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 개봉 취소, 상영할 곳이 없다…소니 도전은 좋았지만, 남은 건 손해와 구설수
문화 2014/12/18 15:3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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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터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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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터뷰' 포스터



[디오데오 뉴스] 영화 ‘인터뷰’ 개봉이 취소됐다.



소니 픽처스(이하 소니)가 “극장 업체 대다수가 영화를 상영하지 않기로 한 점을 고려해 25일 예정됐던 극장 개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코미디 영화 ‘인터뷰’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인터뷰 기회를 잡은 미국 토크쇼 사회자와 연출자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김정은 암살 지령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았다.



배우 제임스 프랭코와 세스 로건이 각각 토크쇼 사회자와 연출자 역할을 맡았고 김 위원장 역에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랜달 박이 캐스팅 됐으며, 소니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두 달에 걸쳐 3천만 달러(약 330억원)를 들여 제작했다.



랜달 박은 최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 역할을 위해 체중을 9kg 늘렸다. 그를 희화하거나 인간적으로 그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생생한 인물 묘사를 위해 데니스 로드맨의 방북 당시 만남 영상을 반복해서 보며 참고했다”고 밝혔다.



영화 ‘디 인터뷰’의 험난한 여정은 지난 6월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북한은 ‘노골적인 테러행위’라면서 영화가 상영되면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고, 유엔과 미국 백악관에 항의 서한을 보내며 강력히 반발해 소니는 김 위원장과 부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얼굴을 모두 지우는 편집 작업에 나섰다.



지난달 소니가 전세계 63개국 개봉 일정을 확정하면서 북한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고, 급기야 소니는 개봉 취소를 요구하는 해커들로부터 해킹 공격을 받아 할리우드 유명인사와 임직원 등 4만7천명의 신상, 미개봉 블록버스터 영화 등 기밀정보가 유출되는 피해를 봤다.



소니는 이번 해킹으로 영화 ‘007 시리즈’ 신작 ‘스펙터’의 대본 초안을 유출 당했고, 영화 신작 ‘퓨리’를 포함해 미개봉 영화 4편을 유출 당해 약 6400만달러(707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에이미 파스칼 소니 영화사 공동회장과 영화 제작사 스콧 루딘의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 영화를 좋아할 것’, ‘안젤리나 졸리는 실력없는 싸가지’등의 이메일 대화 내용이 공개돼 구설수에 오르는 등 비난을 받았다.



소니를 해킹한 일명 ‘GOP(평화의 수호자)’라는 단체는 지난 16일 파일 공유 웹사이트에 “조만간 전 세계가 소니영화사가 제작한 끔찍한 영화를 보게 될 것. 세계가 공포로 가득할 것이다. 2001년 9월 11일 기억하라”며 ‘9‧11 테러’를 들먹이며 영화관들을 위협했다.



이에 첫 시사회가 개최될 예정이었던 뉴욕 랜드마크 선샤인 영화관이 행사를 전격 취소한데 이어 미국 대형 극장 체인인 리걸 엔터테인먼트 그룹과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 시네마크 홀딩스 등이 잇따라 상영을 취소 또는 연기한다고 밝혀 영화 상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았고 결국 소니는 개봉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FBI는 ‘더 인터뷰’ 상영을 계획중이던 영화관들에 “영화의 제작, 유통, 홍보에 관여한 누구든 사이버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주의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는 “파트너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해한다. 직원들과 관객들의 안전이 최대 관심사인 그들과 생각을 함께 한다”고 전했으며, 테러 위협과 관련해 “영화 배급을 막으려는 뻔뻔한 노력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우리 회사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화 개봉 취소로 소니는 적지 않은 손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 영화 소식지 ‘박스오피스 애널리스트’의 더그 스톤 대표는 7천5백만~1억 달러(826억~1천1백억원)의 매출이 예상됐던 인터뷰의 개봉 취소로 소니에 4천1백만~5천5백만 달러(450억~6백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소니는 DVD 또는 VOD(주문형비디오) 형태 등 더 이상의 ‘인터뷰’ 출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 수사당국은 소니 픽처스에 대한 해킹 공격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 외신들은 익명의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소니의 사이버 공격에 북한 정부가 “중심적으로 연루돼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해킹 배후로 북한이 계속 거론됐고, 해킹에 쓰인 악성 소프트웨어에서 한글 코드가 발견되면서 북한의 소행이라는 의혹은 더 굳혀지는 듯 했지만, 북한은 ‘지지자의 의로운 소행’이라며 이를 부인해왔다.



로이터 통신은 수사당국 관계자들이 소니를 공격한 해커들이 북한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으면 잡기 어려울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가 수사 결과를 일반에 발표하는 것 뿐 아니라, 과정까지 공개해야 할지 정부 차원의 공개 대응을 해야 할지에 대한 부담감도 없지 않아 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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