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D-200 ①]'하버드 출신' 희수 그리핀 "태극마크는 심장을 뛰게 한다"
스포츠/레저 2017/07/23 06: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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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공격수 랜디 희수 그리핀이 태릉선수촌 필승관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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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교 아이스하키 팀에서 뛰었던 랜디 희수 그리핀의 모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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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랜디 희수 그리핀(왼쪽 두 번째). /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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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IIHF 아이스하키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랜디 희수 그리핀(오른쪽 )이 환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다. /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그는 '하버드(HARVARD)'라고 적힌 대학교 아이스하키팀 유니폼 사진을 보여주며, 또렷한 한국말로 "내 아빠, 엄마 그리고 나"라고 말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공격수 랜디 희수 그리핀(29)은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고스펙의 소유자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리핀은 지난 3월 한국으로의 특별 귀화 시험 최종 승인을 받았다.

그는 태극마크의 의미를 묻자 "매우 자랑스럽다. 미국에서 살 때만 해도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했지만, 어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조국인 한국에 와서 태극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으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듀크대에서 생물학과 석박사 통합 과정을 이수하고 있던 그리핀은 2015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대표팀 제안을 받았고, 큰 망설임 없이 현지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향했다.

그는 "솔직히 올림픽을 향한 꿈이 컸기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부모님께서도 한국행 이야기를 듣고 놀라셨지만 반가워 하셨다. 특히 어머니와 외할아버지께서 매우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한국에 왔지만 계속해서 학업도 병행하고 있다. 그리핀은 "다행히 담당 교수가 사정을 잘 봐준 덕분에 컴퓨터를 통해 과제 등을 제출하고 있다"고 웃었다.

그는 "대표팀에 고교 생활과 아이스하키를 같이 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리고 원래 미국에선 수업과 운동을 당연히 함께 한다. 절대 봐주는 것이 없다"고 전했다.

아시아리그에서 뛰다가 귀화 제의를 받은 캐나다, 미국 출신의 남자 귀화 선수들과 달리 여자 대표팀의 귀화 선수들은 모두 한국인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캐나다 교포인 박은정(캐롤라인 박)과 임진경(대넬 임), 미국 입양아 출신인 박윤정(마리사 브랜트), 그리핀 등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태어난 그리핀은 어머니와 외조부의 조국에서 뛴다는 것이 자신의 심장을 뛰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핀에게 한국이라는 존재는 어릴 적 시카고 한인타운에서의 생활이 전부였다.

하버드대 아이스하키팀에서 퍽을 몰았던 그리핀은 졸업 후 더 이상 소속팀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아이스하키를 그만둬야 했다.

그리핀은 박은정의 소개로 2015년부터 초청 선수 자격으로 한국 대표팀에 합류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 국적이 없어 그는 초청 선수 자격으로 대표팀의 친선 경기에만 나섰다.

화려한 이력을 뒤로하고 빙판으로 돌아온 그리핀은 오히려 "난 행운아"라고 했다.

그는 "어릴 때만 해도 약간의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생활하면서 '내가 한국인이 맞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어머니의 나라에서 뛴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6년 가깝게 쉬었지만 그는 빠르게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

그리핀은 지난 4월 강릉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4부리그)에 출전, 한국의 전승 우승을 견인했다. 협회 관계자는 "그리핀은 경험도 많고 굉장히 스마트하다. 어린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핀은 "처음 대표팀에 왔을 때만 해도 솔직히 고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발전했고 대학교 이상 수준으로 올라온 것 같다. 선수층의 큰 변화는 없지만 모두가 하나로 뭉쳐 열심히 준비한 덕분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핀은 2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 이야기를 꺼내자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새러 머리 감독이 지휘하는 여자 대표팀은 평창 올림픽 본선 B조에서 스위스(6위), 스웨덴(5위), 일본(7위)과 맞붙는다. 모두 한국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다.

그는 "아이스하키가 좋아 한국에 왔지만 가장 큰 목적은 올림픽 출전"이라며 "우리보다 높은 클래스의 팀들을 상대해야 하는 게 기대된다. 앞으로 스웨덴 등과 평가전 등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부상 없이 몸 관리를 잘해서 올림픽을 준비 하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귀화 선수들이 평창 이후 떠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지만 그리핀은 달랐다.

그의 시선은 이미 평창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핀은 "내년에 올림픽이 끝난 뒤 곧바로 세계선수권에도 출전해야 한다. 우리가 목표로 세운 2022 베이징 올림픽 자력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리핀은 "한국 아이스하키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뛸 생각을 하면 너무나 설렌다. 올림픽 기간에 어머니와 외조부 등도 한국에 방문하시기로 했다. 자랑스러운 딸이 되겠다"고 힘줘 말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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