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CEO 인터뷰] BNK 이윤학, 자본잠식 운용사 환골탈태 이끈 비결은
경제 2019/04/20 06:0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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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가 여의도 BNK자산운용 본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4.5/뉴스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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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 2019.4.5/뉴스 © News1 권현진 기자

취임 1년여만에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 3년 수익률 1위
기업문화 자본확충 등 체질개선 주력…"10년 뒤 운용자산 30조원 목표"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지난해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했을 때 주식운용본부 직원들에게 뭐라고 할 필요도 없었던 게, 이미 얼굴에 너무 괴로워하고 있다는 표시가 나더라고요. 어느 날 직원들을 소집해서 주식 얘기는 많이 하지 말고 여행가거나 땀 흘리는 운동을 하라고 했어요. 멘탈이 붕괴되면 안되니까요."

BNK자산운용은 지난해 '환골탈태' 했다. 성과가 미미했던 주식운용부문이 1년 만에 가파르게 성장하더니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 53개 가운데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 3년 수익률이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BNK자산운용의 체질 개선을 이끈 이윤학 대표는 '당근과 채찍'을 확실히 아는 CEO였다. <뉴스1>은 지난 5일 여의도 BNK자산운용 본사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BNK자산운용은 부산·경남 지역이 연고지인 BNK금융그룹의 자회사다. 지난해 성과가 더 주목을 받은 이유는 대형사마저 고전했던 지난해 증시에서 직원 47명의 중소형 운용사인 BNK운용이 선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대표가 취임했던 지난 2017년 11월 BNK자산운용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었다.

오랜 증권사 생활에서 벗어나 운용업계에 첫발을 들인 이 대표는 오자마자 조직 문화를 완전히 바꿨다. 이 대표는 "회사는 가족이 아니며 일당백의 마음으로 팀플레이를 하라는 것을 직원들에게 주문했다"며 "꼰대문화처럼 연봉서열식이 아니라 자율적인 문화 속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강조했다.

BNK자산운용은 2020년까지 운용자산(AUM) 1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운용자산은 4조원 고지를 넘었다. 이 대표는 10년 뒤 운용자산 30조원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주식운용부문에서 크게 성과를 냈다. 비결은 무엇인가?

▶BNK자산운용 전신이 GS자산운용이었는데, GS자산운용 지분 51%만 인수한 상태였다. GS 입장에서도 BNK자산운용은 이미 판 회사니 결국 회사는 중간에서 붕 뜨게 됐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수인력은 다 빠진 상태가 수년간 지속됐다. 당시 실제 일하는 인력은 종합운용사라고 하기에는 적은 23명 정도였다.

취임했을 때 BNK자산운용는 자본잠식 상태였을 뿐 아니라 결손금도 있었다. 직원들도 '꼭 해야 할 일'만 하는 정도였다. 오자마자 나머지 49% 지분을 다 샀고 증자를 통해 자본 구조부터 개선시켰다. 주식운용본부도 강화했고 올해는 인덱스패시브본부도 키운다. 대체투자부문도 확대·개편할 계획이다. 주식운용본부의 경우 상당수가 애널리스트 출신이라 분석력이 좋다.

조직 문화에도 변화가 있었다. 자산운용사는 수익률이 중요하니 성과 중심의 문화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잘못을 무한하게 포용하는 가족이 아니다. 단, 자율적인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나온 팀워크가 큰 힘을 내고 있다. 성과주의 문화가 생소했던 기존 직원들이 스스로 많이 나가기도 했다. 현재 주식운용본부 15명 중 2명만 기존에 있던 직원이다. 늦게 퇴근하거나 주말에 출근하는 것도 꼭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어쩌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일 수도 있어서다. 쉴 때는 쉬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BNK운용의 향후 성장성에 특히 주목하는 듯하다. 다른 운용사와 차별적인 행보도 눈에 띄는데.

▶최근 입사한 직원은 누구나 탐낼 만한 이력을 갖췄는데, 대형사와 BNK자산운용 둘 다 붙은 상태에서 BNK자산운용을 선택했다. 이유를 물으니 그 직원이 "성장 기회가 많을 것 같다"고 답했다. 지금 BNK자산운용의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인 것 같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오래 해서 이쪽 생태계를 잘 안다. 지난해 가을 '브로커데이'를 만들었다. 증권사 브로커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요즘에는 그렇지 않지만 과거에는 브로커들이 펀드매니저의 이런 저런 요구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직원들에게는 늘 브로커를 상대로 갑질은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브로커데이에는 증권사 30여개 회사 소속 브로커 40여명이 왔다. 올해 초에는 우리 담당 브로커에게 꽃다발도 보냈다. 한 브로커가 우리에게 "늘 주기만 했던 꽃다발을 받아서 감사했다"고 하더라. 신선한 충격이란 반응이었다.

