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가신 초복 '냉면·마라탕' 뜬다…편의점 보양족도
사회 2019/07/12 14:4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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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 전문점이 보양식을 먹으러 온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2019.7.1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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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인 12일 서울 중구 주교동의 평양냉면 전문점에 손님들이 몰리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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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김민성 기자,류석우 기자 = 12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체부동의 한 삼계탕 전문점 앞. 주초까지 이어지던 폭염을 전날까지 이어진 장마가 한풀 식힌 덕에 한낮 기온이 26도 정도까지 낮아졌지만 햇살은 따가웠다. 곳곳에선 양산과 우산으로 햇볕을 가리고 50명이 넘는 시민들이 줄이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줄에 선 김모씨(35)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조금 일찍 나왔는데도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며 "한 번 꼭 먹어보고 싶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흐르는 땀을 연신 닦으며 기다리던 70대 A씨 부부는 해마다 이맘때 이곳을 찾은 게 벌써 5년째다. 부부는 "어릴 때는 돈이 없어서 (삼계탕을) 못 먹었지만 이제는 꼭 챙겨먹으려고 한다"고 했다.

식당 앞 대기 행렬은 40여분만에 150여명까지 늘어났다. 대다수는 중노년층이었으나 곳곳에 중국, 태국 등 동남아시아 외국인과 젊은 층도 눈에 띄었다. 이날은 올해 첫 복날이다.

'보양의 날'로 인식되던 초복, 전통의 보양 음식점인 삼계탕 전문점은 예년처럼 문전성시를 이뤘다.

중구 명동 소재 한 삼계탕 전문점은 평소 닭불고기, 전복닭죽 등을 함께 팔다가 이날은 아예 '오늘은 삼계탕만 판매한다'고 써붙였다. 인근에서 회사에 다니는 정모씨(50)는 "낮 12시5분쯤 도착했는데 앞에 대기인원이 30명 있었다"며 "이제 들어가 땀 한번 빼면서 보양해볼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뒤늦게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김모씨(36·여)는 회사 사정 때문에 발길을 돌리면서 "집 가는 길에 닭 한마리 구매해서 집에서라도 해먹어야겠다"고 말했다. '왜 굳이 삼계탕이냐'고 묻자 김씨는 "닭볶음탕, 초계국수, 치킨 등 닭요리를 접할 기회가 많은데 이날 아니면 언제 또 삼계탕을 먹겠느냐"고 대답했다.

"언제까지 복날하면 '삼계탕, 개고기'…평소에도 맛있는 것 많이 먹는데 이제 인식도 바뀌어야죠."

굳이 삼계탕 같은 전통의 보양식만을 고집할 필요가 있냐는 대안파도 적지 않았다. 여름이면 특수를 누리던 냉면은 초복인 이날 더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서울 중구 주교동의 평양냉면 전문점에는 이날 개점을 1시간여 앞둔 오전 10시30분쯤부터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직원은 "근래 가장 빠른 당일 예약"이라면서 "초복인 탓도 없지 않은 듯하다"고 귀띔했다.

구순이 넘은 고령의 장석영씨(92)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줄을 섰다. 북한 평북 영변 출신인 장씨는 "근래는 영양이 좋다보니 굳이 삼계탕, 보양탕 아니라도 여름맞이, 고향생각으로 냉면이 딱이다"고 말했다. 이어 "'복날하면 삼계탕, 개고기'하던 인식도 바뀌는 것 같다"고 했다.

30대 장모씨는 "마른 장마로 덥지 않은 날씨라 복날을 굳이 챙길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냉면집을 찾았다. 그는 "회사에서 (삼계탕, 반계탕 등으로) 급식 정도 챙기지 주변에서 개인이 복날 보양을 굳이 신경쓰지 않는 듯 하고, 닭 요리는 평소에 맛있는 걸 많이 먹고 있다"고 했다.

이날 명동의 함흥냉면 전문점에 몰린 30대 직장인들도 의견을 같이 했다. 주변 대기업에 다니는 A씨(29·여)는 "아침에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삼계탕 먹을 사람을 모았으나 (나는) 냉면이 좋아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가 높아진 매운 중국 요리인 마라탕으로 '이열치열' 하며 초복을 맞는 이들도 꽤 됐다. 서울 종로구의 한 마라탕·마라샹궈 전문점 직원은 "인기야 평소에도 높았으나 초복을 전후한 어제(11일), 오늘 찾는 인원이 부쩍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줄 서 기다릴 시간이 없거나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을 위한 인스턴트식 보양 음식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인근 편의점에는 냉동 코너에 삼계탕이 등장했다. 끓는 물에 파우치를 그대로 넣고 15분여 끓이거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7~8분만에 만들 수 있는 즉석 보양식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초복 아침 이 제품을 찾는 30~40대가 5명가량 있었다"다고 말했다. 전복죽을 찾는 이들도 파악됐다.

서울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인근 편의점 주인은 "(레토르트 삼계탕을) 사서 기분만 내려고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면서 "최근에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다양한 경로로 보양식 주문도 가능하니 그렇게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 인근에서 만난 20대 배달원 이모씨도 "오늘은 치킨과 닭볶음탕 등 배달이 많다"면서 "초복 영향인 거 같다"고 말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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