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도 회계보고서 조작”…삼바 분식회계 수사 탄력
사회 2019/07/12 17:4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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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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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국민연금 서울남부지역본부.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삼성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합병비율을 도출하기 위해 기업가치 평가 보고서 조작을 지시했다는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 본류수사도 탄력이 붙게 됐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짜맞추는 마지막 퍼즐을 이 부회장으로 보고 있다. 2015년 9월 합병 이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벌인 합병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같은 해 12월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2015년 5월 삼정KPMG가 딜로이트 안진이 작성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기업가치 평가 보고서를 그대로 따라 또 다른 기업가치 평가 보고서를 만든 정황을 최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안진 회계사들은 검찰 조사에서 "삼성의 요구로 제일모직의 가치는 실제보다 높게, 삼성물산의 가치는 실제보다 낮게 평가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삼성의 요구에 의해 조작된 안진의 보고서를 삼정이 그대로 받아쓴 셈이다.

통상 회계법인은 의뢰 기업에 유리하도록 평가 기준과 방식을 적용하는데, 안진은 삼성물산의 의뢰를 받고도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려 기업가치를 평가했다. 삼정과 안진은 합병 당시 각각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의뢰를 받아 기업가치 평가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는 검찰이 지난해 12월부터 수사를 본격화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과 맞닿아 있다. 이 사건은 2015년 12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도록 회계 처리기준을 변경하면서 4조5000억여원의 장부상 평가이익을 얻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2015년 9월 '합병 삼성물산'이 합병에 따른 회계처리를 하면서 삼성바이오의 콜옵션 공시 누락 등으로 자본잠식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이 '사기'였다는 게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삼성은 합병가액을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라 주가 기준으로 산정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들이 작성한 보고서는 삼성물산 대주주로 합병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삼성의 주장대로 합병가액은 주가에 의해 정해진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시행령은 상장법인이 다른 법인과 합병하려는 경우 합병가액은 합병을 위한 이사회 결의일과 합병계약을 체결한 날 중 앞서는 날의 전일을 기산일로 최근 1개월간 평균종가와 최근 1주일간 평균종가, 최근일의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액의 범위에서 할인 또는 할증한 가액으로 하도록 한다.

다만 주식시장에서 결정되는 주가는 미래가치라는 '기대감'까지 반영해 결정되기 때문에 실제 기업가치와 차이가 있다. 주가가 항상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주주들이 주가로 결정되는 합병가액이 적정한지 판단하는 근거가 회계법인의 기업가치 보고서다.

실제 이들 회계법인의 보고서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비율에 찬성표를 던지는 데 주요 근거로 활용됐다.

2016년 12월 국민연금이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제일모직 및 삼성물산 적정가치 산출 보고서'를 보면 적정주가와 합병비율 비교 주체로 국민연금 리서치팀과 국제 의결권 자문사인 ISS 외에 안진과 삼정이 포함됐다. 국민연금은 국정조사 특위의 합병 찬성 근거 자료 요청에 이 보고서를 냈다.

당시 삼정과 안진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적정 합병비율을 각각 1 대 0.38과 1대 0.40으로 비슷하게 계산했다. 이는 제일모직 1주에 삼성물산 3주를 맞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 리서치팀도 1 대 0.46으로 큰 차이가 없었고 ISS만 1 대 0.95로 삼성물산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산정 결과만 놓고 보면 세계 1위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가 잘못된 분석을 한 것으로 보이는 결과로 당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서도 국민연금과 회계법인 2곳의 평가 결과에 근거해 1 대 0.3이라는 실제 합병비율에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에 이들 회계법인의 보고서가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9조3000억원으로 계산하면서 1조8000억원 상당의 현금성자산을 누락했다거나 두 기업의 상장주식을 평가하면서 통상 기업회계기준과 다르게 시장가격에서 할인해서 적용했다는 점 등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보다 상장주식을 많이 보유한 상태였다.

거꾸로 제일모직 기업가치를 20조원 상당으로 평가하면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 삼성바이오 주식을 9조여원 수준으로 과대평가했다거나 제일모직이 보유한 토지 중 일부를 비영업용으로 분류해주면서 영업 가치에 공정가치로 평가해 더해 주는 방식으로 과대평가했다는 문제도 있었다.

삼성바이오 회계 문제에 정통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합병비율을 공정하게 평가했다면 1 대 1로 수정된다"며 "합병비율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투자위원회 자리에서 전문기관 검토결과가 1 대 1이라는 결과로 올라왔다면 삼성이 제안한 비율인 1대 0.35에 누구도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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