄명령을 했다. 이로써 공장 가동이 16년 만에 멈췄다.

금강농산 관리 권한은 비료관리법이 개정된 2008년 2월29일을 기준으로 전북도에서 익산시로 옮겨졌다.

◇연초박에 불법에…암 발병 인과관계 밝혀져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자 전북도와 익산시는 환경부를 방문해 주민건강 영향 조사 청원을 신청했고, 환경부는 2017년 7월14일 주민청원을 수용했다.

이때부터 장점마을의 불법행위와 암 발병의 원인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장점마을 실태조사에 앞서 익산시 의뢰로 2017년 8~11월 전북녹색환경지원센터(책임연구원 김세훈)가 실시한 '금강농산 및 주변 환경오염실태 예비조사'에서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가 검출됐다.

환경안전건강연구소 실태조사에서는 Δ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공기조절장치를 설치하거나 Δ연초박을 지정된 창고시설이 아닌 공장 마당에 보관하는 등 금강농산이 그동안 저질렀던 불법 내용들이 드러났다.

환경안전건강연구소는 "금강농산이 퇴비로 사용돼야 할 연초박을 불법으로 유기질 비료 원료에 사용했으며, 허술한 방지시설 관리로 건조 과정 중 휘발되는 연초박 내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 등 발암물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배출돼 장점마을에 영향을 줬다"고 발표를 했다. 그러면서 "금강농산과 주민 암 발생 사이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금강농산이 공장을 가동한 지 18년 만에,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지 9년 만에, 공장 가동이 멈추고 주민청원이 수용된 지 2년 만에 집단 암 발병 원인이 규명된 것이다.

감사원은 현재 장점마을에 대한 공익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장점마을 주민들이 1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전북도와 익산시의 부실 관리·감독 의혹을 밝혀달라'며 낸 공익감사 청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감사원 공익감사 결과에 따라 공무원 문책 등 후속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으로 18년 동안 장점마을에 맺히고 맺힌 한을 풀어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mellotron@news1.kr



저작권자 ⓒ 뉴스1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핫이슈! 디오데오(www.diodeo.com)
Copyrightⓒ 디오데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