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쓴 사실, 먹으로 감출 수 없어" 1400번째 함성 청소년들 빛났다
사회 2019/08/14 16:1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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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길원옥 할머니가 광주 조선대학교 부속 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의 편지를 받고 있다. 2019.8.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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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피해자의 Me Too에 세계가 다시 함께 외치는 With you! 가해국 일본정부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는 주제로 열린 제14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준비한 피켓을 들고 있다. 2019.8.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류석우 기자 = "먹으로 쓴 사실은 피로 쓴 사실을 감출 수 없습니다", "사과가 이토록 어려운 일인가요? 중학생인 우리도 잘못하면 진심 어리게 사과하라고 배웠습니다."

1400번째를 맞이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수요시위)에서 청소년들이 무대에 나와 한 말이다.

제7차 '세계 위안부 기림일'이기도 한 이날 시위에는 2만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36도의 구름 한 점 없는 찜통 더위였지만 우산으로 서로를 가려가며 시민들은 기림일을 함께 맞이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 시민들은 부채로 처음 본 옆 사람의 더위를 식혀주기도, 물을 나눠마시기도 하며 발언자들의 말에 박수를 치고 함께 파도를 탔다. 소녀상을 에워싸면서다.

기림일 지정일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여럿이 앞 줄에서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이 날은 두 분의 할머니만 참석했다. 지난 1월에는 김복동 할머니가 별세했다. 대신 할머니들의 마음을 닮은 노란 나비를 머리에 꽂은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 그리고 해외 20여개의 단체들이 국내외에서 참여해 할머니들의 곁을 채워줬다.

구불 구불 사인펜으로 4절지에 쓰고 색연필로 칠한 피켓도 여럿 보였다. '제가 먼저 한번 더 기억하고 한번 더 알리겠습니다', '버텨주셔서 감사해요 할머니'. 이날 행사에는 유난히 교복을 입은 학생, 앳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많았다.

1992년 1월8일 미야자와 전 일본 총리 방한을 계기로 시작된 수요시위는 지금까지 1400회까지 이어지면서 연대의 함성을 키워냈다. 이날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수요시위를 동시에 진행했고, 필리핀·대만·콩고·북이라크·짐바브웨·콜롬비아·우간다 등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지하는 연대 영상을 보내와 감동을 더했다.

우간다의 찬 르웨데 페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여성과 아이들이 고통에 빠진다. 우리 아이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호소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생존자 타티아나 할머니는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힘이 되어줘서 할머니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콜롬비아 생존자 안젤라는 "우리의 증언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무력갈등 중에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다.

이어 학생들의 문화 공연이 이어졌다. 인명여고, 수남중, 부안여고, 신가중, 소하중 등의 학생들은 무대에 올라와 위안부 할머니의 고백을 지지하고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연대 발언을 했다.

중학교 학생들은 BTS의 '둘!셋!' 노래를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개사하고 랩을 하며 흥겨운 무대를 이어갔다. 이들은 "우린 할머니 지켜드릴게, 괜찮아. 자, 하나둘셋하면 잊어. 너네(일본)태도 맘에 안들어, 안 봐도 비디오네. 땡큐 소 머치"라고 오른손에 노란색 손수건을 매달고 서로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이날 행사장에는 91세인 김경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시위 후반에 참여해 소년, 소녀들의 공연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휠체어를 탄 할머니 옆에서 여중생들이 소형 선풍기를 쥐어드리고 분홍색 우산을 씌워줬다.

각계 발언도 이어졌지만 더욱 돋보이는 것은 학생들의 참여였다. 정의기억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예년에 비해 학생들의 참여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김해에서 올라온 순남중학교 김태린 학생은 발언대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로부터 진정한 용기란 무엇이고 희망이 무엇인지 배웠다"며 "우리는 끝까지 좌절하지 않고 일본정부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이어 그는 "할머니들의 바람이 희망의 나비가 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갈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외쳤다.

광주 신가중 학생회 학생들은 "소녀들의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하고 우리가 든든하게 지원하겠다"며 "할머니 꾹 버텨주셔서 고맙다"고 연대를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일본에서 참석한 오노 교코(56) 간사이 네트워크 관계자는 "일본같은 경우 위안부 역사에 대해 잘 안 가르치다보니까 젊은 사람들이 몰라서 일본에서 있는 수요집회에서도 재일동포나 나이 많은 사람이 많다. 이렇게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한 것을 보니 기쁘고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이날 7번째 기림일을 맞아 해외 11개국 24개 도시에서도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행동에 나서고 있다.




suhhyerim7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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