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최승호 사장 "'전참시' 사태, MBC 제작 시스템·인식 전반의 문제"
연예 2018/05/16 21:5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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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 News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최승호 MBC 사장이 '전지적 참견 시점' 세월호 희화화 논란 진상조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글을 남겼다.

최승호 사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지적 참견시점'이 세월호 뉴스에 어묵이라는 자막을 사용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마무리됐다"면서 "하필 세월호 뉴스 영상에 어묵이라는 자막을 결부시킨 이 사건이 터졌을 때 저 역시 불순한 생각을 가진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벌인 일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어 "물론 '그런 사건을 벌였을 때 자신에게 돌아올 결과를 생각한다면 감히 그런 일을 벌일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도 있었다"며 "그러나 세월호 뉴스 영상과 어묵이란 자막을 결부시키는 일은 의도성이 있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 사건에서 제작진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계시는데 당연한 반응"이라고 적었다.

 
또 최승호 사장은 "저도 그 점이 이해되지 않아 조사위원들에게 몇 번이고 되물었다.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인 행동이 있었다면 MBC는 그에 대한 강도 높은 책임을 물음으로써 좀 더 쉽게 시청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조사 결과는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 행위가 아니라 MBC의 제작 시스템, 제작진의 의식 전반의 큰 문제를 드러냈다. MBC로서는 한 개인의 악행이라는 결론보다 훨씬 아프고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결론"이라고 털어놨다.

계속해서 최 사장은 "가장 큰 문제는 세월호 영상인줄 알면서도 ‘흐리게 처리하면 세월호 영상인 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해 해당 영상을 사용한 부분"이라면서 "타인의 아픔이 절절하게 묻어 있는 영상을 흐리게 처리해 재미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식이 문제였다. 방송의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편집하는 영상이 누군가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고민하지 않는 안이함이 우리 제작과정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최 사장은 "당연히 제작진과 관리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할 것"이라면서 "또한 앞으로는 자료 사용에 대한 게이트키핑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하겠다. 방송 종사자들의 사회 공동체 현안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하겠다"는 재발방지 대책을 언급했고 "물론 저는 MBC 구성원들의 진정성을 믿는다. 어떤 방송사보다 더 큰 아픔을 겪었고 더 싸웠고 더 고민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그것이 충분한 것이었던가? 아직 우리의 성찰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번 사건이 보여주고 있다. 더 노력하겠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한편 '전지적 참견 시점'은 지난 5일 방송에서 출연자 이영자가 매니저와 어묵을 먹다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 화면을 삽입해 논란이 됐다.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의 모습 위로 이영자의 모습과 함께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이 합성된 것.

그간 어묵은 일베 일부 회원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비하할 때 쓰는 용어로 사용돼 왔던 만큼, 편집이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제작진과 MBC, 최승호 사장이 연이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후 MBC는 프로그램의 2주간 결방을 확정하고 이례적으로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진상조사위원회는 이날 진상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장면에 세월호 참사 보도 화면이 삽입된 경위를 밝혔고 발단이 된 조연출에게 전혀 고의성이 없었다고 알렸다. 이에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측도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과 더불어 언론인들의 자성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하 최승호 사장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전지적 참견시점>이 세월호 뉴스에 어묵이라는 자막을 사용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마무리됐습니다. 하필 세월호 뉴스 영상에 어묵이라는 자막을 결부시킨 이 사건이 터졌을 때 저 역시 불순한 생각을 가진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벌인 일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런 사건을 벌였을 때 자신에게 돌아올 결과를 생각한다면 감히 그런 일을 벌일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뉴스 영상과 어묵이란 자막을 결부시키는 일은 의도성이 있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저희는 내부 인사가 이 사건을 조사해서는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세월호 유족들을 변호해오신 오세범 변호사님께 조사를 주도해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오세범 변호사님은 민감하기 짝이 없는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수락해주셨습니다. 오세범 변호사님과 내부 조사위원들이 1차 조사를 한 뒤에는 세월호 유족 대표들께 조사 결과를 말씀드렸습니다. 유족들은 일부 사항에 대해 추가 조사를 당부하셨고 저희는 그 조사를 한 뒤 다시 결과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제작진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계십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저도 그 점이 이해되지 않아 조사위원들에게 몇 번이고 되물었습니다.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인 행동이 있었다면 MBC는 그에 대한 강도 높은 책임을 물음으로써 좀 더 쉽게 시청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 행위가 아니라 MBC의 제작 시스템, 제작진의 의식 전반의 큰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MBC로서는 한 개인의 악행이라는 결론보다 훨씬 아프고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결론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세월호 영상인줄 알면서도 ‘흐리게 처리하면 세월호 영상인 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해 해당 영상을 사용한 부분입니다. 타인의 아픔이 절절하게 묻어 있는 영상을 흐리게 처리해 재미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식이 문제입니다. 방송의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편집하는 영상이 누군가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고민하지 않는 안이함이 우리 제작과정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리고 MBC의 시스템은 그 나쁜 영상이 만들어지기 전에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만들어진 뒤에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MBC 제작진의 의식과 시스템을 바꿀 것인가. 당연히 제작진과 관리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할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는 자료 사용에 대한 게이트키핑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하겠습니다. 방송 종사자들의 사회 공동체 현안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하겠습니다.

오늘 MBC에서 세월호 가족들의 꽃잎 편지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저는 다시 한 번 유족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올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세월호 유족인 꽃마중 김미나 단장님은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는 영상, 물론 세월호 사건을 알리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그 장면을 쓰셔야겠지만 그 영상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 몸부림치는 장면이라는 것을 알면서 썼으면 좋겠습니다.”

김미나 단장님, 아니 건우 어머니의 말씀을 제 가슴 깊이 새깁니다. 아울러 그 말씀을 우리 MBC 구성원들에게도 반복 반복 또 반복해 들려주고 싶습니다. 세월호 뿐 아니라 우리가 다루는 모든 영상들은 그 영상이 찍힌 상황의 맥락이 제거된 채 재미의 소재로 사용돼서는 안됩니다.

물론 저는 MBC 구성원들의 진정성을 믿습니다. 어떤 방송사보다 더 큰 아픔을 겪었고 더 싸웠고 더 고민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충분한 것이었던가? 아직 우리의 성찰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번 사건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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