-계열 은행 출신이 아닌 외부 전문가로서 영입돼 조직 체질 개선을 성공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운용업계로 자리를 옮겼는데, 직접 겪어보니 어떤가.

▶ 애널리스트나 브로커가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면 운용사 매니저는 그 의견을 토대로 끊임없이 결론을 내야 한다. 그에 따른 책임감이 크니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지난해 장이 크게 하락할 때 다들 이미 너무 괴로워해서 뭐라 말할 수도 없었다. 어느날 아침 직원들을 소집해 멘탈 붕괴되면 안되니 주식 얘기 많이 하지 말고, 여행을 가고 땀 흘리는 운동을 하라고 했다. 그럴 때 시장은 천천히 봐야 된다. 대신 시장이 턴(Turn)하기 앞서 변하는 시점을 주시하라 조언했다.

한 가지 세운 철칙은 펀드 포트폴리오를 의도적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보는 순간 관여하게 되는데 CEO가 관여하는 순간 포트폴리오는 망가진다. 유명 펀드 매니저 출신이 CEO인 운용사는 생각보다 성과를 못 낸다.

-BNK운용은 지역 연고를 둔 지주 계열사다. 장점 또는 애로사항이 있다면.

▶자산운용사는 공격적으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은행 중심인 지주 분위기상 다소 보수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지주에서 비은행 강화에 주력하고 있고,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여력이 많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크다. 지역 고객 중에는 주식·채권에 다소 생소한 고객들이 많다. 우리 입장에서는 새로운 개척지다. 김지완 BNK지주 회장은 과거 대표적인 증권맨으로 꼽혔던 분이다. 이쪽 업계를 아주 잘 안다.

-10년 뒤 BNK자산운용은 어떻게 성장할까.

▶일단 초창기 목표대로 가고 있다. 작년을 새로운 창업 원년으로 세웠고 올해는 도약하는 해다. 10년 뒤에는 AUM 30조원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은 이미 유효자본이 상당해 자산운용업의 매력이 더 커질 것이다. 유효자본이 작은 나라는 대출 등의 비즈니스가 성립되지만 한국은 이미 2010년 전후로 자금 잉여국으로 바뀌었다. 홍콩 자본이 이제는 우리나라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려 노력한다. 이미 우리나라 자산운용업은 돈 버는 시장이 됐다.

-올해 주식시장 전망은.

▶경제가 안정화할수록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이를 거스른 국가는 사실상 미국 뿐이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성장성을 모색하는 국면이다. 고점을 2600선까지는 볼 수 있겠지만 밴드권에서 크게 못 벗어날 것이다.

-펀드 운용자의 덕목은 무엇일까.

▶'다르게 생각하기'다. 우리는 현재 패시브, 액티브 등 각 부문이 같이 있지만 각자 규모가 더 커지면 분리시킬 계획이다. 펀드 색깔이 같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연 또는 지연이 엮이는 것도 차단하려 노력한다. 비슷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내년이면 금융투자업계에 몸 담은지 30년차에 접어 든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2002년 베스트 애널리스트(당시 LG투자증권)로 처음 선정됐을 때 가장 행복했다. 당시 최다 득표 기록도 세웠다.

-개인적인 인생 목표는 무엇인가. (이 대표는 2015년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은퇴 관련 공부를 열심히 했다. 현재 일주일에 한번씩 강화도에서 농사를 짓는데 정신적인 해방구처럼 여겨진다. 골프보다 훨씬 즐겁다. 개인적으로 80세까지 작은 일이라도 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는데, 재능기부 차원에서 교육봉사를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은퇴 계획을 세울 때 도시와 농촌 양쪽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모두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인으로 활동할 때에는 '2도 5촌', 은퇴 이후에는 '5도 2촌'을 지키는 식이다. 그래야 은퇴 이후 삶이 삭막하지 않고 행복해진다.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 프로필

Δ1965년생 Δ1984년 부산대학교 무역학 학사Δ명지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Δ1991년 부국증권 입사 Δ1999년 제일투신 수석연구원 Δ2001년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Δ2009년 우리투자증권 신사업전략부 이사Δ2015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 Δ2017년 11월~현재 BNK자산운용 대표


jy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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