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칼럼]건강검진 이상 소견이 중요한 이유
전국 2019/04/20 06: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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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병원 국제검진센터 박한주 부장© 뉴스1

선병원 국제검진센터 박한주 부장

(대전ㆍ충남=뉴스1) 송애진 기자 = 2012년 가을, 추석 10여일 전으로 기억한다. 검진센터에서 일하는 필자는 수검자를 직접 대면하는 일보다 결과지로 만나는 일이 더 많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필자의 책상에 쌓인 100여 개의 결과지를 하나씩 검토하고 있었다. 한 30대 남성 수검자의 결과지에서 신장초음파 검사 항목에 결절이 확인돼 있었다. 신장암이 의심됐기에 CT 촬영을 하러 오라고 권고하려 수화기를 들었다. 그는 필자의 설명을 담담히 듣더니 "알았다"면서 "결과지를 보내주면 가까운 비뇨기과(현 비뇨의학과)에 가 CT를 찍겠다"고 했다. 검진센터에서는 그에게 결과지를 보내줬다.

2013년 가을. 언제나처럼 결과지를 보고 있는데 낯익은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그분이었다. 신장초음파 결과를 확인해 보니 작년에 비뇨기과에서 CT 촬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신장 결절의 크기는 4.5cm으로 커져 있었다. 게다가 전년도에는 초음파 검사만으로는 신장암이라고 확실히 말하기엔 애매한 점들이 있었던 반면 이번에는 크기가 4.5cm로 커지고 모양도 변해 신장암이 확실해 보였다. 필자는 다시 수화기를 들어 몹시 다급한 목소리로 "작년에 비뇨기과에 갔는지" 물었고, "가지 않았다"는 수검자에게 "결절의 크기가 커졌으니 꼭 가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며 "우리 병원 비뇨기과를 예약해주겠다"고 했다. 수검자는 "결과지를 보내주면 꼭 비뇨기과에 가겠지만 병원이 집에서 멀어 가까운 비뇨기과에 가겠다"고 했다.

다시 1년이 흘러 2014년 가을. 그 수검자의 결과지가 다시 필자에게 왔다. 이번엔 신장 결절이 8cm으로 훨씬 커져 있었고, 저선량 흉부 CT 촬영에선 이미 폐로 전이된 것으로 의심되는 소견이 있었다. 필자는 다시 전화해 "신장 결절이 더 커졌고 폐전이도 의심된다"고 얘기했다. 필자는 속이 터지고 답답한데 그는 이번에도 "알았다"며 "결과지를 보내달라"고 했다. 배우자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면 그의 건강 상태를 알리고 병원에 데려 오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개인정보 관련 법률상 본인 동의가 없으면 본인 외의 사람에겐 결과를 알려줄 수 없다.

필자는 "이번엔 결과지를 우편으로 발송하지 못하겠다. 아무리 멀어도 우리 병원 비뇨기과에서 진료를 받고 결과지를 받아가라"고 한 뒤 3일 후의 날짜로 비뇨기과를 예약해줬다. 하지만 그는 오지 않아 필자는 다시 전화해 병원에 꼭 와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드디어 그가 방문했고 결과지도 받아갔다. 그는 신세포암 4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신장암은 성인암의 약 2~3%를 차지하며, 암이 전이되거나 매우 커지기 전까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신장암은 다른 건강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하거나 CT 촬영을 하다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암세포가 아직 신장에만 있을 때는 예후가 좋아 5년 생존율이 88~100%다.

검진센터 수검자들 중에는 본인이 증상이 있어서 받기보다는 회사에서 받으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오는 분들이 많다. 특히 30~40대는 자신의 건강을 과신해 결과지의 이상 소견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나중에 큰 병이 발견돼 후회하기도 한다. 그 분도 나중에 물어보니 "증상도 없고 바빠 흘려듣고 미뤘는데 후회된다"고 말했다. 대개의 초기암은 별다른 증상이 없다. 그러니 검진 결과에서 이상 소견이 있다면 반드시 병원에 와 확실히 진단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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