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종주국' 일본어로 시를 써온 90대 노시인의 슬픈 저항
문화 2019/08/15 08:2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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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김시종(90)은 제주 4·3항쟁에 휘말려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1949년 일본으로 탈출해 오사카의 재일조선인 거주지 이까이노에 정착한 뒤 줄곧 일본어로 시를 쓴 시인이다.

현대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고 재일 조선인으로서의 운명에 맞선 김시종 시인의 시집 '잃어버린 계절'이 번역 출간됐다.

이 시집은 철학자 이진경과 한국문학 연구자인 카게모또 쓰요시의 공동 번역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완역본이다.

시집은 2010년 일본에 출간된 시인의 7번째 시집으로 계절별로 8편씩 모두 32편의 시가 실려 있다. 제41회 타까미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시집은 자연을 노래하는 서정시로 읽히기 쉽지만 실제로는 비극적 삶과 타인의 고통을 성찰하는 서정을 담아 이야기하고 있다.

시인에게 일본어는 자신의 감성과 의식 체계의 밑바탕이 되는 모국어와도 같았다. 그러나 스스로 '일본어에 대한 보복'으로 문필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히듯 시는 일본식 문체가 아니고, 반일본적 서정이 담겨 있다.

조국을 빼앗았던 일본의 언어로 시를 써온 노시인의 회한과 "누구도 밀쳐낼 수 없는 / 깊은 우수"('마을' 중)가 서린 시들은 독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김시종 시인은 2009년 12월 일본에서 출간된 시집에서 작가의 말을 통해 "식민지 소년인 나를 열렬한 '황국 소년'으로 만들어낸 예전의 일본어와 그 일본어가 자아내던 음률의 서정은 삶이 있는 한 대면해야 할 나의 의식의 업과 같은 것"이라며 "일본적 서정에서 나는 제대로 벗어난 것인지 어떤지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 잃어버린 계절 / 김시종 지음 / 이진경, 카게모또 쓰요시 옮김 / 창비 / 1만3000원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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