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青서 총리 제안"·고 "재판거래 없다"…구속 갈림길(종합2보)
사회 2018/12/06 21:1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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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18.12.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영장 발부시 헌정 초유 대법관 출신 구속 불명예
영장심사서 '죄가 되지 않는다' 혐의 대부분 부인

(서울=뉴스1) 이유지 기자,심언기 기자,손인해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이 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도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헌정사 첫 대법관 출신 구속수감자라는 불명예 기록이 쓰일지 법조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박 전 대법관을,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고 전 대법관을 상대로 각각 영장심사를 진행했다. 박 전 대법관은 5시간 가량, 고 전 대법관은 4시간 가량 혐의를 소명하며 검찰과 공방을 주고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실무진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PPT 자료까지 준비해 혐의입증에 총력을 쏟았고, 두 전직 대법관은 제시된 증거와 진술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법관은 법정에서 법원행정처의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한 것은 개입이 아니며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은 이날 심사를 마치고 나와 "대법관님께서 사실대로 진술하셨다"며 "재판부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실 것으로 믿고 있다"고 영장 기각 기대감을 표했다.

이날 변론 과정에서는 박 전 대법관이 지난 2015년 4월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독대한 것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관련이 아니었다고 해명하면서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직을 제안받았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박 전 대법관은 "청와대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도 나를 국무총리로 보내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이면서도 "거절했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법관의 해명에도 검찰은 이같은 정황이 역으로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유착을 방증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법관 비위 무마 등 사실관계가 명확한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시인하면서도 "난 청와대를 상대로 한 재판거래는 없었다" "주도적으로 사법행정권을 남용하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 박 전 대법관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혐의가 가벼워 구속 사안까지는 아니라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은 영장심사 뒤 "전직 대법관이 구속되는 모습으로 국민들께 상처를 주고 믿음과 희망이 꺾이는 일이 정말 없었으면 한다"며 "충분히 잘 반론을 했고 잘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서울구치소에서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두 전직 대법관은 영장이 발부되면 그대로 수감되고 영장이 기각되면 귀가하게 된다. 이날 늦은 밤 또는 이튿날 새벽 중 구속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3일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기소하면서도 박·고 전 대법관을 공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하며 Δ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Δ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 지위확인 Δ원세훈 전 국정원장 대선개입 Δ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등 재판에 개입하는 등 30여 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사실이 담긴 검찰의 영장청구서는 158쪽에 달한다.

박 전 대법관 후임으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한 고 전 대법관 역시 사법행정권 남용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외에도 법관 비위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Δ부산 스폰서 판사 Δ정운호 게이트 Δ법원집행관 비리 사건 등에서 수사기밀을 유출하는 등의 20여개 혐의를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서는 108쪽 분량에 달한다.

검찰은 소환조사 과정에서 두 전직 대법관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일선 법관 및 관련자들과 진술이 상당 부분 엇갈리자 재차 실무진을 불러 조사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며 혐의사실을 다듬어 왔다.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 여부는 향후 검찰 수사전략 및 사법부 자체징계·법관탄핵 여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혐의가 소명돼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검찰 조사를 앞둔 양 전 대법원장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된다. 기각될 경우 '꼬리자르기' '방탄법원' 등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mainta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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