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강한 의심'드나 무죄"…증명력에 막힌 조희천 1심 판결
사회 2019/08/22 21:2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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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장자연씨를 강제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희천 전 조선일보 기자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8.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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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자연 씨 사건의 증언자인 동료 배우 윤지오 씨가 지난 4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장자연 증언자, 윤지오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2019.4.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박승희 기자 = 지난 2009년3월 고(故) 장자연씨가 술접대에 불려다니며 술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남기고 목숨을 끊은 지 10년여 만에 관련자에 대한 기소와 1심 재판이 이뤄졌지만, 무죄가 나오면서 장씨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규명은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1심 "조희천 고 장자연 성추행 '강한 의심'드나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장씨를 술자리에서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조선일보 기자 출신 조희천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오 부장판사는 조씨가 타 언론사 대표에게 누명을 씌우는 등 책임회피를 시도한 정황 등을 보면 장씨를 추행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증인인) 윤지오씨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조씨)에게 형사처벌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오 부장판사는 조씨가 장씨를 추행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는 근거로 Δ윤씨가 소속사 대표 생일파티 자리에서 피해자(장씨)가 누군가로부터 추행을 당했고, 가해자에 대한 진술이 바뀌긴 했지만 처음부터 조씨를 염두에 두고 진술했다고 볼 여러 사정이 있는 점 Δ조씨가 참고인조사 당시 책임 회피를 시도한 정황 등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장의 '강한 의심'은 유죄로 이어지지 못했다. 무엇보다 강제추행 장면을 목격했다는 윤씨의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이 검찰과 달랐기 때문이다.

오 부장판사는 윤씨가 2009년 경찰과 검찰에서 여러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가해자를 지목하는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한 데 의문을 제기했다. 또 윤씨가 경찰 초기 조사때 모 언론사 대표를 가해자로 지목했다가 이 사람의 알리바이가 명확히 확인되자 조씨를 가해자로 지목한 과정 자체에도 의문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윤씨는 2009년 3월15일 경찰 1차 조사에서 가해자를 '50대 신문사 사장'으로 지목했다가 사흘 뒤인 3월18일 2차 조사에선 자신이 과거에 받은 명함을 토대로 모 언론사 대표로 특정했다. 그러나 해당 언론사 대표가 사건 당일 현장에 없었다는 알리바이가 확인되자 4월14일 5차 조사 때부터 가해자를 '조씨'로 바꾸었다.

오 부장판사는 "그날 (생일파티에) 갔던 사람은 조씨와 김종승, 변양호 전 B펀드 공동대표, 이모씨 등 4명이다. 변 전 대표와 이모씨는 (당시) 50대였고, 조씨는 30대로 15살까지 나이 차이가 있으며, (160cm대인) 변 전 대표, 이씨와 (177cm인) 조씨는 키도 차이가 난다"면서 "윤씨가 면전에서 추행장면을 목격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7개월 뒤에 이뤄진 경찰 진술 당시 가해자를 정확하게 특정하지 못했더라도 일행 중 처음 보는 제일 젊고 키가 큰 사람으로 지목할 수 있었을 것인데, (1차 조사에서) '50대 신문사 사장'이라고 진술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조씨 측 주장과 맥이 통한다. 검찰은 그간 재판 과정에서 '8개월전에 만난 사람의 인적사항을 윤씨가 착각한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중요하지 않다'고 보면서 '(착각했던) 인적사항을 빼고 보면 김종승 생일파티에 참석한 사람이 장씨를 성추행했다는 윤씨의 진술은 굉장히 일관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씨측 변호인은 재판과정서 '윤씨가 지목했던 인사들에 대한 인상착의 기억이 일본어 잘하는 분, 50대인분, 되게 짜리몽땅 등으로 매우 구체적'이라며 '착각에 의한 진술로 볼 수 없고 어떤 의도를 가진 거짓진술 내지 말바꾸기'라고 주장했다.


1심, 사건 현장 참석자 입맞춘 정황도 불인정

재판부는 또 당시 사건이 벌어진 자리의 성격, 상황, 참석자들간의 관계도 조씨 성추행혐의의 유죄성을 뒷받침하기 어렵다고 봤다. 오 부장판사는 "당시 술자리는 접대자리가 아니라 김씨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자리"라며 "조선일보 기자출신으로 총선에 출마했고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던 조씨가 당시 6500억원 정도의 펀드를 운영하던 B펀드의 이모씨를 처음 소개받는 자리라 주의를 기울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윤씨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소속사 대표인 김씨는 윤씨 등이 같이 온 일행들에게 술도 못 따르게 엄격히 관리했다"면서 "(만약) 추행이 벌어졌다면 최소한 피고인이 (김씨로부터) 강하게 항의를 받고 생일파티가 끝나야 하는데, 한 시간 이상 자리가 이어졌다. 당시 룸에는 연주하고 선곡해 주는 직원이 있었고 직원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공개된 장소였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과정서 조씨 측 변호인은 조씨와 변양호, 이 모씨와의 관계, 자리 성격 등을 근거로 조씨의 강제추행이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었음을 강조했었다. '당시 38세 소형 금융사 상무였던 조씨가 학교 대선배인 변양호, 금융업계 대선배인 이모씨에게 잘 보여야할 어려운 자리에서 강제추행을 할 수 없었다'는 논리를 폈었다.

오 부장판사는 "생일파티에 참석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피해자에 대한 추행 자체는 없었다', '모 언론사 대표가 참석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검찰에서 의심해온 참석자들의 말맞추기 정황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과거 조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이후 추가로 새로운 증거를 발견한 게 없고, 윤씨도 추가로 조사하지 않았던 것도 지적했다.

재판부가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장씨 죽음 이후 제기된 성범죄 의혹과 관련한 진실 규명은 10년 만의 관련자 기소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장자연씨 사망후 검찰은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에 대해 폭행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만 기소하고 성상납 의혹 관련 연루자는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조씨의 경우 지난해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권고한 이후 검찰이 과거 판단을 뒤집고 기소했으나 1심에서 무죄가 나오며 힘이 빠지게 됐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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