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 회장의 뚝심이 또 통했다
경제 2019/11/12 17:1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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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관계자들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화물을 싣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완료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출범 31년 만에 금호그룹을 떠나 새주인을 맞게 됐다. 2019.11.1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 박주평 기자 = 금호산업이 12일 HDC현대산업개발(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아시아나항공 인수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아시아나 인수전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이에 지난 4월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을 이끌어냈고, 앞서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성사시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뚝심'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금호산업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현산 컨소시엄을 아시아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금호산업은 다음 달 중 현산 컨소시엄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완료할 예정이다.

현산 컨소시엄은 2조4000억여원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아시아나 경영정상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 시장의 기대가 크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인수로 아시아나항공은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게 된다"며 "지속적인 투자로 아시아나항공은 초우량 항공사로 성장해 경쟁력과 기업가치 모두 높아질 것이고 HDC그룹은 항공산업 진출로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걸의 '퇴짜', 금호산업의 아시아나 매각 끌어내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 금호그룹은 지난 4월9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회계쇼크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대주주 일가와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걸고 채권단에 5000억원의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에 운용리스항공기 정비충당부채 등을 판단할 세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모기업인 금호산업과 더불어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고, 이에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의 신용등급 'BBB-'에서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1조원이 넘는 ABS(자산유동화증권)를 조기 상환해야 하는 트리거 조항이 발동하기 때문에 금호산업은 신용등급을 지키기 위한 유동성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자구안을 받은 지 하루 만에 유상증자 등 재무 위기를 극복할 실질 방안이 없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았다. 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이동걸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이 자리에서 그룹 경영에 손을 떼고 아시아나를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금호그룹은 아시아나의 구체적인 매각 방안을 담은 수정 자구안을 제출했고 채권단은 이를 수용했다.

당시 산은이 수정 자구안을 받아들이면서 내놓은 1조6000억원 규모의 '통큰' 지원안에도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산은은 아시아나가 발행할 영구채 5000억원어치를 인수하고, 일종의 마이너스 대출인 크레딧 라인 8000억원, 스탠바이 LC(Letter of Credit, 보증신용장) 3000억원 등 1조1000억원을 추가지원하겠다고 했다. 직접 지원을 최소화하되 아시아나의 경영 정상화 작업에 탄력이 붙도록 과감한 지원을 한 것이다.

◇흔들림 없는 '통매각' 원칙…'강남 아파트보다 낫다' 세일즈도

이 회장은 자회사 일괄 매각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춘 인수후보자라는 매각 방향성도 제시했다. 그는 "신주 인수자금은 회사 내부로 유입돼 경영정상화에 들어가기에 인수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투자"라며 "아시아나는 일부 비수익노선을 조정하면 상당한 흑자를 낼 수 있다. 충분히 원매자가 나타날 것이고 연내 매각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6월 말 기준 현금·현금성 자산만 1조1772억원에 달할 정도로 유동성이 풍부하고, 미래에셋대우 역시 자기자본이 9조원을 넘는다. 금호산업으로 유입되는 구주 인수가격이 4000억원 미만으로 알려진 만큼 이 회장의 말대로 현산은 인수자금 대부분을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회장은 인수자가 9조원이 넘는 아시아나의 부채를 떠안아야 하고 항공업황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직접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7월에 기자들과 만나 "두 번 다시 아시아나와 같은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강남 아파트는 매물이 없어져도 또다시 나오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두 번 다시 안 나온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현산은 물론 애경그룹도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매각은 불발에 대한 우려 없이 매끄럽게 진행됐다.

◇한국지엠 법인 분리, 대우조선해양 매각에서도 빛난 뚝심

이동걸 회장의 '뚝심'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전에도 빛을 발했다. 지난해 한국GM 연구개발 법인 분리를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GM 본사가 한국GM 연구개발 법인을 중점 연구개발 거점으로 지정하도록 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또 산은이 2000년 대주주가 된 이래 여러 번 매각에 실패했던 대우조선해양을 극비리 협상 끝에 지난 2월 현대중공업에 넘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한국GM 노조,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지난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는 대우조선 노조에 "노조의 과격한 행동으로 대우조선 기업 가치가 훼손되고 조직이 와해하는 불상사가 없길 바란다"며 "노조가 아무것도 내놓지 않고 받기만 요구하면 협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한국GM노조가 긴 미래를 보고 노사협의에 임해줬으면 한다"며 "그렇기 위해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뚝심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9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사견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정책금융기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합병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소신을 밝혔다.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 은성수 위원장은 취임후 이와 관련한 질문에 "더 논란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일축했다. 지난달 국감에서는 이 회장은 의원들로부터 '기관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받았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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