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추족' 급증에 대목 실종…송편·제수용품 60% 급감에 전통업계 '울상'
IT/과학 2019/09/12 06: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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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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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올해는 주문량이 30% 정도 줄었네요. 지난해에도 (재작년보다) 절반이나 줄었는데…."

최정탁 한국떡류제조업협동조합 전무는 올해 추석 송편 주문량을 세어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제는 명절 특수가 실종된 느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다가왔지만 차례상에 오르는 제수용품과 명절음식을 제조·판매하는 관련 업계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명절 대목'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집이 줄면서 올해 제수용품 제조량은 전년 대비 50% 이상 쪼그라들었다. 추석 대표음식인 송편 주문량도 수년째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과·배·대추 등 전통음식 판매량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반면 홀로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이 불어나면서 가정간편식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다. TV홈쇼핑은 올 추석을 맞아 가공식품 등으로 구성된 간편조리식 편성을 대폭 늘렸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아예 '추석 간편식 기획전'까지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명절 음식을 나누는 '전통'이 강했지만, 이제는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여가를 즐기는 '연휴'로 추석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며 "자연히 시장도 수요에 따라 변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수용품 제조량 전년比 60%↓…송편·한과 주문도 30%↓

"주문이 없으니까요. 올해 제조량도 지난해보다 50~60%는 줄었네요"

제수용품 명가(名家)로 유명한 전북 남원 목기사업협동조합 판매장은 추석 연휴 전날인 11일도 한산했다. 질 좋은 제수용품을 찾던 고객의 발길은 뚝 끊긴지 오래다. 올해 제수용품 제조량은 전년 대비 60%가량 줄었다. 조합 관계자는 "제수용품 수요가 줄어든 것은 한참 됐다"며 "유통업체도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차례상에 오르는 제수용품이 팔리지 않으니 제수음식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홈앤쇼핑에 따르면 올해 추석 송편·모시떡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2% 줄었다. 사과·배·곶감·반건시·황금향 등 제수과일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8%가량 떨어졌다. 조기·손질새우 등 어류 판매량도 같은 기간 6% 감소했다.

전국 8000여개의 떡방앗간이 모인 떡류제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송편 주문량은 이미 지난해부터 반토막이 났다. 최정탁 전무는 "과거에는 설이나 추석이 되면 흑자를 보는 '명절 특수'가 뚜렷했지만, 몇 년 전부터 특수가 실종된 느낌"이라며 "작년에는 재작년보다 주문량이 50% 줄더니 올해는 30% 더 줄었다"고 말했다.

추석 대표 다과로 꼽히는 '한과'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북 장수군에서 한과를 만드는 '한비즌 한과'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주문량이 10~15% 감소했다"며 "주요 소비층이 줄고 젊은세대는 한과를 찾지 않다 보니 몇년 전부터 판매량이 줄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명절음식 가고 '가정간편식' 떴다…홈쇼핑·편의점·대형마트 매출 '껑충'

반면 귀성을 포기하고 여유로운 연휴를 즐기려는 혼추족(나 홀로 추석을 보내는 이들)이 늘면서 '가정간편식'이 전통음식을 대체하는 새로운 '명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CJ ENM 오쇼핑은 올해 추석 준비기간(8월19일~9월8일) TV홈쇼핑, T커머스채널, 모바일라이브 채널을 통해 총 21만7100여건의 간편조리식을 판매했다. 지난해 추석 준비기간(9월2일~22일)에도 22만여건에 달하는 간편조리식을 판매하며 2년 연속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CJ ENM 오쇼핑 관계자는 "차례상을 차리지 않는 문화가 강해지면서 주부들의 일손을 덜어줄 간편조리식 주문량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며 "손질새우, LA갈비, 소모둠구이세트, 비비고 만두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을 추구하는 혼추족이 증가하면서 간편하게 끼니를 떼울 수 있는 '즉석요리' 판매량도 뛰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추석 준비기간 CU 편의점의 즉석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다. 즉석국·즉석탕·즉석찌개류 판매량도 지난해 8~9월보다 9.2%가량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추석 상차림 간소화와 혼추족 증가 추세에 따라 '추석 간편 기획전'까지 열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온라인 전체 추석 매출에서 간편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5%에서 올해 8%대로 늘었다. 매출신장률도 2017년 24.1%에서 지난해 40.8%로 껑충 뛰었다.

◇전문가 "추석 '명절' 개념 퇴색…세대차이가 소비변화 불러"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같은 소비 추세의 변화가 추석을 명절이 아닌 '휴가'로 여기는 '인식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한다. 경기침체가 만성화하면서 지갑이 얇아진 탓에 추석 경비를 부담스러워하는 심리도 작용했다.

최 전무는 "과거에는 추석은 온 가족이 함께 성묘를 가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야 한다는 전통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의무감이 다소 희석되는 추세"라며 "고향을 찾기보다 개인 여가를 즐기거나 여행을 떠나는 휴가 개념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송편이나 한과 등 전통음식을 대신할 수 있는 먹거리가 다양해지고 추석 음식 장만을 꺼리는 분위기도 강화하고 있다"며 "이른바 '대체음식'이 홍수를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명절음식 수요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 추세가 변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극명하게 달라진 '세대차이'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은 과거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집성촌' 문화였지만 지금은 핵가족화한 '개인주의 문화'로 변모했다"며 "카톡·영상통화가 일상화된 디지털 시대까지 맞물리면서 굳이 얼굴을 보고 만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비대면 문화까지 발달했다"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간의 세대차이가 극명하게 갈린 탓에 '결혼은 했느냐', '취업은 어떻게 되냐' 등 기성세대의 관심이 젊은세대에게는 당혹감을 주는 피로로 느껴지기 쉽다"며 "차라리 명절을 피하고 싶은 심리가 혼추족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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