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효정의 미어캣] '프듀' 조작이 빼앗아간 5가지
연예 2019/11/09 06:3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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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프로듀스 X 101’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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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48' 참가자./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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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프로듀스 X 101’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서바이벌 오디션 Mnet '프로듀스' 시리즈가 일정 부분 조작됐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연일 대중을 충격에 빠트리고 있다. 시청자에 '국민 프로듀서'라는 지위를 주며 '당신의 소년 소녀에게 투표하라'던 외침은 그저 마케팅일 뿐이었고 실제로는 순위를 조작해 데뷔팀을 선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소속사와 제작진의 유착 관계 정황도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데뷔조를 선발하는 프로듀서인줄 알았던 시청자들의 '환멸'과 허탈함은 배가 되고 있다. 우리는, 국민 프로듀서들은 왜 이토록 분노하는 걸까.

1. 시청자들의 시간과 돈과 노력을 앗아간 '프로듀스'

최종 선발전에서 100원의 유료 투표를 포함해 '프로듀스' 시리즈는 시청자와 팬덤의 '노력'이 프로그램을 굴러가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내가 응원하는 연습생을 데뷔시키고 싶다는 열망이 매회 치열한 투표로 이어졌다. 이때문에 '노력'은 '노동'이 됐다. 화제성이니 순간 시청률이니 여러 지표가 곧 인기 순위로 이어졌기에 모든 것이 경쟁에 포함됐다. 팬들은 매회 공개되는 연습생들의 무대 영상, 음원, SNS 프로모션,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고 하트를 눌렀다. 결정적으로 데뷔에 영향을 미칠 유료투표는 자신의 표 뿐만이 아닌, 주변 지인들에게 '영업'을 하는 것은 물론 거액의 돈을 모아 투표 이벤트를 여는 식으로 확장됐다. 그같은 노동의 배경에는 오로지 응원 멤버의 '데뷔'였으나 '프로듀스'의 조작은 이 시간과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시청자 기만이다.

2. 데뷔조에서 탈락한 연습생들의 꿈과 기회를 앗아간 '프로듀스'

'프로듀스'에 참가한 많은 연습생들은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에 임했다. 그 가운데에는 아이돌 지망생 치고는 많은 나이때문에 불안함을, 이미 데뷔를 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영세 기획사의 미약한 지원을 겪고 나선 이들이 있었다. 나의 노력에 따라 내 순위가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붙잡고 치열한 바늘구멍을 통과하고자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을 거쳤다. 그 간절함을 헤아릴 수 있을까. '프로듀스'는 연습생들의 눈물을 부각시켰고, 자식들의 이름을 알리고자 땡볕의 거리에 선 부모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게 간절한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자본력있는 기획사같은 배경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고, 노력과 실력은 꿈을 이루는 조건이 아니었음을 확인시켜준 '프로듀스'다. 누군가는 '프로듀스'같은 희망이 없던 서바이벌을 끝으로 꿈을 접어야 했을 터다.

3. 데뷔 멤버들의 미래를 앗아간 '프로듀스'

데뷔 멤버라고 해서 수 개월의 트레이닝이 쉽고, 꿈에 대한 간절함이 덜할 리 없다. 이름이 불리기까지 미지수와 변수가 존재했으므로 그들 모두 불안감을 껴안은 채 수 개월의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견뎠다. 마침내 데뷔라는 꿈을 이뤘으나 멤버들에게 남은 것은 '조작'의 꼬리표다. 아이즈원의 컴백 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엑스원은 데뷔와 동시에 이미 정상적인 스케줄 자체를 소화하지 못 했다.

그 사이 멤버들은 그룹 강행, 해체, 방출 등 여러 안을 놓고 외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른들의 싸움과 대중의 비판의 총알받이가 되고 있다. 어떤 방안으로 결정이 되든 이제 막 꽃을 피운, 또 이제야 겨우 재기회를 잡은 멤버들 모두 '조작'이라는 무거운 짐을 질 수 밖에 없다. 이들을 지원해줄 팬덤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룹의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한 의견 분열, 대중의 비판 속에서 크게 요동치고 있는 상황 이다. 불행의 경험과 불안한 심리를 바탕으로 한 스타와 팬덤의 미래가 마냥 꽃길로만 보이지 않는다.

4. 'K팝'에 불명예 안긴 '프로듀스'

'프로듀스' 시리즈가 방송된 Mnet의 올해 캠페인명은 아이러니하게도 '위 아 케이팝'(We are KPOP)이다. Mnet이 곧 K팝이라는 자부심 넘치는 문구는 이제 조롱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 글로벌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K팝이다. 대부분의 아이돌팀이 국내외 활동을 모두 염두에 두고 기획되고 있으며, 데뷔와 동시에 해외 활동을 시작한다. 더불어 해외팬들 역시 국내 팬 못지 않은 열정과 구매력으로 K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히트 아이돌을 탄생시킨 '프로듀스' 시리즈가 조작 위에 연출된 방송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해외팬들의 충격 또한 크다. '프로듀스' 시리즈를 포함해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조작이나 연습생 방치 논란이 불거진 바, 앞으로 나올 다른 K팝 그룹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그룹별로 차별화된 세계관, 독창적인 프로모션 방식으로 팬덤을 쌓는 K팝 그룹 특성상, 이토록 적나라한 '조작' 민낯은 전체적인 K팝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응당 Mnet(CJ ENM)은 '모르쇠' 입장 발표 등 구멍가게 식의 대처를 멈춰야 한다. '국민' 프로듀서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조작방송을 만든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재발방지대책 등 책임감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프로듀스' 등 서바이벌 오디션을 히트시키며 음악 예능의 명가 타이틀은 물론 K팝의 공룡으로 성장한 그룹으로서 취해야 할 모습이다.

5. 대중이 기대한 '공정한 사회'에 대한 기대를 앗아간 '프로듀스'

공정함에 대한 사회적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시기다. 팍팍한 현실은 '기울어진 운동장'과 '출발선이 다른 경쟁'같은 말들을 만들었고, 이에 대한 대중의 경계의식은 뚜렷해졌다. 그러한 가운데 서바이벌 오디션은 대중에 일종의 공정한 경쟁에 대한 기대감을 판매해왔다. 현실에서 쉽게 이룰 수 없는 공정한 기회와 경쟁을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이룰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꺼이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참여했다. 그러나 한꺼풀 벗기고 보니 돈과 힘의 유착으로 만든 유리천장이 존재했다. 부조리한 현실을 다시 확인하고만 대중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결국 공정 경쟁이 불가능함을, TV 프로그램의 판타지 안에서도 평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절망감만이 남았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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