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쏟아진 폭우…그러나 젖지 않았다
문화 2019/08/15 09:2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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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 인터내셔널 '레인 룸'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부산=뉴스1) 이기림 기자 =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전시장은 빗소리로 가득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다행히 조명 하나가 입구 쪽을 비추고 있어 전시장 내에 비가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비가 쏟아지는 전시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나 비에 젖은 사람은 없었다. 전시장에 비가 내린다는 것도 신기한데 젖은 사람이 없다는 것은 더욱 신기했다.

이곳은 14일부터 부산 사하구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레인 룸' 전시장이다. 100㎡ 의 공간 천장은 물이 쏟아지도록 구성됐다. 특이한 건 사람이 있는 곳에는 물이 쏟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객이 있는 바로 위 천장에서는 물이 멈춘다.

그 이유는 전시장 양 벽면에 설치된 4대의 카메라 덕분이다. 카메라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인식해 컴퓨터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컴퓨터는 이를 통해 천장 노즐을 열고 닫으며 물의 배출을 조절한다.

'레인 룸'은 영국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2012년 처음 전시된 이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중국 상하이 유즈 박물관 등지에서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독일 출신의 플로리안 오트크라스(44)와 한네스 코흐(44)가 결성한 작가그룹 '랜덤 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의 작품.

플로리안은 14일 "레인 룸은 '우리가 이런 경험을 하면 흥미롭겠다'라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됐다"라며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아이디어는 5초 만에 나왔지만 초기 프로토 타입을 구현하는 데에만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라며 "처음엔 높은 곳에서 잉크나 페인트를 떨어뜨린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지금의 모습이 구현됐다"고 말했다.

레인 룸을 체험해본 사람들은 모두 신기해한다. 그러나 작품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가는 이런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강요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강요할 생각도 없다고 말한다.

다만 플로리안은 "인위적 환경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환경에 의존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는 과정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최근 기술의 진보에 따라 인간의 주체성과 환경의 정체성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첨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삶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전시인 셈이다.

랜덤인터내셔널은 이번 전시에서 '스웜 스터디(Swarm Study)' 시리즈도 선보였다. 이 시리즈는 50만개 이상의 오브제가 떼(Swarm)를 지어 분산되고 모이는 패턴이 반복되는 비디오 설치작품이다.

두 작품은 '아웃 오브 컨트롤'(Out of Control)이란 전시명으로 오는 2020년 1월27일까지 열린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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